“중대재해 인과관계 불분명해도 유죄 판결”

■ 경영계, 잇단 실형선고 비판
“제대로 된 법리검토 없이 판결
유죄 단정하고 논리 꿰맞춘듯”
“안전역량 부족 중기에 과한 처벌
적용 시기 유예 등 법개정 시급”
경총 ‘전문가 회의’ 분석 공개

경영계가 최근 법원의 잇따른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중형 선고와 관련, “인과 관계 성립 여부도 불분명한 사고에 대해 제대로 된 법리 검토 없이 판결이 이뤄졌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유죄라고 단정하고 그에 맞춰 논리를 만들어낸 것 같다는 비판까지 제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원청 대표이사에게 징역형 및 집행유예를 선고한 2건의 판결에 대해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와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 2명이 내부 ‘전문가 회의’에서 분석한 결과를 8일 공개했다.

정 교수와 김 변호사에 따르면, 중처법으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중처법 의무 위반→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구체적 안전보건조치 의무위반→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이라는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들 판결에서는 원청 대표의 중처법 의무위반(안전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기준 마련 위반 등)이 하청업체의 산안법 위반(작업계획서 미수립 등)과 사망사고 발생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게 정 교수 등의 분석이다. 이들은 “공소사실에서 대표이사의 중처법 의무위반과 사망사고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근거나 논리를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 등은 이번 판결이 원청의 중처법상 의무이행 범위를 확대해석해 혼란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경영계에 따르면 하청근로자에 대한 안전대 지급 등 의무이행 주체는 하청업체 사업주이고, 원청 대표이사에게는 중처법에 따라 사업장 전체에 적용하는 업무매뉴얼(절차서)을 작성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2차례 판결로 인해 앞으로 자백만으로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 위주의 무거운 형벌이 내려지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경영계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 대표들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커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총에 따르면 향후 재판이 예정된 12건은 모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또는 중소건설사가 피의자다.

정 교수는 “공소사실에 너무 많은 허점이 보이고, 유죄라고 결론을 내놓고 꿰맞추기 위한 논리 전개를 했다는 느낌이 확연하다”며 “피고인이 중처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다 보니 법적 다툼이 없어 법원에서 사실상 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법원에서 유무죄가 다퉈지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의 자의적 조사와 검찰의 기소가 남발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안전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무거운 처벌이 부과되지 않도록 법 적용 시기를 추가로 유예하는 등 정부가 조속히 중처법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