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한국에도 존 람이 있다'…정찬민 GS칼텍스·매경오픈 우승
[골프한국] PGA투어와 KPGA투어에서 무명 선수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이 동시에 일어났다.
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GC(파71)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투어 5년 차 윈덤 클라크(29)가 내로라는 상위 랭커들을 제치고 와이어 투 와이어로 PGA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7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CC에서 끝난 KPGA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는 투어 5년 차 정찬민(24)이 추격자들을 여유 있게 뿌리치고 3라운드 합계 16언더파 197타 와이어 투 와이어로 KPGA투어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두 선수 모두 투어 데뷔 후 긴 무명의 기간을 보낸 점,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했다는 점, 기량 면에서 롱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 등이 공통점이다. 이런 선수가 그동안 왜 빛을 보지 못했을까 의아할 정도다.
콜로라도주 덴버 출신인 클라크는 2007년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CC에서 열린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골프선수가 되기로 결심, 오레곤대학을 졸업한 2017년 프로로 전향해 2019년부터 PGA투어에 뛰어들었다. 2020-2021시즌 버뮤다 챔피언십에서 브라이언 게이와의 연장 승부에서 패해 2위를 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그동안 톱10에 든 것은 14번.
페덱스컵 랭킹 36, 세계랭킹 80위로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312.2야드로 장타에 속한다. 잰더 쇼플리, 해리스 잉글리쉬, 티렐 해튼, 아담 스콧, 토니 피나우 등 강자들의 추격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 톱클래스 선수의 면모가 물씬했다.
기대를 모았던 임성재 이경훈이 선두권에 다가갔으나 뒷심이 부족해 공동 8위에 머물렀고 김주형은 공동 23위, 김시우는 공동 43위로 마쳤다.
국내 골프팬들의 관심은 정찬민에 쏠려 있다. 대회가 열린 남서울CC에는 우중에도 그의 호쾌한 드라이브샷을 구경하려는 갤러리들이 몰려들었다. 저런 선수가 그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이 이상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10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그는 아마시절부터 뛰어났다. 2016년 송암배 아마추어챔피언, 2016~2017 국가대표, 2017년 송암배 아파추어 챔피언, 2018년 국가대표를 거쳐 2019년 KPGA 투어프로로 들어와 2부인 스릭슨투어에서 활약하며 12, 20회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했지만 1부 투어에선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정찬민은 이번 대회 출전 기회도 겨우 잡았다. 매경오픈이 아시안투어 공동주관이라 코리안 투어 상위 65위 이내의 선수에게만 출전 자격을 주는데 정찬민은 72위다. 출전을 포기한 선수가 생긴 덕분에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뭐니 뭐니 해도 그의 매력은 187cm 110kg의 듬직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장타다. 그리고 얼굴 상당 부분을 덮은 덥수룩한 수염과 장발이 매력 포인트다. 우승 후 모자를 벗고 기쁨을 표현하는 그의 표정이나 퍼포먼스는 상품성이 충분했다.
이 때문에 그는 스페인의 존 람을 닮았다고 해서 '한국의 존 람'이란 별명도 듣는다. 수염이 없었을 땐 PGA투어 장타왕이었던 브라이슨 디섐보를 닮았다는 말도 들었다.
그는 지난 시즌 드라이브 비거리 317.11야드로 장타왕에 올랐다. 올들어 지금까지 평균 비거리는 341.06야드로 늘어났다. 3번 우드로 300야드를 쉽게 친다.
PGA투어 2부 콘페리투어 진출을 위해 지난 겨울 PGA 3부 투어인 PGA라틴아메리카에 출전하기도 한 그는 비거리에 관한 한 PGA투어 선수들에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자신한다.
이번 우승으로 코리안 투어 5년 시드와 아시안 투어 2년 시드가 보장돼 당분간 시드 걱정 없이 올 가을 콘페리투어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란다.
오는 11~14일 경기도 여주 페럼CC에서 열리는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임성재와의 동반 라운드가 기대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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