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시다, ‘독도는 일본 영토’ 안보문서 재개정 요청에 답변 피해
“이웃 나라로서 중요성은 충분히 인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보유’가 명시된 일본 3대 안보문서 재개정 요청에 사실상 동의할 수는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정치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간사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만났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윤 의원의 안보 문서 재개정 요청에 “충분히 이웃 나라로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해 사실상 거절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 의원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면담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 측이 안보협력을 이야기하면서 러시아, 중국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양국 간의 갈등 사안을 안보문서에 게재하게 된 것에 대해 모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며 “한국과 일본의 보다 원활한 안보협력을 위해서는 안보문서의 재개정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이 말한 안보문서는 일본의 중장기 안보 정책을 담은 3개의 안보분야 문서를 말한다. 2013년 처음 채택돼 2022년 12월 개정됐다. 문제는 일본이 이 중 국가안보전략(NSS)을 개정하면서 ‘일본의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영유권 문제’라는 표현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반격 능력(적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하기로 한 것을 두고는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 자위대가 개입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은 지난해 일본의 안보문서 개정 당시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비판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윤 의원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검토를 하고 노력을 하겠다. 한국은 소중한 이웃이다. (관계의) 기복도 있지만 우리는 과제를 안고 있고 양측의 일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정 의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따뜻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하자 “한국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보여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이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을 언급하면서 “나 자신은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부산 엑스포 유치 관련 지지 요청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기시다 총리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면담에서) ‘반 컵의 물잔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라는 표현을 썼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일본도 성의 있는 노력을 하려는 느낌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고, 면담에서도 (이러한) 평가를 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한국의 후쿠시마 지역 시찰단 제안에 대해서는 감사의 뜻을 보내지만, 시찰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한·일 양국 전문가들의 공동 검증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말과 함께 함께 해양 방류 외 다양한 대안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면담에서 ‘한국 국민들은 기시다 총리가 아베 시대를 넘어 기시다 시대를 열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며 “과거 문제에 대한 양국 정상의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일의원연맹은 양국 관계를 지지하는 굵은 뼈대”라며 “역사가 있는 한일·일한의원연맹이 한·일 관계가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도 초당파 모임으로써 양국의 가교가 돼온 점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계속해서 적극적인 의원 교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 한국 경제단체와의 간담회 후 1박2일 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는 귀국하기 직전 동행 취재진에게 “윤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힘을 합쳐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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