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성+인물', 싫어할 순 있어도 누가 책임질 일은 아냐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넷플릭스 '19금' 예능 '성+인물: 일본편'의 한 장면. MC 신동엽과 성시경이 일본 AV(Adult Video·성인물) 여배우 3명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V를 '음지'로 인식해온 시청자들로선 분위기가 낯설다.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밝고 환한 스튜디오에서 실명으로 여배우들이 답변하고 있다. 예상대로 수위 높은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 "수입은 얼마나 되나?" "고급차 한 대 살만큼은 번다", "AV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인생이자 기록이다". AV 배우에 관한 고정관념을 깬다. 미화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면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물론 당혹스러운 부분도 있다. 성행위와 관련된 단어가 나올 때 '삐(무음 처리)'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손짓으로 행위를 묘사해도 모자이크 처리 같은 건 없다. 매우 노골적인 용어들이 소리와 자막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예상보다 수위가 높아 생긴 놀라움과 동시에, 신동엽과 성시경이 그래도 메인 프로그램의 주류 MC들인데 저래도 되나 하는 걱정이 교차한다. 실제로 신동엽은 민망한 질문을 하면서 귀까지 빨개지고, 성시경은 유창하게 일본어 통역을 하면서 곤혹스러워한다. 그가 앞서 성인용품점 장면에서 "이걸(성인용품) 들고 있는 '짤'이 돌면 어쩌지?"하는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걱정과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성+인물'이 단순 예능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라 준법성의 영역에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선 불법인 AV의 세계를 어떻게 아무런 여과 없이 내보내느냐는 비판이 그것이다. 심지어 MC들에 대한 공격도 거세다. 특히 신동엽은 하차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그가 20년 넘게 진행해온 SBS 'TV 동물농장'에서 나가라는 것이다. 이유는 짐작한 대로다. AV 배우들을 만나는 성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린이들이 많이 보는 '동물농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리다. 낯뜨거운 '19금 토크'에 출연한 사람이 어떻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전체관람가' 프로그램에 나오냐고 비난한다. 'TV 동물농장' 시청자 게시판에는 지금도 하차 요구 댓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동엽이 대응은 하지 않고 있으나 참으로 난처한 문제일 게 틀림없다.
비판하는 쪽의 근거로 치자면 '성+인물'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일본에서는 허용되더라도 국내에선 엄연히 AV 제작과 유통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AV 산업과 배우를 흥미 위주로 미화해서 다룰 필요가 있느냐고 역설한다.
또 일본 내에서도 AV 배우의 성 착취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데 이를 너무 가볍게 다뤘다고 주장한다. '성+인물'에 출연한 AV 배우들은 "(출연자가) 하기 싫으면 싫다고 거부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 최근까지 AV 산업이 출연자를 착취하고 인권을 짓밟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시청 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로 제한되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미성년자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 일변도의 시각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성+인물'은 성에 관한 실태를 다룬 예능일 뿐인데 시사·교양 다큐멘터리처럼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성+인물'의 소재가 자극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시청자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설정한 장치도 보인다. 하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자극적이라고 해서 그게 나쁘다는 논리는 편협하고 궁색하다. 급변하는 현재 세태 속에서 이런 예능프로그램 하나로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연출을 맡은 정효민 PD는 "OTT라는 플랫폼에서 성인이 유료로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렇기에 콘텐츠 내용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어도, 콘텐츠가 '옳지 않다' '틀렸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동엽에 대한 무조건적 하차론은 지나친 느낌이 없지 않다. 베테랑 MC인 신동엽이 이런 논란과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까. 성시경 또한 전혀 몰랐을까. 그렇진 않을 터이다. 아마 어느 정도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정 PD는 "신동엽 씨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동물농장'에서 하차해야 한다는 논란은 예상한 부분이 아니었다. PD로서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강한 도덕성과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국내 방송계에서 '성담론' 분야로 특화된 MC는 거의 없다. 신동엽과 성시경이 JTBC '마녀사냥'의 MC를 맡았을 때도 초반엔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그럴 정도의 일이었나 싶다. 뭐든 처음엔 높은 벽과 반발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특히 그게 금기시된 소재라면 더욱 그렇다. 줄곧 메인 무대에서 활동해온 신동엽과 성시경이 뭔가 반등을 바라고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되려 이 프로그램을 했다가 그간 애써 쌓아온 커리어를 망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더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소재의 자극성을 떠나 예능은 예능일 뿐이고, 인터뷰어로서 MC의 역할은 달라질 게 없다. 오히려 그들의 파격 도전을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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