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때문에 급하게 한국 온 것"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답방을 통해 두 달만에 또 다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배경을 두고, 일본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후쿠시마 핵 발전소 오염수 배출 문제에 대한 한국 측의 지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8일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는 19일 일본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이를 열흘 앞두고 기시다 총리가 서둘러서 한국에 방문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 사실상 한국에 허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호사카 교수는 한일 정상이 후쿠시마 현장에 한국의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말로는 한국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한국 조사단 파견을 수용하겠다는 건데 (기시다 총리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이야기도 했다"며 "결국 일본 입장은 바뀌지 않았고 쇼하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오염수 방류라는 것은 결정된 상황이고 한국이 이래라 저래라 말해도 절대 수용할 생각은 없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 태평양 섬나라 국가들의 반대도 심한데 태평양 섬나라 중 쿡제도가 이번에 G7에 초대됐다"며 "G7에서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반대 의견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사카 교수는 "그러니까 한국을 끌어들여서 한국이 G7이 끝난 이후이지만 시찰단을 보낼 수 있게 됐으니 이런 식으로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서 온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시찰단에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시찰 자체가 오히려 일본의 오염수 배출을 위한 일종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시찰은 그냥 둘러보는 것"이라며 "어디를 어떻게 둘러보도록 한다는 것인지,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국 조사단에게 전권을 주고 조사 내용을 수용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번 둘러본다는 것으로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의미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 부위원장은 일본이 IAEA의 리뷰를 받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IAEA는 결국 원전을 상업적으로 잘 이용하겠다고 하는 각 국가들의 모임이고 사실상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 전문가도 1명 참여하고 있다"며 "한국 조사단의 후쿠시마 시찰은 IAEA의 시찰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고 예상했다.
정부가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다른 환경 단체 쪽에 시찰단에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한 적은 없냐는 질문에 최 부위원장은 "그런 것은 없었다"며 "단지 환경운동연합에서 한두 명 추천하는 정도만이 아니고 전체적인 구성에 대해서 협의한다면 같이 논의는 해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이 한미 정상회담 당시 합의된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NCG를 보고 아마 기시다도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사실상 핵 공유는 아니더라도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이 정도로 핵 문제 협의체를 만든다는 것, 핵무기에 대한 정보 공유, 협의를 하고 소위 말해서 핵무기 운용에 대해 공동의 기획과 실행을 하겠다고까지 나왔다"며 "이걸 보면서 (일본이) 우리도 빨리 이거에 껴야 되겠구나 라는 급박함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입장으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데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 "직접적인 표현이 있기를 원했는데 그 정도는 안 갔다"면서도 "한 발 진전한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윤 의원은 "물 컵의 반은 못 채웠고, 그래도 반의 반은 채웠지 않았나"라며 "기시다 총리가 지난 3월 16일 우리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할 때 여러 현안 문제에 대해서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일본 조야의 분위기와 한국의 정서 사이에서 한 단계씩 나아가려고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호사카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독립운동가들이 같이 있는 현충원에 방문했다는 것에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현충원에 간 퍼포먼스, 그것뿐이기 때문에 (절반 중에) 5% 밖에 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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