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고의 40대 타자가 KIA에 있다… 그런데 팀의 냉정한 현실도 증명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보통의 야구 선수들은 20대 중반에서 후반까지 전성기를 보내고, 30대부터는 전반적으로 내리막을 걷는다. 선수 수명이 많이 늘어난 요즘에도, 메이저리그보다는 핵심 선수의 입지가 더 오래가는 경향이 있는 KBO리그에도 30대 중반 이후의 선수가 팀의 핵심으로 자리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KBO리그에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반드시 입성할 만한 경력을 쌓은 최형우(40‧KIA)도 사실 그런 노쇠화 곡선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았다. 2020년 140경기에서 타율 0.354, 28홈런, 115타점을 기록한 뒤 최근 2년간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 지난 2년간 236경기에서 남긴 타율은 0.250, OPS(출루율+장타율)는 0.761이었다.
그런데 그런 최형우가 올해 기막히게 반등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 당시부터 컨디션이 빨리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은 최형우는 8일 현재 시즌 24경기에서 타율 0.333, 3홈런, 16타점, OPS 0.941을 기록 중이다. 단순히 기록만 쌓은 게 아니라 임팩트도 엄청나다. 4월 21일 광주 삼성전에서는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끝내기 홈런을 쳤고, 결승타도 3개가 있다. 팀 내에서 김선빈과 더불어 가장 많은 결승타다.
수많은 부상자와 함께 시즌을 우울하게 시작한 KIA의 반등은 최형우의 존재감을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다. 여기에 올해는 수비까지 나가면서 팀에 공헌하고 있다.
전체적인 기록도 다 좋아졌다. 지난해보다 더 빠른 타구 속도를 보여주고 있고, 반대로 땅볼 비율은 줄었다. 최형우를 항상 따라다니는 시프트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성적이 반등한 두 가지 중요한 요소다. 타격 기술에 있어서는 워낙 좋은 클래스를 가진 선수라 나이와 관계 없이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KBO리그에서 40대에도 규정타석을 채우며 좋은 활약을 한 사례는 거의 없다. 국내 선수로 한정하면 이승엽 이호준, 그리고 지난해 은퇴한 이대호 정도만 역사의 기록에 남아있다. 그런데 올해 최형우의 성적은 앞선 레전드들의 40대 시즌 성적보다 더 높은 득점 생산력을 기록 중이다. 이 성적을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는 있겠지만, 분명 최형우의 만 40세 시즌은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부분이 있다.
다만 최형우의 이런 맹활약은 KIA에 아픈 시사점도 남기고 있다. 최형우의 후계자를 아직도 키워내지 못했고, 최형우 다음 세대의 타격 성적이 여전히 최형우보다 크게 떨어진다는 현실적인 고민이다. 최형우 스스로도 자신이 4번을 치는 게 아니라, 젊은 선수들이 4번을 맡고 자신이 뒤를 받치는 그림이 완성되어야 KIA가 강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도 최형우를 넘어설 만한 타자가 없다.
4번 타자 문제에 시달리던 KIA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최형우와 4년 총액 100억 원에 계약하며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일단 최형우로 급한 불을 끄고, 최형우가 버텨줄 때 어린 선수들을 키운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최형우 영입 후 7년이 흘렀지만 아직 이 구상의 명확한 답은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나성범의 FA 영입으로 이어졌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올 시즌 50타석 이상을 소화한 KIA 선수 중 OPS가 0.900 이상인 선수는 최형우가 유일하고, 그 다음이 고종욱인데 0.816으로 차이가 꽤 크다. 두 베테랑을 제외하면 0.800 이상의 OPS를 기록 중인 선수가 없다. 기대를 모았던 황대인이 생각보다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고, 김석환은 부상까지 당하며 잠시 시선에서 사라졌다. 유형은 조금 다르지만,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김도영의 부상도 뼈아프다.
최형우의 활약은 최형우를 장기적으로 대신할 어린 선수들이 있어야 더 빛이 난다. KIA가 언제가 될지 모를 최형우의 은퇴 전까지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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