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작년 자영업자가 빌린 돈 '1019조8000억원'
3년 전보다 48.9% 늘어
연체율 0.26%, 2년만 최고치
2금융권 중·고금리 상품 이용
# 춘천에 사는 A(44)씨는 지난해 부동산중개사무실을 개업했다 7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갑자기 오른 금리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매출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사무실 집기류를 구입하기 위해 받은 대출은 매달 청구됐다. 만만치 않은 임대료와 운영비에 매달 청구되는 대출원금과 이자를 견딜수 없었던 A씨는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사업을 더 지속했다가는 계속해서 손해만 볼 것으로 판단했다. 임대보증금과 사물실 개소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날아갔다.
# 대학교 인근에서 수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36)씨는 최근 카페를 정리하기 위해 가게를 매물로 내놨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가게 운영이 어려워 대출을 받았는데 이를 갚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경기가 안좋아 지면서 주변에 중저가 카페들도 많이 생기면서 매출도 크게 줄었다. B씨는 하루하루 대출금에 시달리기보다는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시설물 비용으로 처분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따른 영업부진으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서서히 한계를 맞고 있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등의 금융 지원을 실시했지만 연체율은 이미 코로나 사태 이전수준까지 높아졌다.
이들은 대출을 받을때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제 2금융권의 중·고금리 상품을 이용, 자영업자들의 금융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 자영업자 대출 1019조8000억원, 사상 최대 수준
8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소득 수준별 대출 잔액·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전체 자영업자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1014조2000억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1000조원을 넘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4분기 68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48.9%나 늘었다.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계속 오르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0.19%에서 4분기에는 0.26%로 3개월 사이 0.07%p 뛰었다.
0.26%는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 0.29%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 소득 하위 30% 자영업자 119조9000억 빌려, 3년전보다 69.4% 증가
자영업 대출자 연체율을 소득별로 나눠보면, 하위 30%에 속하는 저소득층은 작년 3분기 0.7%에서 4분기 1.2%로 0.5%p 높아졌다.
이 계층의 연체율 1.2%는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4분기 1.3%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득 상위 30%의 고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0.7%로 2020년 2분기 0.7%를 기록한 이후 2년 6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소득 30∼70%의 중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3%로 1년 전인 2021년 4분기 1.3%와 같아졌다.
지난해 1분기 1.1%를 기록한 이후 계속 오르고 있지만, 저·고소득층보다는 상대적으로 연체율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다.
연체율이 가장 빨리 오를 뿐 아니라 코로나 사태 이후 3년간 대출 증가 폭이 가장 큰 계층은 저소득 자영업자였다.
저소득층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2019년 4분기 70조8000억원에서 2022년 4분기 119조9000억원으로 69.4%나 불었다.
같은 기간 중소득층의 64.7%(112조9000억원→186조원), 고소득층은 42.4%(501조2000억원→713조9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더구나 중소득 자영업자의 작년 4분기 대출 잔액은 3분기보다 0.9% 줄어 2018년 3분기(-0.7%) 이후 4년 3개월 만에 첫 감소를 기록했지만,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은 각 0.8%, 0.9% 더 늘어 역대 최대 대출액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 2금융원 중·고금리 대출 이용, 부담은 더 커져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대출 자격 등에서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비은행 2금융권 대출 급증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일반은행에 비해 대출은 용이한 반면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아 저소득 자영업자의 금융비용은 더 클것으로 예상된다.
3년(2019년 4분기∼2022년 4분기)간 저소득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이 45.8%(49조3000억원→71조9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해 상호금융 대출은 2.3 배(16조1000억원→37조1000억원)로 뛰었다.
중소득층은 87.8%(32조8000억원→61조6000억원), 고소득층은 76.5%(116조8000억원→206조2000억원) 각각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월등히 높다.
저소득층 대출은 보험사에서도 2.1배(8000억원→1조7000억원)로 늘었고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캐피털 등)에서 57.9%(1조9000억원→3조원) 증가했다.
두 증가율 모두 중·고소득자를 크게 웃돈다.
대부업을 포함한 기타 금융기관의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액은 같은 기간 1조2000억원에서 2.92 배인 3조5000억원까지 치솟았다.
◇ 금융지원 받아도 연체율 높아, 집중관리 필요
우려되는 부분은 3년 넘게 원금과 이자 상환을 미뤄줬지만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진다는 점이다.
금융권은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자마자 정부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유예했다.
지원은 당초 2020년 9월로 시한을 정해 시작됐지만 이후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자 지원 종료 시점이 무려 5차례나 연장됐다.
현재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기한 연장, 대환(대출 갈아타기), 일정 조정, 금리 인하 등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안정을 돕고 있다.
사회공헌, 상생 등의 의미도 있지만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 징후를 빨리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작업이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체로 금융지원을 받은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이 일반 자영업자들보다 더 높다”며 “이런 사실을 반영해 최근 집중 관리가 필요한 대출 부실 가능성이 큰 업종과 계층 등을 새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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