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성수와 로데오거리를 연결하자
서울에서 ‘힙’하고 ‘핫’한 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 성수동이다.
필자가 지난해 우연히 참여했던 성수 산업개발진흥지구 관련 자문회의에서 눈에 띄었던 그림 하나가 떠오른다. 최근 몇 년간 성수지역에 새롭게 입주한 기업들의 분포지도였는데 흥미롭게도 소셜벤처와 같은 현재의 성수지역을 상징하는 기업들은 산업개발진흥지구가 아닌 서울숲역이나 뚝섬역 주변에 몰려 있었다. 여러 가지 공공 지원이 제공되는 진흥지구 바깥에서 성수 업무·문화 중심의 발전이 태동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넘쳐나는 청사진과 과도한 계획적 주도를 통해 서울의 발전을 끌고 나가겠다는 현 서울시의 방향성에 던지는 함의가 적지 않다.
일반인들에게 성수동은 맛집거리로 다가오지만 핵심은 산업구조 변화의 첨병에 있는 고용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작은 민간의 사회공헌적 실험이라고 볼 수 있는 2010년대 중반 헤이그라운드와 같은 공유오피스가 소셜벤처 스타트업들을 품으며 시작됐다. 어떤 원칙보다는 지리적 매력에 이끌려 어느새 수백개의 소셜벤처 소속 수천명의 사람과 이름난 기업, 투자자들이 모여들었다. 현재 수인분당선 서울숲역부터 지하철 2호선 뚝섬역 사이 대형 건물엔 SM엔터테인먼트, 쏘카, 현대글로비스 등 다양한 기업이 입주해 있고, 유명 게임회사 크래프톤도 입주할 계획이다.
준공업지역인 성수는 지식산업센터가 오피스를 공급하는 주요 수단이다. 지식산업센터 실거래가지수를 보면 성수는 최근 3년여간 2배에 가까운 가격 상승이 발생했다. 성수 업무·문화 중심의 성장속도를 못 쫓아가는 오피스 공급 부족이 그 원인일 것이다. 참신한 형태의 대형 오피스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응이 절실하다. 외진 숲 속 교통섬인 삼표레미콘 부지의 확신 부족한 청사진보다는 성수 업무·문화 중심 인근 토지로의 대토 이후 개발로 선회해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것도 버리기 아까운 대안이다.
성수 업무·문화 중심의 성장은 지하철 이용 행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코로나로 인해 이용객이 줄어든 2019년 이후 2022년까지 강남역과 역삼역의 강남권 하차 인원 수는 12% 감소했으나 서울숲역 및 뚝섬역, 성수역인 성수권의 하차 인원 수는 오히려 13% 증가했다. 흥미로운 현상은 서울숲역에서 하차하는 인원들의 출발지를 보면 강남·서초·송파·동작구, 성남시가 독보적인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현상은 성수가 강남권의 고용을 성공적으로 흡수하며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역 단위로 보면 서울숲역에서 하차하는 인원의 출발역 중 1위가 지하철 환승역도 아닌 압구정로데오역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강 남단과 북단 두 지점 간 기능적 연결이 강하게 형성돼 있음을 말해준다.
성수동 강 건너편 압구정동에서는 지형을 바꿀 만큼의 대규모 재건축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한강과의 연결을 단절하고 있던 아파트단지들의 재건축을 유도하면서 시민이 편하게 한강으로 다가가게 하고, 더 나아가 시민을 한강을 넘어 연결시키려는 시도들이 제안되고 있다.
그런 보행 연결의 성공을 담보하려면 정적인 공간인 ‘서울의 숲’보다는 활발한 기능적 연결을 담보할 수 있는 서울숲역과 압구정로데오역 간 연결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연결의 구성 또한 한강 남단과 북단을 연결하는 단순한 보행교라는 소극적 시도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자동차 중심 교통 확대에 한계가 있는 성수 업무·문화 중심을 순환하는 전동자전거 및 킥보드 같은 친환경 개인 교통수단의 공중 전용 통행 튜브를 연결하는 미래지향적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한 대안이다. 이는 강남의 중심성과 성수의 잠재력을 연결시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서울이 담당해야 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반복하면 과도한 계획적 욕심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탈 수 있는 현명함이 계획적 선택에도 요구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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