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해고했다고 이렇게나?”...162%나 폭등한 이 기업, 진짜 비결은 [미라클레터]

이덕주 기자(mrdjlee@mk.co.kr) 2023. 5. 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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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체 테크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돌려놓을 만한 소식이 있었어요. 바로 메타 플랫폼스(옛 페이스북)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14% 나 주가가 오른 건데요. 마침 비슷한 시기에 실적을 발표한 MS, 알파벳 모두 나쁘지 않은 실적을 냈기 때문에 테크 주식에 대한 심리가 반전되었어요. 오늘은 메타 주가가 왜 이렇게 오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메타의 극적인 반전
최근 1년간 메타 주가.
지금으로부터 약 반 년 전인 2022년 11월 메타는 모든 사람들의 비웃음의 대상이었어요. 메타로 이름을 바꾼 이후부터 주가는 빠지기 시작했고. 메타버스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붇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들어내는 것은 없었거든요. 메타 퀘스트2 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쏟아 부은 돈을 감안하면 빛 바란 성공이었습니다.

테크 버블의 정점인 2021년9월 대비 메타의 주가는 76%나 빠졌는데요. 단연 모든 빅테크 기업 중 가장 큰 폭의 하락. 메타는 이제 빅테크에서 빼야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이에 마크 저커버그는 2023년은 ‘효율성의 해’라는 기조를 발표하고 메타 역사상 유래 없는 2만명의 감원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메타의 주가는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해 저점 대비 162%나 올랐습니다. 약 6개월 만에 1.5배가 오른건데 시가총액 800조의 거대 기업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습니다.

메타는 앞으로 1만명 이상 인력을 더 줄일 예정입니다. <사진=레딧>
어째서일까요? 일단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눈에 띕니다. 2022년 3분기 8만7314명이었던 직원수가 이번에 7만7114명으로 줄었고, 여기에 2차 구조조정이 반영되면 메타의 직원수는 6만명대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2만명 이라면 느낌이 잘 안 오실텐데.. 네이버 4개가 없어지는 것과 비슷하답니다.

전년동기대비 하락하기만 하던 분기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물론 3%에 그쳤지만 애플의 광고정책 변경과 디지털광고 시장의 위축이라는 상황에서 3% 증가는 투자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또 중요한 부분은 메타와 같은 빅 테크기업들이 성장주일 뿐만 아니라 엄청난 현금을 만들어내는 블루칩이라는 점이 사람들에게 어필된 것인데요. 현금의 가치가 높아지는 고금리 시대인만큼 현금을 창출해내는 대기업들의 가치가 달라보일 수 밖에 없죠. 아래는 빅테크 기업들의 1분기 순이익.

  • 마이크로소프트 183억달러(24.5조원)
  • 알파벳 164억달러(22조원)
  • 메타 57억1000만달러(7.5조원)
하지만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이 분기 성장했다는 것만으로는 메타의 급등을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AI 가 주도한 미국 주식
5월2일 기준 최근 6개월 주가 변동률
최근 6개월간 미국 주요 테크 주식들의 주가를 비교해봤습니다. 메타와 엔비디아가 다른 주식들의 성과를 압도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두 회사의 공통적인 테마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챗GPT의 등장으로 떠오른 인공지능이죠!

엔비디아는 지난 레터에서 한번 설명해드린 대로 GPU 를 만들기 때문에 생성형AI 를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죠. 실제로 엔비디아에는 테크 기업들의 GPU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오픈AI 에 투자를 하고 챗GPT 를 대거 소프트웨어에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30% 밖에(?) 오르지 않았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2021년 테크버블 고점에 비해 10% 밖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리는 분위기의 알파벳(구글)이 28%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최근 6개월은 AI 라는 테마를 선점한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메타? 메타는 메타버스 기업 아니었나요? 메타와 함께 메타버스 관련 주로 크게 상승했던 유니티, 로블록스는 6개월간 오히려 주가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결국 메타가 메타버스가 아닌 AI 기업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다는 뜻이죠.

이번 1분기 발표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CEO는 AI 와 관련해서 아래와 같은 얘기를 했어요.

첫번째, 와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에 AI 에이전트를 탑재시키겠다고 했어요. AI 에이전트라는 건 결국 챗봇을 말하는 데요. 이미 많은 챗봇 서비스들이 메신저에 들어온 것처럼 메타도 자체 챗봇을 메신저에 탑재할 것 같아요.

두 번째, 저커버그는 AI 로 메타버스에서 사용할 아바타, 오브젝트, 월드, 코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어요. 그리고 이런 것을 뒷받침할 것으로 LLaMa 라는 자체적으로 발표한 언어모델, Segment Anything, DinoV2 같은 AI 모델들이 있다고 설명했죠.

그런데 AI 로 메타버스를 뒷받침하겠다는 마크 저커버그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그럴 듯 한데?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사실 이전에 메타가 얘기한 메타버스는 실체가 없거나 아직은 먼 훗날의 얘기라는 지적이 많았죠.

리얼리티 랩스에서 만드는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는 많이 판매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가정용 게임기 수준이에요. 이것은 킬러 콘텐츠의 부족도 있겠지만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3D 가상세계를 만드는 일이 엄청난 컴퓨팅 파워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죠.

AI와 메타버스가 만난다?
메타버스에서 구현된 마크 저커버그의 아바타. <사진=메타>
그런데 AI 가 메타버스에 사용되는 아바타, 오브젝트, 월드, 코드를 짜준다면? AI 가 컴퓨팅파워를 획기적으로 줄여 준다면? 저커버그가 얘기한 메타버스가 꿈같은 얘기가 아닐 수도 있죠!

저커버그가 제시한 메타의 AI 모델들도 향후 메타버스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기술들이에요. 먼저 LLaMa는 GPT와 같은 언어모델인데, 매개변수가 650억 개에요. 매개변수가 1750억개로 알려진 GPT-3의 절반정도. 하지만 650억개 모델 외에도 70억, 130억, 330억 개 패러메터 모델도 공개했어요. 이건 LLaMa 를 작동시키는데 훨씬 비용이 적게들고, 심지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돌릴 정도로 경량화 될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메신저나 메타버스에서 사용하려면 이 처럼 작은 언어모델이 훨씬 쓸모가 있을 수 밖에 없죠!

저커버그가 언급한 Segment Anything 이나 DinoV2 같은 AI 는 3D 용은 아니지만 이미지/시각 관련 AI 이기 때문에 메타버스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메타가 갑자기 AI 로 뜨게 된 이유는 이처럼 메타버스를 AI 가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그리고 메타가 그 동안 AI 에 계속 투자해온 것이 재조명 되었기 때문이에요.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메타는 AI 에 투자를 해왔습니다. 그동안 소셜미디어와 메타버스에 가려져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죠.

10년간 (AI라는) 밑빠진 독에 물 붇기
2013년 12월 페이스북에 합류한 얀 르쿤 교수가 남긴 글.
메타의 AI 연구 중심에 있는 사람. 바로 AI 계의 ‘독설가’로 유명한 얀 르쿤 NYU 교수. 2013년 당시 페이스북이 AI 연구소를 만들고 NYU 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메타의 수석AI 과학자(부사장)이 되었습니다.

그는 2018년 튜링 어워드를 함께 받은 제프리 힌튼 교수, 요슈아 벤지오 교수와 받으면서 딥러닝 3대장으로 알려져있는데요. 제프리 힌튼 교수가 구글에 합류한 것이 2013년인 것을 감안하면 메타의 AI 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빨랐는지를 알 수 있어요. 메타가 주식시장에 상장한 것이 바로 1년전인 2012년이었으니까요.

이 때부터 메타는 AI 연구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2016년 내놓은 파이토치. 오픈 소스 AI 프레임워크인 파이토치는 많은 AI 개발자들이 사용하고 있어요.

오픈소스 LLaMA로 LLM도 이끄는 메타
메타 퀘스트3 상상도. <사진=하이퍼웨어>
메타는 AI 개발에서도 기본적으로 오픈소스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오픈AI 나 구글처럼 비공개로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내용을 전부 공개한다는 뜻이에요.

최근 스태빌리티AI 가 공개한 오픈소스 RLHF 언어 모델 챗봇인 스테이블 비쿠나(StableVicuna)도 LLaMa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어요. 우리가 챗GPT 를 사용했을 때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RLHF(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인데요. 스테이블 비쿠나는 이런 RLHF 방식을 사용한 유일한 오픈소스 챗봇이에요. (혹시 챗GPT 처럼 한번 써보고 싶으시다면 여기로)

쉽게 말하자면 챗GPT 같은 것인데 모델이 누구나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공개되어있다는 뜻. 물론 이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다른 얘기랍니다.

올해는 메타에게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2020년 나온 보급형 VR/MR 헤드셋 메타 퀘스트2 의 후속제품인 메타 퀘스트3 가 올해 하반기에 나오거든요. 가격은 메타 퀘스트2 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텐데 애플의 MR 헤드셋이 공개되면서 메타의 퀘스트 제품 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요.

언어모델 중심의 AI 판도는 바뀔 수 있다
최예진 교수. <사진=TED>
허준이 교수님과 함께 ‘맥아더상’을 받은 최예진 워싱턴대 교수님이 최근 ‘ Why AI Is Incredibly Smart — and Shockingly Stupid(왜 인공지능은 정말 똑똑하고, 충격적으로 멍청한가)’라는 제목으로 TED에서 강연을 했는데요. 이 강연은 지금의 인공지능이 인간에 비해 ‘상식(Common Sense)’을 결여하고 있고 지금의 ‘거대 언어모델’만으로는 AI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담고 있어요. 이 내용은 메타AI 의 얀 르쿤 교수가 ‘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 했던 말 이기도 해요.

인터넷 상의 대량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거대한 모델로 학습시키는 ‘챗GPT’는 지금 가장 진보한 AI 로 불리고 있죠. 그리고 실생활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구요. 그 원리는 텍스트의 다음 단어를 예측해 내는 것. 이 때문에 초거대 AI 가 만능인 것 같은 인식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메타AI의 LLaMA 가 70억~650억개 매개변수를 가지고 좋은 성능을 내면서 매개변수를 키우는 경쟁은 이제 줄어든 것 같아요. 오픈AI 의 샘 올트먼 CEO도 본인도 모델의 크기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죠.

이것은 지금 AI 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생각되는 LLM 이 언제든 다른 AI 에 의해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에요. AI 라는 거대한 판에서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들의 활동들을 관심있게 지켜봐야하는 이유입니다!

메타는 여전히 미국에서 많은 미움을 받는 기업이에요. 2021년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 사태 이후 여전히 메타의 평판은 바닥. 메타버스 기업이 되겠다고 회사명도 바꿨지만 정작 주가는 크게 폭락했죠.

그러나 메타가 드라마틱하게 반전을 만드는 것을 보면 마크 저커버그라는 강력한 창업자의 힘을 인정할 수 밖에 없어요. 지금의 스토리를 만든 것은 2013년 저커버그가 시작한 AI 에 대한 투자 덕분이었어요. 10년에 가까운 투자가 메타버스와 연결되면서 지금의 반전을 만들었어요.

이런 반전의 서사는 지금 메타가 장기간 투자하고 있는 ‘메타버스’도 언젠가는 성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메타 주가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오를까요? 글쎄요? 저는 지난해만 해도 메타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

미라클러님! 한 주를 힘차게 출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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