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에 날아온 해외 편지?… 한국 간호사들 '135개국 찬스' 꺼냈다
간호법 제정안의 운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에 달린 가운데, 대한간호협회가 '135개국'에 회원을 둔 국제간호협의회의 간호법 제정 촉구 서한을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대한간호협회는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민원센터를 방문해 국제간호협의회(ICN) 파멜라 시프리아노(Pamela Cipriano)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는 서신을 제출했다. 여기엔 간호법을 제정해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 골자로 담겼다. ICN은 세계 135개국 약 2800만 명의 간호사와 각국의 간호협회를 대표하는 조직이다.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가 50만 명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56배 큰 군단의 지지를 등에 업은 셈이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파멜라 회장은 서신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께 편지를 쓰게 돼 영광"이라면서 "항상 대한민국 간호사들에게 많은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UN(국제연합)과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미래의 보건의료 요구,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와 보편적 건강 보장의 달성을 위해 보건의료 시스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간호사의 교육, 리더십 및 간호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해 이를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간호사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 설계한 간호법의 정당성을 어필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파멜라 회장은 특히 "세계 각국에선 인구의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인해 전문가로서 간호사의 중요성을 인식해 90여 개국에서 간호법을 제정했다"며 "수준 높은 간호와 환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은 1923년에, 영국은 1939년에, 일본은 1948년에 간호법을 제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파멜라 회장은 간호법이 없는 국내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경우 별도의 간호 단독법 제정 없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를 포함한 포괄적인 법률인 의료법으로 간호사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간호법은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간호사의 채용과 근속을 개선하며, 명확한 규제 및 교육 기준과 절차를 수립하고, 적절한 근무 환경을 보장하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신에서는 간호법에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그는 "간호법은 국제간호협의회가 수립되는 데 도움을 줬으며, 제74차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에서 만장일치로 지지한 '2021~2025년 간호 및 조산을 위한 글로벌 전략 방향(Global Strategic Directions for Nursing and Midwifery 2021~2025)'에 명시된 조치를 이행하는 훌륭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미국 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언급한 내용도 인용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19세기 후반부터 미국 선교사들이 한국 여성들을 교육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여성들은 교육·미디어·의료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 진출할 수 있었다"며 "대한민국 간호는 이 시기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해 이제는 높은 수준을 갖춘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간호에 대한 법적 토대를 제공하는 간호법은 (제정되지 않아)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파멜라 회장은 "올해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5월 12일) 203주년을 맞이하는 해이자 한국에서 간호가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라면서 "이 뜻깊고 역사적인 순간에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간호 돌봄 서비스를 헌신적으로 제공해 온 간호사들에게 간호법 제정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하사해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윤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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