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갑질’ 10명 중 4명은 “계약서 작성도 못해”

직장 내 계약 관련 피해 가운데 10명 중 4명 이상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하더라도 계약서를 받지 못해 피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 갑질 119가 근로기준법 제정 70주년을 맞아 최근 3년 동안 접수된 계약 갑질 제보 637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오늘(8일) 밝혔습니다.

지난 2020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계약 관련 피해 사례 637건 중 근로계약서 작성하지 않거나, 받아내지 못한 사례는 총 281건으로 44%를 차지했습니다.

또, 계약서에 노동관계법률을 위반한 조항이 삽입된 ‘갑질계약서’ 피해도 191건(30%)에 달했습니다.

이어 거짓·과장광고 등 채용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경우가 138건(21.7%)을 차지했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만 도급 계약서 작성으로 ‘위장 프리랜서’ 피해 사례도 128건(20%)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계약 피해사례자들의 발언도 나왔습니다.

한 학원에서 국어 강사로 근무한 A 씨는 매일 학원의 단톡방을 통해 수업 외 업무 지시를 받았고, 학원 측으로부터 “인사 조치를 하겠다”는 등의 협박성 지시도 받았지만, 노동청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방송국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B 씨 역시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계약서에 정해진 업무 이상을 요구받았고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사례 분석을 진행한 김기홍 노무사는 “근로관계 성립의 전제이고, 기본적인 권리·의무 발생의 근거가 되는 근로계약서를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 작성하지 않고 있다”며 “채용과정에서 사용자들의 ‘계약 갑질’로 인하여 계약서를 둘러싼 법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에게 위탁이나 도급, 위임, 프리랜서 계약서 등 다양한 형식을 지닌 계약서 작성을 강요함으로써 노동자성을 지우는 손쉬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문제 개선을 위해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김유경 노무사는 “형식에 불과한 계약서를 근로자성 부정의 유력한 근거로 삼는 노동행정에 문제가 있다”며 “결국 근로자들 스스로 근로자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것에서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증명 책임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석혜원 기자 (hey1@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