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에 ‘썩은 물’ 끼얹기…올챙이 못 되고 집단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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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두꺼비) 알들이 올챙이로 되도 못하고 다 죽어뿟다이가. 쯧쯧."
두꺼비들을 추적·관찰하는 '온천천네트워크'와 '생명그물'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같은달 6일 암컷과 수컷 두꺼비 17마리를 이 연못에서 700여m 떨어진 또 다른 생태연못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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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으로 반년 새 죽음의 연못 돼
“구정물에도 5년간 산란지 또 찾아와”
“에휴, (두꺼비) 알들이 올챙이로 되도 못하고 다 죽어뿟다이가. 쯧쯧.”
지난 4일 아침 부산시 연제구 한양아파트 앞 온천천. 생태연못을 지나던 주민 박아무개(75)씨가 혀를 찼다. “올해 초에 공사한다고 굴삭기가 연못 근처를 파드라고. 설마 했는데 결국 연못 물이 썩어뿟다. 갈 데가 없어서 겨우 여기에 둥지를 튼 금마들(두꺼비)은 우짜라고.”
연못 앞에는 2m 높이의 거푸집들이 성벽처럼 길게 세워져 있고, 연못 바로 옆에는 하수 저장시설물이 땅에 반쯤 파묻어진 상태였다. 부산시 건설본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생태연못을 포함한 온천천 1.6㎞ 구간에 낡은 오수관을 정비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꺼비들이 산란처로 이용했던 이 연못은 오염된 상태였다. 연못 수위가 낮아지고, 물 표면에는 얇은 기름 막이 떠다녔다. 물 위에 있는 소금쟁이들과 날파리 등을 빼면 연못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연제구에서 어린 두꺼비의 이동을 도우려고 설치한 야자수 껍질 보행 매트도 군데군데 끊어지고 더러워졌다. 연못 바닥의 흙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흙을 퍼내자 하수 냄새 등 역한 냄새가 주위로 퍼졌다.
온천천 두꺼비가 이 연못을 산란처로 삼은 지 5년째다. 도시 개발로 자취를 감췄다가 2018년 5월 갑자기 온천천에 나타난 두꺼비는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대표적 환경지표종이자 기후변화지표종인 두꺼비가 나타난 것은 온천천 생물 다양성과 건강성 등 생태환경이 건강하다는 뜻이라서다. 환경단체는 해마다 이 연못에서 아기 두꺼비 로드킬(동물 찻길 사고)을 막기 위한 활동을 했다. 연제구도 지난해부터 생태통로를 설치하고, 두꺼비 서식처 보존 방안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꺼비들은 산란기를 맞은 지난 3월, 연못이 오염됐는데도 5년 동안 알을 낳았던 이 연못을 찾았다.
두꺼비들을 추적·관찰하는 ‘온천천네트워크’와 ‘생명그물’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같은달 6일 암컷과 수컷 두꺼비 17마리를 이 연못에서 700여m 떨어진 또 다른 생태연못으로 옮겼다. 옮겨진 두꺼비들은 그곳에서 알을 낳았고, 알들은 현재 올챙이로 부화해 앞·뒷다리가 대부분 자라난 상태다. 꼬리가 사라지면, 이들은 이달 안에 모두 뭍으로 떠난다.
환경단체의 보호를 받지 못해 예년처럼 오염된 연못에서 두꺼비가 낳은 알들은 모두 부화하지 못하고 죽었다. 연제구 온천천관리사무소 쪽은 “공사 과정에서 생태연못이 훼손돼 물이 새어 나갔다. 연못 물이 마르기 시작했고, 공사 여파까지 더해져 연못 자체가 오염됐다. 업체 쪽에 원상복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공사 시행청인 부산시 건설본부 토목시설부 토목2팀 관계자는 “생태연못 한 곳이 훼손된 것은 알고 있다. 두꺼비 관련은 연제구가 담당하고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것 말고는 특별하게 공사 때문에 오염된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 여름 장마철이 다가와 공사를 서두르고 있고, 이달 안에 훼손된 연못 보수작업에 나서 복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현 부산환경회의 대표는 “훼손되고 오염된 두꺼비 산란처에 대해 ‘원상복구만 하면 된다’는 식의 부산시 건설본부의 인식이 안타깝다. 부산시는 두꺼비 안내판만 설치할 것이 아니라 두꺼비의 생태적 중요성과 보전, 보호에 대한 교육 등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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