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왕이 되긴 했는데…찰스 3세의 고민

황경주 2023. 5. 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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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영국에서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열렸습니다.

올해 73살, 거의 평생을 왕세자로 살아온 찰스 3세가 드디어 왕좌에 오른 건데요.

시대착오적인 왕실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찰스 3세 시대가 풀어가야 할 과제를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짚어봅니다.

영국 역사상 최장기 왕세자, 찰스 3세가 드디어 왕관을 썼네요.

[기자]

현지시각 6일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열렸습니다.

9살이던 1958년 왕세자로 정식 책봉된 뒤 무려 65년 만에 찰스 3세가 영국 국왕이 된 겁니다.

70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대관식에는 각국 정상급 인사와 왕족 등 2천여 명이 초청됐습니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영연방인 캐나다와 호주의 총리도 자리를 빛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죠.

이로써 찰스 3세는 영국과 영연방 14개국의 정식 군주가 됐습니다.

[찰스 3세/영국 국왕 : "그의 이름으로, 그리고 그의 본보기로, 나는 섬김받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해 오는 것입니다."]

[앵커]

요즘 시대에 왕관, 군주 이런 말이 참 어색하게 들리는데요.

영국 왕실도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서 왕실 현대화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죠?

[기자]

찰스 3세는 즉위한 뒤 줄곧 좀 더 현대적이고 친숙한 왕실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 대관식에서는 다문화, 다종교 사회로 변한 영국의 모습을 반영해 다른 종교 성직자들도 초청됐고, 찰스 3세는 모든 종교와 신자가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역대 처음으로 여성 사제가 성경을 낭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영국 왕실의 '흑역사'라고 볼 수 있는 과거 노예제 조사에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영국 왕실에서 이런 발표를 한 건 처음입니다.

기후 변화와 친환경 화두에도 신경쓰는 모습이었는데요.

대관신 초청장은 재생 종이로, 성유는 동물 친화적으로 만들었고, 찰스 3세의 부인, 커밀라 왕비의 왕관은 1911년 대관식 때 메리 왕비가 썼던 것을 다시 사용했습니다.

[앵커]

왕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관식이 열리기 직전에 군주제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면서요?

[기자]

왕실 제도를 유지하는 게 기본적으로 많은 세금이 드는 일이죠.

찰스 3세의 대관식은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때보다는 간소하게 치러지긴 했지만, 그래도 1억 파운드, 우리돈 1천6백억 원이 넘게 들어간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근 영국에서 고물가와 이로 인한 임금 시위가 이어지는 점을 생각하면, 시선이 곱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국 시민 : "저는 그렇게 사치스러운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다는 게 어리석다고 생각해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영국민 절반 이상은 대관식 비용을 정부가 부담해선 안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왕실이 직접 내라는 거죠.

또 이번 대관식을 계기로 영국에선 오늘, 월요일까지 공휴일로 지정이 됐는데, 이렇게 휴일이 추가되면서, 레저를 제외한 다른 산업은 타격을 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의 5월 GDP가 대관식 때문에 0.7%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앵커]

영국 본토 분위기도 이런데, 영연방에서는 분위기가 더 좋지 않을 것 같아요.

[기자]

영연방을 겨우 묶어 왔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군주제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이죠.

오히려 이번 대관식이 군주제에 탈퇴 움직임을 가속화 하는 모양새입니다.

영연방인 뉴질랜드에서는 아예 독립 얘기가 대놓고 나왔는데요.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는 찰스 3세 대관식 참석을 위해 떠나는 자리에서 "궁극적으로 독립 국가가 돼야한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호주에서는 이번 대관식에 맞춰 "군주제가 아닌 민주주의"라는 글씨가 적힌 티셔츠가 팔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수십 년을 기다려 겨우 왕이 됐는데, 찰스 3세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네요.

[기자]

영국 왕실을 단순히 경제적, 시대 흐름적인 차원에서만 바라보긴 어려울 겁니다.

그 자체가 영국의 소프트파워이고, 영연방이 축소된다는 건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입지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찰스 3세에게 남은 과제는 왕실의 존재 이유를 찾고, 아들 윌리엄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줄 수 있는 토대를 닦는 일이라는 관측입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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