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검토도 안 해”…중대재해법 유죄에 전문가들 ‘우려’
전문가들 “법리 검토도 없어”
중소기업 중형 선고 ‘우려’ 제기
경영계 “중대재해법 개정해야”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8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법 위반 사항과 사망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어떻게 인정될 수 있는지 논란이 많았다”며 “1, 2호 판결은 자백으로 인해 법원이 정밀한 논증 없이 인과관계를 쉽게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분석 전문가 회의’에서 “추후 인과관계를 적극적으로 다투는 사건에서 법원 판결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원에서는 최근 온유파트너스와 한국제강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판결이 잇따랐다.
법원은 앞서 요양병원 증축 현장에서 하청근로자가 추락사한 사고와 관련해 원청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1호 판결)했다. 철강 제조공장 하청근로자가 방열판에 깔려 숨진 사고에서는 한국제강 대표를 징역 1년에 처하고 법정구속(2호 판결)하기도 했다.
경총은 이날 전문가 회의를 통해 1, 2호 사건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대표들이 혐의를 인정하면서 사업주의 의무 위반과 사망사고 간 인과관계 성립 여부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두 사건 모두 공판은 단 한 차례만 진행됐다.
형사처벌의 핵심 요건인 범죄사실 인정 여부에 관한 합리적 근거도 부재하다는 것이 경총의 설명이다.
경총은 “1, 2호 사건 모두 대표이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위반과 사망사고 발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근거나 논리를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려면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위반→산업안전보건법상 구체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사망의 결과 발생’이 성립돼야 한다.
그러나 공소사실을 보면 원청 대표이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위반이 하청업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작업계획서 미수립 등)과 사망사고 발생에 어떠한 영향을 줬는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 경총의 지적이다.
최근 판결이 원청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이행 범위를 확대해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총은 “수사기관(노동청·검찰)이 하청업체가 산업안전보건법상 해야 할 구체적 안전조치를 원청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로 잘못 이해해 기소했고 법리 다툼 없이 판결이 내려졌다”며 “하청근로자에 대한 안전대 지급 등의 의무이행 주체는 하청업체 사업주이지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준수 할 의무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이번 판결처럼 검찰의 공소사실이 그대로 인정되면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 위주의 무거운 형벌이 선고될 것을 우려했다. 과도한 처벌 규정으로 무거운 형량이 선고되는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형사처벌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날을 세웠다.
경총은 “1호 판결 외에 향후 재판이 예정된 12건(삼표산업 제외)은 모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중소 건설업체”라며 “향후 법 준수 대응능력이 미비한 50인 소규모 기업은 사망사고 발생 시 대표이사가 형사책임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이날 “1, 2호 판결은 피고인이 자백을 하다 보니 법적 다툼이 없어 법원에서 사실상 검토를 하지 않았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에 너무 많은 허점이 보이고 유죄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이것에 꿰맞추기 위한 논리 전개를 했다는 느낌이 확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유·무죄가 다퉈지지 않으면 고용부의 자의적 수사와 검찰의 기소가 남발될 우려가 높다”고 내다봤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안전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중한 처벌이 부과되지 않도록 법 적용 시기를 추가로 유예하는 등 정부가 하루빨리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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