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로의 품에서 최승태 코치의 품에서 그리고 팬들 앞에서, ‘멋진 울보’ 양희종은 정말 뜨겁게 울었다 [KGC V4]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3. 5.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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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울보' 양희종이 정말 뜨겁게 울었다.

그러나 양희종과의 '뽀뽀' 공약을 지키고자 한 변준형,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한 형을 아쉽게 보내기 싫었던 오세근 등 최고의 동료들이 맹활약, 혈전 끝에 통합우승을 선물했다.

KGC의 프랜차이즈 스타, 그리고 원 클럽맨, 최초의 '영구결번' 양희종은 이렇게 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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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울보’ 양희종이 정말 뜨겁게 울었다.

안양 KGC는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 100-97로 승리, 결국 2번째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종료 3.4초를 남긴 상황. 김상식 KGC 감독은 벤치에 있는 양희종을 호출했다. 오른 어깨 부상으로 6차전부터 나설 수 없었던 그였지만 수장은 은퇴를 앞둔 노장의 ‘라스트 디펜스’를 지켜줬다.

남자 중의 남자, 양희종도 결국 울보가 됐다. 사진(안양)=김영구 기자
김 감독은 경기 전 “정말 치열한 게임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는 (양)희종이를 코트에 세울 생각이다. 희종이에게 당연히 해줘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7차전은 KGC가 이기든 패하든 양희종에게 있어 선수로서의 마지막 경기였다. 2007년부터 KGC만을 바라본 그는 이번 봄 농구에서 익숙한 코트가 아닌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막판에는 부상으로 인해 뛰고 싶어도 뛸 수가 없었다. 이미 은퇴를 예고한 상황에서 7차전을 가만히 지켜만 본다는 건 양희종은 물론 지켜보는 모든 이가 아쉬워할 일이었다. ‘식버지’는 이 모든 걸 이해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SK의 마지막 공격 상황에서 양희종을 투입했다. 오른팔을 고정하고 있었던 부목도 뺀 채 코트에 선 그였다. 정상 플레이는 할 수 없어 상대 코트로 일찍 넘어가 있었다. 그리고 경기가 종료된 후 천천히 동료들에게 걸어가며 하나가 됐다.

양희종은 6차전을 앞둔 상황에서 “나도 나이를 먹은 것 같다(웃음). 젊었을 때는 내적으로 강한 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괜히 약해지는 것 같다. 나 혼자 울컥한 기분이다”라며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충분히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승을 못 한다면 물론 아쉬울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길고 또 잘해왔기 때문에 걱정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밀려 있었던 KGC였다. 양희종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그날 후배, 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양희종과의 ‘뽀뽀’ 공약을 지키고자 한 변준형,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한 형을 아쉽게 보내기 싫었던 오세근 등 최고의 동료들이 맹활약, 혈전 끝에 통합우승을 선물했다.

동생들의 뜻과 의지에 감동한 것일까. 양희종도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기도 전부터 대릴 먼로의 품에서 눈물을 훔쳤다. 오마리 스펠맨의 앤드원 플레이에 참아왔던 감정이 터진 듯했다. 결국 통합우승이 결정되면서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고 최승태 코치와 함께 뜨겁게 울었다. 우승 행사 후 팬들 앞에 섰을 때도 쉽게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울고 말았던 양희종이다.

양희종은 KBL 최고의 터프 가이다. KBL은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가장 격한 몸싸움을 즐긴 파이터였다. 그래서인지 눈물이란 단어를 그에게서 떠올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양희종 역시 ‘마지막’이란 다르게 다가온 듯했다.

KGC의 프랜차이즈 스타, 그리고 원 클럽맨, 최초의 ‘영구결번’ 양희종은 이렇게 끝을 알렸다. 마지막 경기에서 통합우승을 해내며 KBL 역사상 가장 멋지게 은퇴했다. 모든 것이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드라마와 같았다.

[안양=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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