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선언과 9·19 합의의 데자뷔…성급한 샴페인 아니길 [취재파일]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2023. 5. 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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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이 지난달 대북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인 워싱턴 선언을 공표했습니다.

워싱턴 선언도 북한이 위축돼 핵과 미사일을 내려놔야 확장억제의 성공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한미의 강화된 대북 확장억제인 워싱턴 선언도 북한이 미국의 핵우산에 위축돼 핵을 내려놓아야 성공합니다.

그래서 지난달 27일 국방부 백그라운드 브리핑 때 기자는 국방부의 확장억제 핵심 책임자에게 "한미 정상들의 선언을 북한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은가"라고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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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이 지난달 대북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인 워싱턴 선언을 공표했습니다. 한미가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창설해 미국의 핵전력 정보를 공유하고, 핵우산의 기획과 실행에 한국이 참여한다는 내용입니다. 또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인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기항을 정례화하기로 했습니다.

대통령실을 필두로 정부와 여당은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미국 측의 부인으로 맥이 빠지기는 했지만 사실상의 핵 공유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을 획기적으로 제어할 수단을 확보한 것 마냥 흥분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5년 전 남북이 9·19 군사합의를 체결했을 때도 지금과 분위기가 비슷했습니다. 육해공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비무장지대와 서해 NLL 일대의 위험 요인을 제거하기로 한 남북의 합의에 당정청은 사실상의 불가침 조약이라며 샴페인을 터뜨렸습니다.

워싱턴 선언과 9·19 군사합의 모두 상대적인 조치입니다. 북한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성패가 달렸습니다. 9·19 합의는 당정청의 성급한 환호가 무색하게 북한의 잦은 도발로 5년도 안 돼 깨졌습니다. 워싱턴 선언도 북한이 위축돼 핵과 미사일을 내려놔야 확장억제의 성공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이렇게 미리 환호할 일이 아닙니다.
 

낯 뜨거웠던 2018년 9월의 자화자찬

▲ 2018년 남북이 9·19 군사합의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9·19 군사합의는 일종의 군축, 군비 통제입니다. 9·19 합의에 앞서, 역사적으로 군비 통제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은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와 시나이 협정입니다. CSCE는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 35개국이 1975년 체결해 1990년대까지 훈련 사전 통보, 군 인사 교류의 폭을 조금씩 넓혔습니다. 시나이 협정도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1974년 1차, 1975년 2차로 확대하며 비무장 완충지대를 확대했습니다.

유럽과 중동의 체제는 한걸음씩 신뢰를 쌓으면 한 계단씩 군비 경쟁을 완화하는 시간 싸움을 벌여 완성했습니다. 이렇듯 군비 통제는 문서의 괄목할 내용이 아니라, 성실하고 완전한 이행으로 결과가 나옵니다. 하지만 북한은 2019년 11월 23일 창린도에서 해안포를 사격함으로써 서명 1년 만에 9·19 합의를 위반했습니다. 작년 말 무인기 영공침범 사건까지 합치면 북한의 공식적 위반 총 17회에 달한다고 국방부는 설명합니다.

남북이 그동안 체결한 합의서만 해도 240건이 넘고, 이 가운데 군사 분야는 12건으로 대부분 9·19 합의만큼 내용은 훌륭합니다. 다만 모든 합의가 단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9·19 합의는 불가침 조약"이라는 자화자찬은 참 무모했습니다.

워싱턴 선언에 북한은 핵을 내려놓을까


확장억제도 특정 상대를 겨냥한 정책입니다. 한미의 강화된 대북 확장억제인 워싱턴 선언도 북한이 미국의 핵우산에 위축돼 핵을 내려놓아야 성공합니다. 워싱턴 선언이 면밀하게 준비됐다면 한미는 강화된 확장억제에 북한이 어떻게 행동할지 정밀하게 시뮬레이션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달 27일 국방부 백그라운드 브리핑 때 기자는 국방부의 확장억제 핵심 책임자에게 "한미 정상들의 선언을 북한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은가"라고 물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 생각을 여기에서 어떠할 것이라고 가정해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미의 강화된 확장억제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검증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워싱턴 선언이 작동해 북한이 핵을 접을지 현재로서는 불명확합니다.

또 확장억제나 핵우산은 미국의 오래된 동맹정책 중 하나입니다. 물론 한국도 미국의 전통적 확장억제 대상국이고, 한미의 확장억제 방법론은 계속 고도화되는 중입니다. 북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북한이 핵을 쓰면 미국도 핵을 쓴다는 것을.

그럼에도 북한은 핵을 쥐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핵을 내려놓지 않으면 워싱턴 선언의 완전한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토식 핵공유보다 실효적 확장억제", "SSBN 전개는 사실상 전술핵 재배치", "사실상의 핵 공유", "자체 핵무장보다 더 큰 이익", "한미의 핵 파트너 도약" 등 대통령실과 당정에서 나오는 자찬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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