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의 허리보다 야수의 ‘손과 발’···두산은 수비가 더 아팠다
지난 7일 잠실 LG-두산전. 표면적인 승부는 선발투수로 갈렸다. 또 홈런으로 갈렸다. 두산 선발 곽빈이 2회 1사후 허리 통증으로 자진 강판하면서 두산 벤치는 당초 준비했던 경기 계획을 전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 사이 LG는 박동원의 홈런 2방과 외국인타자 오스틴 딘의 3점홈런으로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선발투수의 부상 같은 돌발 상황과 그날따라 감이 좋은 타자로부터 뿜어져나오는 소나기 홈런 등은 경기에 잠재돼있는 일종의 변수다. LG 벤치에서도 이날 선발 라인업을 짜면서 홈런 3방을 계산에 넣어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산은 이날 LG전에서 1-11로 대패했다. 두산은 경기 결과와 함께 일어난 여러 변수보다 경기를 지탱하는 계산 가능한 ‘상수’에서 LG에 밀린 것이 아팠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 벤치에서도 더더욱 곱씹을 대목이었다.
이날 곽빈은 1회부터 좋지 않았다. 올시즌 개막 이후 유지한 구위와 제구와는 다른 피칭을 했다. 직구 구속이 2~3㎞ 주저앉는 데다 제구도 뜻대로 되지 않는지 투구 뒤 몸의 움직임이 많았다. 그렇게 LG 1번 홍창기, 2번 문성주는 모두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1·2루로 몰렸다.
흐름을 바꿀 기회였다. LG 3번 김현수의 타구가 유격수 땅볼로 연결됐다. 빠른 타구는 아니었지만, 타구 코스가 2루와 멀지 않았다. 타자 주자의 주력까지 감안하면 병살타로 이어질 만했다. 그러나 두산 유격수 이유찬이 타구를 잡아 2루로 접근하듯 움직이며 2루수 강승호에게 안전하게 언더 토스를 하는 과정에서 반박자가 더 소요되는 것으로 보였다. 강승호가 포스아웃 이후 1루 송구를 했지만, 병살까지는 딱 반박자가 늦었다.
LG 4번 오스틴의 희생플라이로 1-0이 된 뒤 다시 2사 1루. 이번에는 LG 5번 오지환의 우월 2루타가 터졌다. 거의 직선 타구로 날아가 원바운드로 담장을 때리는 빠른 타구. 타구가 담장에 닿을 때만 하더라도 1루주자 김현수가 홈까지 파고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두산 우익수 양찬열은 담장 맞고 나온 타구를 맨손으로 바로 쥐지 못했다. 한 차례 더듬는 동작에서 주자에게 몇 걸음을 더 줬다. 중계 플레이를 통해 이뤄진 홈 접전 상황은 세이프. 외야에서 시간이 지체된 만큼 송구는 늦었다.
두산은 1회 수비에서 1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차례 수비 장면을 통해 어쩌면 1점도 주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 2점을 먼저 빼앗겼다.
수비가 곧 실력이고, 팀내 경쟁력이던 시절에는 자주 나오지 않았던 장면. 두산에서는 수비부터 잘해야 야수들 사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적잖은 구단이 ‘야구 참 잘 한다’는 표현으로 두산 야구를 ‘추앙’할 때다. 새 시즌 두산은 이승엽 감독과 함께 새 출발 하며 단점을 바로 잡고, 기존 강점은 살려 가려하고 있다. 두산의 오래된 강점은 바로 수비였다. 쉽지 않은 숙제지만 황금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짚어볼 대목이다.
두산은 각팀 수비력을 들여다보는 지표 중 하나인 ‘수비효율(DER)’에서 최근 몇년 사이 내림세를 보인 끝에 다시 전환기에 서 있기도 하다. DER은 인플레이타구의 아웃 비율로, 투수 지표와 연동되는 측면이 있지만 야수들의 수비 범위 등을 읽을 수 있는 보편적 지표 중 하나로 통용되고 있다. 두산은 2019년만 해도 부문 지표에서 0.698을 찍으며 전체 1위였지만 이후 내림세로 접어든 뒤 지난해에는 0.679로 7위였다. 올해는 8일 현재 0.686으로 수치상 오름세지만, 순위로는 6위에 머물고 있다. 일종의 기로에서 지난 7일 LG전에서 과제를 재확인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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