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건설공사 현장에서 사망 산업재해 잦아…핵심 요인은 ‘공사비 후려치기’
건설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 사고의 73%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이 아닌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지역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사망한 176명 중 84명(47.7%)은 건설업 분야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연도별로는 2019년 67명 중 35명(52.2%), 2020년 53명 중 27명(50.9%), 2021년 56명 중 22명(39.3%)이 각각 건설업 노동자였다.
도가 2021년 건설업 분야 산재 사망자 22명이 발생한 공사 현장을 공사금액별로 분석한 결과,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하지 않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공사의 산재 사망자가 16명으로 전체의 72.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공사금액별로 보면 2000만원 미만 1명, 2000만∼1억원 미만 4명, 1억∼50억원 미만 11명, 50억∼120억원 미만 3명, 120억∼500억원 미만 1명, 500억원 이상 2명 등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2년 5월 충남지역 A군이 발주한 공사금액 규모 1억원 미만의 생활환경 개선공사장에서 노동자가 호안블록 안에 고인 물 속으로 추락해 익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같은 해 2월 B시가 발주한 5억원 미만의 토목공사에서는 건설기계 운전자가 정비하던 굴착기가 갑자기 작동하면서 몸이 동체에 끼며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충남도 내 시·군이 발주하는 소규모 건설공사의 상당수가 건설공사 설계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 감사위원회는 도내 15개 시·군이 2022년 하반기(7∼12월)에 발주한 공사금액 5000만원 이하 건설공사 1731건을 골라 ‘소규모 건설공사 설계기준’을 적용했는지를 점검했다. 앞서 충남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소규모 건설공사 설계기준’을 만든 바 있다. 이 기준은 도 사업 부서와 시·군이 공사비 등을 산정할 때 참고하도록 한 지침서로 소규모 공사 설계 요령, 공사 종류별 단가 산출서 등을 담고 있다.
이 점검에서 15개 시·군의 소규모 건설공사 설계기준 적용률은 4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 관계자는 “설계 기준을 충족했는지를 여러 가지 항목별로 조사한 결과, 절반 정도의 항목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건설공사 설계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적정 수준의 공사비가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런 경우 안전관리 부문에 대한 비용 투입이 줄어들고 이게 사고 개연성을 높이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사비 후려치기’가 사망 등 대형 산업재해로 이어진다는 게 도의 분석이다.
이처럼 소규모 건설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적정한 공사비가 반영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충남도는 상당수 시·군 담당자들이 업무 미숙으로 기준 자체를 모르거나, 예산에 공사비를 짜 맞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충남도가 지난 3월 관내 5개 시·군의 실무 공무원 2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규모 건설공사 설계기준 자체를 알지 못하는 비율이 1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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