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직공장 노동자 애환 서린 ‘뽕뽕다리’…48년 만에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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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서구 양3동 발산마을 앞 광주천에 놓인 '뽕뽕다리'엔 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
농촌에서 광주로 온 여성노동자들은 방값이 쌌던 발산마을 자취방에 살면서 뽕뽕다리로 출퇴근을 하며 인간다운 삶을 꿈꿨다.
광주 서구는 양3동 발산마을과 북구 임동 방직공장 터를 잇는 옛 '뽕뽕다리'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인도교(길이 65m, 폭 5m)를 완공해 11일 개통식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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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서구 양3동 발산마을 앞 광주천에 놓인 ‘뽕뽕다리’엔 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 뽕뽕 뚫린 원형의 구멍이 있어 ‘유공 철판’으로 불렸던 공사장 안전발판을 엮어서 만든 임시 교량이었다. 시민들은 뽕뽕 뚫린 구멍에서 착안해 임시 교량을 뽕뽕다리로 불렀다.
뽕뽕다리는 1960년대 후반 설치됐을 가능성이 크다. 일제강점기 때 산업시설인 종방(종연방적) 전남공장은 미군정에 귀속됐다가 전남방직공사를 거쳐 민영화(1951년)됐고, 전방·일신방직으로 분할(1961년)됐다. 조광철 광주역사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임동오거리에 전남도청 산하 광주토목관구가 있었는데, 1960년대 후반 지방하천이던 광주천에 임시 교량을 설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뽕뽕다리는 1970년대부터 발산마을 건너편 임동 전방·일신방직에 다니던 공장 여성노동자들이 자주 이용했다. 농촌에서 광주로 온 여성노동자들은 방값이 쌌던 발산마을 자취방에 살면서 뽕뽕다리로 출퇴근을 하며 인간다운 삶을 꿈꿨다. 조 학예실장은 “발산마을 주변 주민들이 방직공장의 의뢰로 기름과 먼지가 묻어 있던 광목을 광주천 흐르는 물로 세탁해 푼돈을 벌기도 했다”고 말했다.
뽕뽕다리는 1973년 인근에 발산교가 들어서면서 그 쓰임새가 줄었다. 그나마 1975년 광주천 홍수 때 폭우로 불어난 물살에 떠밀려 내려가 자취를 감췄다.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뽕뽕다리가 48년 만에 현대적으로 재현돼 다시 개통된다.
광주 서구는 양3동 발산마을과 북구 임동 방직공장 터를 잇는 옛 ‘뽕뽕다리’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인도교(길이 65m, 폭 5m)를 완공해 11일 개통식을 연다. 서구는 지난 2021년 착공해 구비와 시비 등 29억을 투입했다. 새 다리 바닥은 구멍이 뚫린 상판을 이어 제작됐고, 다리 벽면엔 둥근 창이 여러 개 달려 광주천에 비친 다리 풍경이 옛 뽕뽕다리 모습을 연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캐노피(햇빛 가리개)와 전망대, 야간 조명시설도 설치했다. 서구 쪽은 “옛 시민들의 기억이 담긴 이야기를 발굴해 개성 있는 다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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