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에 스무살 많은 직원과 "만나봐"… 직장 내 성희롱일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 상사가 신입사원에게 나이 많은 다른 직원과 사귀라고 거듭 얘기하면 직장 내 성희롱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이원중 김양훈 윤웅기 부장판사)는 국내 한 대기업의 여직원 A 씨가 상사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1심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대등한 관계가 아닌 상하 관계인 데다, 다른 사원들과 함께 있었던 자리에서 나눈 대화인 만큼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앞서 2021년 입사 4개월차였던 여성 신입사원 A 씨는 부서장 B 씨 등 3명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이 자리에서 B 씨는 A 씨에게 20살 연상 미혼 남성 C 씨와 만나보라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이날 두 사람은 처음 만났던 자리였다.

결국 이 사건은 회사에서 공론화됐고 사측은 두 사람을 분리 조치한 데 이어 B 씨에게 견책 3일 징계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이 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휴직까지 하게 됐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 씨가 상사라는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해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한 것으로, 남녀고용평등법이 금지하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봤다.

A 씨의 완곡한 거부 의사에도 돈이 많은 남성은 나이·외모 등 관계없이 훨씬 젊은 여성과 이성 교제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점에서다.

B 씨는 "노총각인 남성 동료에 관한 농담일 뿐 음란한 농담과 같은 성적인 언동을 한 거은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B 씨가 A 씨에게 충분한 사과를 했는지 의문인 데다 사내 징계가 이뤄진 점 등을 고려,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