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산케이 “한국이 다시 골대 옮길 수 있다”

“한일 관계는 국내 정치…정권 바뀌면 파기할수도”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윤석열 정부가 강제 징용 등 역사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일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을 두고 일본 극보수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한국이 또다시 골대를 옮길 수 있다”며 평가절하했다.

산케이 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7일 미야케 구니히코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 선임연구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안보 환경에서 한일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한국이 과거처럼 일본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이어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으로 12년 만에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복원된 것과 관련해 구니히코 소장은 “도쿄 전력의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 등 현안이 남아있지만 안보 협력을 우선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등 현재의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과 일본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중국에 대한 한국의 시각은 점점 현실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최근 외교 행보를 반겼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단기적이라도 양국 관계가 정상화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한일 관계가 모두 원만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는 90%가 국내 정치 문제”라고 전제한 그는 “한국 진보 세력은 50대가 주력으로 앞으로 20년은 더 활동할 것이고 앞으로 문재인 정권과 같은 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한일 간에 약속한 것을 파기하고 골대를 옮기는 사태가 반복될 것을 각오해야 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가 역사 문제 해결을 고집하지 않고 안보 문제를 중심으로 대일 협력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더라도 정권 교체에 따라 한국 정부의 외교 노선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방일을 앞두고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제 징용에 대한 ‘제3자 변제안’ 등을 두고 “나중에 구상권 행사로 이어지지 않을 만한 해결책을 내놨다”면서 “그러한 부분(정권교체 따른 징용 문제 재점화)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니히코 소장은 “한국 내에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이라며 “앞으로는 반미, 친북의 환상을 가지지 않은, 현실적인 젊은이들이 자라날 것인 만큼 지금 한일 관계를 구축하는 포석을 놓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기시다 총리가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새로운 사과를 하지 않고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징용 문제에 대해 개인 의견을 전제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들이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은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발언했다.

이같은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기시다 정부가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사과를 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구니히코 소장은 이전 정부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