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에 민주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도 못 미치는 수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정교하게 준비된 언어… 미봉적 표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 관련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전날 기자회견 발언에 관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어떻게 들었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한일 관계 역사성 속에서 기존에 진행됐던 수준이 있지 않나”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진행됐던 수준에 달하지 않은, 흔히 이야기하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수준에도 달하지 않는 수준에서 정교하게 준비된 언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98년 발표된 한일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오부치 총리대신은 금세기 한일 양국관계를 돌이켜보고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 확대회담을 마친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당시 어려운 환경 아래 다수의 분들께서 대단히 힘든 그리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미래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일본 총리로서의 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가 개인 입장을 전제로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보였다. 이어진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해당 사안을 재확인한 국내 기자의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가’라는 질문에도 “당시 힘든 경험을 하신 분들에 대해 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기시다 총리는 답했다.

지난 3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서 ‘주체’나 ‘대상’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확한 사죄나 책임 인정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김 정책위의장의 비판으로 해석된다. 그때나 이번이나 기시다 총리가 ‘사죄와 반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이유도 커 보인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전보다는 공감이나 위로의 뜻이 담긴 진전된 유감 표명으로 볼 수 있지 않냐는 얘기도 많지 않나’라던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다”면서도,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의 수준에 달하지 않는 미봉적 표현을 준비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도 지난 7일 브리핑에서 “기시다 총리의 반성과 사과 역시 없었다”며 “강제성에 대한 인정 또한 없었다”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얼버무림’으로 규정하고 “개인의 생각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