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인사 · 경제 · 외교 평가 왜 나쁜지 살펴야

양재찬 편집인 2023. 5. 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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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나아진 게 안 보인다
취임 1주년 맞은 윤석열 정부
국정수행 지지도 30% 턱걸이
외교부터 민생까지 기대 밑돌아
성과와 한계 냉정히 돌아 봐야
대통령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여론조사가 윤 정부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집권 1년의 성과와 한계를 냉정히 돌아볼 때다.[사진=뉴시스]

정치와 정부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삶을 보다 낫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치가 선거 때 약속한 것처럼 얽히고설킨 갈등의 매듭을 풀어주길 바란다. 정부 정책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성과를 내는 동시에 오늘보다 밝은 미래를 밝히길 기대한다. 출범 1주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평가도 마찬가지다.

4월 마지막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간신히 30%에 턱걸이했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두배 많은 63.0%였다. 부정평가 사유로는 외교, 경제 · 민생 · 물가, 한일 관계 · 강제동원 배상 문제, 발언 부주의, 경험과 자질 부족 · 무능, 소통 미흡 등의 순서로 꼽혔다.

정부 출범 1년에 맞춰 경제 · 복지 · 교육 · 대북 · 외교 · 부동산 정책과 공직자 인사가 어땠는지 묻자, 7개 분야에서 모두 부정평가 비율이 높았다. 특히 공직자 인사와 경제 · 외교 정책 분야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60% 이상인 데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의 두배를 웃돌았다.

그만큼 고위 공직자 인사를 비롯해 경제정책, 외교 현안을 다루는 데 있어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정책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다른 기관이나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수치만 조금 다를 뿐 추세는 비슷하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1년간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는 데 전념해왔고, 의미 있는 성과를 일궈냈다"고 자평한 자료집을 내놓았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3일 '국정과제 30대 핵심 성과'라는 이름으로. 자료집은 시종일관 정부 시각에서 지난 1년을 평가했다.

30대 성과 중 첫번째로 꼽은 것은 노동개혁이었다. '노사 법치주의 확립' '노조 회계 투명성 기반 강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세간을 뜨겁게 달군 주 69시간 근로 허용 논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나 7대 정책 평가에서 낙제 점수를 받은 경제 · 민생 · 물가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역대 최고 수출을 이뤘다며 '세계 6위 수출대국 달성'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7개월째 수출 감소부터 14개월째 무역수지 적자 등 위험스러운 빨간색 경제지표는 제외했다.

온 국민이 힘들어하는 고물가도 언급하지 않았다. 47 대 27로 부정평가 응답이 많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부동산 규제 정상화 및 보유세 부담 완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 합리화'를 근거로 부동산 시장을 합리화했다고 강변했다.

외교 문제도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방치됐던 강제징용 문제 관련 대승적 해법을 발표했다"며 한일 관계 복원을 성과로 꼽았다. 그러면서 국민 다수가 굴욕적 외교로 혹평하는 것은 외면했다.

[※참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 강제징용 문제를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사과와 반성' 같은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심정'이란 단서를 달아 일본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언급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 이 때문에 기시다 총리의 발언이 국내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고로 정치권과 관료사회는 포장술에 능하다. 76쪽에 이르는 국정과제 성과 자료집에서 정부는 부족한 점을 한 줄도 적지 않았다. 5년 임기 정부가 그 첫 1년을 평가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자화자찬은 곤란하다. 미흡한 점도 털어놓고, 해나가야 할 숙제에 대한 시간표도 제시하면서 국민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여론조사에도 적잖은 답이 담겨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국정수행 지지도가 낮고 정책에 대한 부정평가 비율이 높으면 국정 추진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부정평가 사유로는 외교, 경제․민생․물가, 한일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 발언 부주의, 경험과 자질 부족․무능, 소통 미흡 등의 순서로 꼽혔다.[사진=뉴시스]

7개 정책 분야에서 부정평가 비율이 가장 높은 고위직 인사부터 다잡아야 할 것이다. 검찰 출신 편중에서 벗어나 민간에서 역량 있는 인물을 찾아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것이 옳다. 경제정책과 외교 전략에 대한 평가가 박한 만큼 경제팀과 외교라인의 물갈이가 필요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노동 · 연금 · 교육 개혁 등 3대 개혁을 강조했다. 3대 개혁이 성과를 내려면 개혁 청사진을 임기 중반 이전에 서둘러 제시하고 뚝심 있게 토론하고 설득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명분이 있어도 국민과 야당을 이해시키지 못하면 개혁을 실행하기 어렵다.

취임 초기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던 도어스테핑이 중단된 채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앞서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곤 했다. 국가안보 및 경제안보와 관련된 중요 사안을 국민에게 영어 인터뷰로 보게 해선 곤란하다. 국내 언론과 자주 회견하고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해야 정책 이해도 증진된다.

윤 대통령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속도를 더 내고, 변화의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집권 1년의 성과와 한계를 냉정히 돌아볼 때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겸손한 자세로 국정을 일신하기 바란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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