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정 현안마다 ‘마이웨이’···이재명과 만남 ‘0회’[윤석열 정부 1년]

김윤나영 기자 2023. 5. 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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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법률안·예산 등 야당과 극한 대치
야당대표와 만남 없어 협치실종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3월10일 당선 인사에서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1년간 이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인사·법률안·예산 등 주요 국정 현안마다 야당과 극한 대치를 반복해왔다. 윤 대통령이 제1야당 수장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것은 ‘협치 실종’의 단면을 보여준다.

마이웨이 인사

윤 대통령은 취임 1년간 14명의 고위 공무원 인사를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다. 박진(외교)·이상민(행정안전)·원희룡(국토교통)·박보균(문화체육관광)·한동훈(법무)·김현숙(여성가족)·박순애·이주호(교육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이원석 검찰총장, 김창기 국세청장, 김승겸 합참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을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야당은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제도를 형해화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해임을 건의한 박진·이상민 장관도 유임시켰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윤 대통령 미국 순방에서 ‘외교 참사’의 책임을 물어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지난해 12월에는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은 두 장관 해임을 거부했다. 대통령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는 헌정사상 세 번 있었다. 그중 두 번이 윤 대통령 임기 중에 일어났다.

시행령 통치 논란

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169석의 거대 제1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여소야대 상황에 부딪혔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받으려면 야당의 입법 협조가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은 입법 대신 ‘시행령 통치’라는 우회로를 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무부 산하에 신설한 인사정보관리단은 시행령 통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없앴다. 대신 민정수석실이 담당하던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권한을 새로 만든 법무부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에 맡겼다. 야당은 인사정보관리단 신실하면 법무부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러 ‘검찰공화국’이 완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인사정보관리단이 정부조직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신설된 것은 상위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법안 통과로 축소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도 시행령 개정으로 다시 확대했다. 행정안전부 산하에 경찰국을 신설하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을 우회해 시행령 개정 방식을 택했다. 야당이 경찰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경찰국 신설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정부의 시행령 통치가 위헌·위법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법안 거부권 정국 본격화

윤 대통령은 야당과 예산안·법률안을 두고도 강 대 강으로 대치했다. 639조원 규모의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은 지난해 12월24일 법정 처리시한(12월2일)을 3주 이상 넘겨 지각 처리됐다. 윤 대통령이 추진하던 행안부 경찰국 신설 예산을 깎으려는 야당과 이 대표가 추진하던 지역화폐·공공임대주택 예산을 깎으려는 여당이 대치했다. 특히 대통령실에서 준예산 사태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예산안 처리가 늦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정부가 추진하려던 각종 사업 관련 예산이 묶이고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한 관리비·인건비만 쓸 수 있지만 대통령실이 벼랑 끝 대치 전술을 쓴 것이다.

대통령이 야당이 통과시킨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일도 반복될 조짐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4일 과잉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행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국회법 개정안 이후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간호사 처우 개선과 지역사회 간호 등 내용이 담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간호법에 이어 야당이 추진하는 방송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방침을 세웠다. 야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하면 대통령이 거부하는 ‘정치 실종’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이재명과 만남 횟수 ‘0번’

윤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를 공식 초청해 만난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30일 새로 취임한 이재명 대표와 전화통화를 통해 “당이 안정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여야 당 대표들과 좋은 자리를 만들어 모시겠다”고 밝혔다. 이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 형식이 부담된다면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만남 형식으로라도 만나자고 수차례 제안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경쟁자였던 이 대표를 불편해할 뿐 아니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이유로 만남을 회피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1월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말로는 협치를 내세우면서 권력기관을 동원한 야당 파괴, 정적 죽이기에 골몰했다”고 비판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1년 안에 제1야당 대표와 회동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야당 대표와 만나 국정운영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거나 해외 순방 결과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야당 지도부를 초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야당을 적대시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9일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며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제1야당을 주사파로 매도하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19혁명 기념식에서도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선 절대 안 된다”며 “거짓 선동, 날조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를 세계 곳곳에서 저희는 많이 봐왔다”고 말했다. 야당은 “기념사가 아닌 선전포고문”이라고 반발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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