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는 누구나 한 명쯤 갖고 싶어 하는 ‘의사 친구’다”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누구나 의사 친구 1명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 비대면 원격진료로 그것이 가능해진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장(닥터나우 이사·36)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의사 친구'에 비유했다. 그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의사 친구가 있어 전화 한 통으로 간단한 진료나 건강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며 "국민 모두가 비대면 진료로 의사 친구를 둔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지난 3년간 한국에서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효용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시간 진료와 건강 관련 상담이 가능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닥터나우' 이사로 재직하면서, 원격의료산업 확장과 발전을 위한 단체인 협의회 회장까지 맡고 있다. 5월2일 그를 만나 원격진료 현황과 과제에 대해 들었다.
"감염병·경증 환자 위주로 1차 의료기관만 참여"
원격의료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 때부터 국가 정책에 관심이 많아 20대에는 고용노동부에서 청년 정책 관련 일을 하기도 했다. 10년 전 원격의료 논의가 있을 때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당시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다가 의사 파업 등으로 무산되는 걸 보고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원격진료 서비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24세 의대생(장지호 현 닥터나우 대표)을 만나게 됐고, 그가 가진 비전과 계획을 보고 확신이 생겨 합류하게 됐다."
닥터나우 창업에 동참하면서 사업 가능성을 예측했나.
"장 대표와 내가 동명인 것도 신기한데, 만남도 운명 같았다. 장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지역사회에서 상도 받고 유명해 존재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일을 보러 세무서에 갔다가 닥터나우 설립 업무를 보러 온 장 대표를 우연히 만나 친해졌다. 비대면 진료 사업 가능성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의사 친구'라는 포인트가 끌렸다. 내가 장 대표라는 의사 친구가 생겨 든든해진 것처럼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국민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3년간 서비스 순기능을 확인하면서, 협의회에서 업계 의견을 여야 의원들과 보건 당국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창업 시기와 코로나19가 맞물렸는데.
"2019년부터 준비해 2020년 중반에 서비스가 시작됐다. 코로나19 유행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심각' 단계의 위기 경보 발령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유·무선 전화나 화상통신을 활용해 의사 상담 및 처방이 가능한 서비스다. 누구든 휴대전화에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의사를 골라 신청하면 5분 내로 진료를 받고 해당 의사가 처방한 약을 배달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가 하향되면, 비대면 진료 서비스 전체가 일시에 중단되는데.
"당장 서비스 중단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 돼 있다. 국회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들이 나왔지만 과거로 회귀하는 내용들이고,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밑그림도 나오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비대면 진료 서비스 이용 실태는 어떤가.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가 시작된 2020년 2월24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가 있었고,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 87.8%가 '재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 서비스 이용자 현황을 보면,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 정점을 찍고 하향했다가 지난해 말부터 이용자 수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과 관계없이 국민 삶 속에 비대면 진료가 녹아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비율이 많이 높아지고 있다."
원격진료 서비스를 반대하는 이들의 우려는 어떻게 보나.
"10년 전 시도했던 원격진료 개념을 떠올리고,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과 안전성을 가장 걱정한다. 10년 전 버전은 시술과 수술을 포함한 개념이었고, 현재의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이나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들만 참여하고 있어 차이가 크다. 감기 환자가 왜 대학병원에 가겠나. 지난해 하반기 우리 서비스 이용자들 증상을 보면 코로나19(40.2%), 감기(30.8%), 피부염(19.5%), 통증(4.1%) 순이었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비대면 진료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 보조적 수단…국민 수요·효용성 확인"
안전성 우려도 큰데, 소아 등 직접 대면이 꼭 필요한 진료도 있지 않나.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일 뿐이다. 대면 진료가 가장 좋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밤중에 아픈데 응급실 갈 정도는 아닐 때, 소청과 진료 시간이 아닌데 아이가 아플 때 비대면 진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우리 서비스는 환자가 진료신청서를 작성하면 의사가 확인 후 진료 진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가 비대면으로는 진료가 어렵다고 판단해 대면 진료를 권고하는 비율이 전체 25%를 차지한다. 비대면으로는 상태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다. 3600만여 건의 비대면 진료 중 현재까지 의료 사고가 0건인 것은, 그만큼 의사들이 꼼꼼하게 진료를 했기 때문이다."
발의된 법안 대부분이 비대면 진료를 재진부터 허용하자는 내용인데.
"비대면 진료의 99%가 초진이다. 이미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해서 중요한 결과값을 얻었는데, 완전히 다른 정책이 설계되고 있다. 급하게 허용하면서 맹점이 있긴 했다. 이후 간담회를 통해 플랫폼 기업 가이드라인이 나왔고, 비대면 진료로 처방하면 안 되는 고위험군 약품에 대한 규제도 나왔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규제를 만들면 되지, 의료 취약지역이나 경증 환자 등 비대면 진료 대상을 한정해 새로운 버전의 정책을 만들어선 안 된다."
의사협회의 반대가 심한데.
"우리 업계는 의료계와 상생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의사협회와) 소통하고 싶다. 마찰 구도로 비치긴 하지만 의료진이 없으면 서비스를 할 수 없다. 걱정하는 분들 중 비대면 진료를 한 번도 이용 안 해본 분이 많은데, 의료기관이든 환자든 한번 이용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OECD 국가 중 현재 한국만 원격진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데.
"비대면 진료가 본격 시행될 만한 계기가 없었던 것 같다. 미국이나 중국은 땅이 넓고 의료시설까지 거리가 머니까 수요가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큰 계기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의료 취약지역은 방치돼온 것 같다. 코로나19가 비대면 진료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고, 3년간 3600만여 건의 진료를 통해 국민 수요와 효용성, 안전성이 모두 확인됐다. 상당히 오랜 기간 시범사업을 거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국가가 있다면.
"일본은 고령층이 많고 의료 접근성이 좋다는 점에서 한국과 흡사하다. 일본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후 재진부터 허용하는 법을 만들었고, 코로나19 때 한시적으로 초진을 허용했다가 수요를 확인한 후 아예 초진부터 가능하도록 법을 바꿨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의 앞으로 계획은.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국회 법안 통과는 당장은 어려울 것 같고, 복지부가 계획 중인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에 업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재는 협의회라서 제약이 있는데, 6~7월 법인으로 부처의 인가를 받아 시범사업 이해관계자로서 참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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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는 누구나 한 명쯤 갖고 싶어 하는 '의사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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