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미래’ 루이뷔통 패션쇼, 그리고 한강의 미래 [더 나은 세계, SDGs]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이 지난달 29일 서울 한강 잠수교에서 ‘2023년 프리 폴(Pre-fall)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패션쇼를 개최했다. 길이 795m 잠수교 전체를 런웨이 무대로 사용하며 국내외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루이뷔통은 앞서 프랑스 수도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등 역사와 미래(next)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공간을 택하여 이 같은 쇼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 때문에 이번 쇼의 개최지로 한강과 잠수교가 선정된 사실 자체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특히 간절기 패션인 프리폴 컬렉션을 처음 선보이며, 국내외 많은 언론에서 서울과 한강, 잠수교 등이 상징적인 곳으로 보도되었다.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자원이다. 보통 어느 나라에서나 최대의 도심으로 꼽히는 수도에는 강이 흐르는데, 그중에서도 한강은 폭과 길이가 유난히 넓고 긴 편이다.
영국 런던의 템스강은 폭 265m에 총 길이 346㎞, 프랑스 파리의 센강은 폭 200m 내외에 총 길이 776㎞, 이탈리아 로마의 테베레강은 폭 100m 미만의 총 길이 406㎞, 독일 베를린의 슈프레강은 폭 50m에 총 길이 398㎞, 러시아 모스크바의 모스크바강은 폭 150m에 총연장 503㎞, 스페인 마드리드 만사나레스강은 폭 40m에 총 길이 93㎞다.
서울의 생명 동력이자 환경 자원인 한강은 평균 폭 1.2㎞, 최대 폭은 무려 2㎞, 그리고 길이는 494㎞에 이른다. 아마존강 유역은 ‘지구의 허파’라 불리며 약 10만종이 넘는 무척추동물과 약 40만종이 넘는 식물이 산다. 전 세계 모든 식물과 동물의 약 10%가 서식하는데, 한강은 한국 생태계에서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한강 하구 습지보호 지역은 하굿둑이 설치되지 않은 자연 하구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멸종 위기종 등 수많은 겨울 철새들이 도래하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청정 환경 지역이다. 지난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며 국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생태계로 인정받기도 했다.
지난 몇년간 찾는 이들이 늘고 페스티벌 등 행사들이 연달아 개최된 한강 공원 일대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쓰레기가 많이 증가했다. 무엇보다 강물에 직접 오염물을 무단 방류하고, 쓰레기를 투척하는 사례도 크게 늘어서 한강 생태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21년 인천시가 연구기관에 의뢰해 지역 연안과 한강 하류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를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1㎥, 1㎏ 기준으로 한강 하류는 2.64개, 인천 연안은 1.68개가 각각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퇴적물 내 미세 플라스틱 평균값은 한강 하류 2323개, 인천 강화도 인근 564개, 인천 연안 962개 등으로 각각 조사됐다. 한강 하류 퇴적층은 오랜 기간 쌓인 쓰레기로 오염이 심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시됐는데, 하류에 있는 하수 처리시설 방류수와 주변 수역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UNEP)은 해양 쓰레기의 약 85%를 차지하는 플라스틱이 해양 및 생태계를 포함한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주된 요인이고 이를 분해하는 데는 약 100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분해 과정 중 해양 야생 생물을 질식시키고, 토양을 손상하고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등 최종적으로 인간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강과 같은 도심의 큰 강들은 미세 플라스틱 유입의 주된 통로로, 이들 강을 통해 해마다 약 8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 가 800종 이상의 생물이 극심한 영향을 받고 있다.
유엔과 전 세계 193개국이 2015년 출범시킨 SDG(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기후 대응, 토양, 바다 생태계, 물과 위생 등 인류의 모든 환경적 목표를 담고 있다. 한국은 이 목표를 설정하고 출범하는데 국제적으로 크게 기여했다. 2016년 HLPF(유엔고위급정치회담)에서 가장 먼저 SDGs 이행 사례를 제출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번 루이뷔통 패션쇼와 같은 세계적인 이벤트를 통해 한강과 서울을 알린 것처럼, 한강의 생태적 가치와 환경 보존의 의미를 SDG 이행 활동을 통해 확산해나가고 알려지길 기대해본다.
김문주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moonju@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협의 지위 기구 및 유엔환경계획 옵서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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