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타이완 사태가 무르익기 전에 한국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첫 번째 순서로 우리가 경제적으로 타이완 사태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이야기해 봤는데(▶ 1편 보러 가기), 이런 최악의 결과가 그냥 뚝 떨어지느냐, 아니겠죠. 그 최악의 과정으로 가는 길에 조금씩 조금씩 긴장이 높아지면서 강도 5, 6, 7, 8, 9로 위기가 커지는 과정이 있을 겁니다. 이 상황도 우리에게 너무나 해로울 수 있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rH5gkIA-tJ ]
이걸 한 번 보시죠. 포린 폴리시라고 하는 미국의 외교 전문 매체에 최근에 실린 글입니다. 호주 전문가들이 쓴 글인데 영어로 돼 있는 제목을 한글로 바꿔보면,
이렇습니다.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특별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금융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느냐.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하는 걸 사전에 막으려면 경제로 고통을 주는 게 답이라는 전략이 이미 나와있기 때문입니다. 쳐들어가기 전부터 시작해서, 만약에 타이완을 결국 차지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 포기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거죠.
미국에 80년이 다 돼가는 연구기관 '랜드 코퍼레이션'이 계산을 해놓은 게 있습니다. 타이완 사태가 본격화할 경우에, 미국은 GDP의 5%에서 10%가 빠질 걸로 예상이 됩니다. 위에 표가 미국 GDP 성장률 그래프인데, 10%가 빠진 경우는 대공황 때, 2차 대전 직후 이후로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2020년 코로나 때도 2.5% 만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교해서 말씀드리면 작년 우리나라 GDP가 미국의 7.5% 수준이니까, 우리나라 경제만큼 확 사라져 버리는 상황이 생기는 거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죠.
그런데 눈치채셨겠지만, 미국에서 이런 계산이 나왔을 때는 "우리가 이 정도 피해를 보는데, 중국 너네는 얼마나 흔들릴지 알겠지?"라는 뉘앙스가 숨어있습니다.
자, 그래서 중국은 그러면 얼마나 피해를 보느냐. GDP의 25%에서 35%가 날아가는 걸로 나왔습니다. 순식간에 경제의 3분의 1이 날아간다는 거죠. 나라가 지탱하기 힘든 수준이 될 겁니다.
[ https://www.csis.org/analysis/reunification-taiwan-through-force-would-be-pyrrhic-victory-china ]
- 먼저 금융에서 외국 자본이 한순간에 빠져나간다. 특히 중국 당국이 "외국 자본을 달러로 바꿔주지 말라"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만큼, 그전에 위험하다 싶은 순간 앞다퉈서 빠져나갈 수 있다.
- 외국 자본은 중국 주식과 채권에 1조 달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에 7,500억 달러 이상 투자 중인데, 이 돈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면 중국 위안화가 폭등하면서 국내 물가가 치솟는다.
- 다음, 중국 항구들이 사실상 봉쇄된다. 전 세계 물동량의 40%가 중국에 있고, 특히 중요한 항구 6개가 타이완 근처에 있는데 민간 선박들이 이 항구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 충격에 이어서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지고, 물가는 한 번 더 폭등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애피타이저부터 서서히 맛을 보여줄 테니까, 어디 참아보시든가"하고 작은 제재부터 서서히 올려서 던지는 게 그래서 필요하다는 거죠.
여기까지 보고 "그래 중국 혼 좀 나봐라" 이런 생각하는 분이 혹시 계실 수 있는데, 잠깐만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셔야 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중국 경제에 가장 많이 얽혀 있는 나라입니다. 만약에 지금처럼 니 거 내 거 가릴 수 없는 상태로 얽힌 상태에서 규제가 떨어지면 우리도 같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주에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런 기사가 떴습니다. 지금 메모리 반도체 만드는 회사들, 전 세계에 삼성,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 세 곳이 있죠. 그런데 만약에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수입 안 한다' 이러고 나선다면 '삼성, SK도 반도체 중국에 더 팔지 말아야 된다' 미국이 이렇게 나다는 겁니다. 미국이 이런 식으로 어떤 주장을 하고 나설지 모릅니다.
이 상황까지 가면 미국은 미국 편이고, 중국은 중국 편일 겁니다. 한국 사정 봐주면서 압박을 조절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기도 힘들 겁니다.
작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에 22%를 중국에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수출품 중에 80%가 중간재, 원자재로 수출이 됩니다. 미국이 보다가 "어, 저거 안돼, 이것도 안돼, 군사용으로 쓸 수 있어" 이럴 수가 있습니다. "아니 이러면 동맹인 우리가 피해를 많이 보는데" 이런 말이 전쟁을 앞두고 통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중국에 파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 물건을 못 사 오게 될 수도 있습니다. 수출이 규제될 수도 있고, 달러 거래가 막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쓰는 주요 산업 원자재 중에 중국에 80%를 기대는 게 천 8백 가지가 넘고, 90%를 기대는 것도 90% 이상입니다. 요소수 사태 기억나실 텐데, 그 첨단소재도 아닌 요소수 때문에 물류가 멈출 뻔했던걸 생각하면, 지금 우리 경제가 얼마나 불안한 상황에 놓였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만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사태까지 가면 중국은 가만있을까요. 우리 태도에 따라서 중국이 반대로 우리나라에 경제적 보복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준비를 마쳐 놨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인데, 중국이 사드 사태 이후 2020년대 들어서 여러 법을 만들어 놨습니다. 한국에 중국 물건을 수출하지 않을 수 있고, 더 나아가서 한국 기업들 공장을 뺏을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공장부터 몇 가지가 머릿속에 스쳐갑니다.
이런 사태가 실제로 벌어진다면, 전쟁에 가기도 전에 우리 경제는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얻어맞아서 멍들고 깨지고 심할 경우에는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죠. 보통 자동차 1대 만드는데 2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는데, 단 한 개라도 없으면 생산라인이 서게 됩니다. 지난 몇 년 간 반도체 때문에 벌어진 사태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그런데 앞에서 본 사태가 이어진다면 이 부품은 중국산이라서 없고, 저 부품은 타이완산이라서 없고, 저 부품은 두 나라 건 아닌데 배가 못 들어와서 없고, 이렇게 되면 산업 자체가 멈춰 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한국 어쩌냐' 이렇게 걱정해 줄 나라,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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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news.sbs.co.kr/d/?id=N1007179914 ]
김범주 기자news4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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