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호. 미래가 밝은 원석들일까, 사실상 방치된 연습생들일까

김은중 U-20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 경기도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아르헨티나 월드컵에 나서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가 밝은 원석들일까, 사실상 방치된 연습생들일까.

21명 중 프로 선수가 19명이다. 그런데 프로 선수들이 이번 시즌 출전 경기수 총합은 35경기밖에 안 된다. 프로경기에 아예 뛰지 못한 선수는 무려 10명이다. 골 맛을 본 선수는 없다.

20세 이하(U-2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7일 브라질로 떠난 한국 남자 대표팀 현황이다. 20세 전후 선수들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는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반영됐다. 2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큰 목표는 세웠지만 조별리그 통과조차 장담하기 쉽지 않는 멤버다.

21명은 대부분 매탄고, 영생고, 포항제철고, 현대고 등 프로 산하 고등학교 출신이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언남고, 평택진위고, 보인고 등 학원 축구 최강팀을 나왔다. 연령대로 보면 한국축구 최강 젊은피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은 프로무대에서 외면받고 있다. 프로출신 골키퍼 2명, 수비수 4명, 미드필더 4명은 올해 프로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뛴 선수는 배준호(대전하나·7경기), 독일 3부리그 이지한(프라이부르크·14경기) 정도다.

이번 시즌 프로 무대에서 골을 넣은 선수는 아예 없다. 공격수에 뽑힌 박승호(인천유나이티드)는 2경기를 뛰었지만 골이 없다. 이영준(김천상무)도 3경기에 출전했지만 득점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미드필더 이지한도 주로 교체멤버로 뛰며 어시스트 2개만 기록했을 뿐이다.

김은중호 선수 현황. 해외파 출전경기수는 2022~2023시즌

아무리 훈련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실전에 뛰지 못하면 경기 체력, 경기감각, 득점 감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대 없이 동료끼리 하는 훈련, 힘들면 쉬었다가 이어가는 연습, 무게감과 집중도가 떨어지는 평가전으로는 절대 다질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3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대회 숫자가 급감하고 훈련 상황이 열악했던 탓에 이들은 고교 시절부터 충분한 훈련량과 정기적인 실전 경험을 쌓지 못했다. 김은중 감독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한 선수들”이라며 “한 달여 동안 훈련해도 여전히 90분을 충분히 소화할 ‘경기 체력’부터 문제가 있다”고 걱정했다. 김 감독은 “경기 감각이 떨어지다 보니 패스할지, 드리블할지 상황 판단도 느리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K리그 1,2부 구단 중 B팀을 꾸려 4부리그에 나서는 곳은 강원FC, 대전하나, 부산아이파크, 대구FC, 전북 현대 등 5개뿐이다. 그나마 이런 구단 20세 전후 유망주는 정기적으로 실전 경험을 쌓는다. 그런데 5개팀 모두 중하위권 순위에 머문다. 기량 부족보다는 무관심 속에 의욕이 떨어진 탓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유럽은 비슷한 연령대 선수들이 하부리그에서 꾸준히 뛰고 있다”며 “한국도 프로 1부리그 로스터 제도 실시, 하부리그 임대 활성화, 3부리그 프로 편입 등을 이뤄내 어린 선수들에게 정기적인 경기 경험을 제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중호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훈련하다가 아르헨티나로 이동해 23일 ‘강적’ 프랑스와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시작으로 온두라스, 감비아와 차례로 맞붙는다. 조 2위에 들어야 16강에 진출한다. 3위로 밀리면 골득실을 따져 조 3위 6개 팀 중 상위 4개팀 안에 들어야 조별리그를 통과한다. 김 감독은 “대표팀이 특정 색깔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으로 조별리그 통과에 신경을 많이 쓰겠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