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임기 4년에 ‘尹 부동산 정책’ 진짜 실력 드러난다
● ‘도심 공급 확대’ 선언한 8·16 부동산 대책
● 고금리·규제완화 기대감 등으로 집값 안정
● 향후 과제는 신규 공급·교통망 확충·일자리 분산
변화된 지점을 알기 위해선 문제의 원인부터 살펴야 하는 법. 2017년 시작한 문재인 정부 5년간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해보고자 한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사람은 다름 아닌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 당대표다. 그는 2022년 1월 13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노후아파트 현장에서 주민들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발표했다. 용적률 상향과 안전진단 기준 하향을 핵심으로 하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 등이 담겼다.
이날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와 정책 방향을 달리하는 게 맞다. 많은 국민이 부동산 문제로 정부와 민주당에 실망하고 있다"며 90도로 허리 숙여 두 차례 사과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의 핵심은 안전진단이라고 하는 제도적 억제 장치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심사 기준 가운데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후보마저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누가 집권하든 뜯어 고쳐야 할 구악(舊惡)이었다. 시대적 기대를 안고 탄생한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정책은 2022년 8월 16일 발표됐다. 국토교통부는 △향후 5년 공급 계획과 민간시장 활력 제고 △공공의 지원 △주택품질 제고 등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무주택자 내 집 마련과 주거 상향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우수 입지에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 주택 시장의 안정을 근본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대책들이었다.
공급에 집중한 尹정부 첫 번째 부동산 대책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도심 공급 확대 방안'이었다.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환경 개선 등을 위해서는 국민 선호도가 높은 도심에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8·16 대책을 통해 도심에 신축주택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을 정상화하고, 민간의 창의성을 활용한 도심개발 모델을 신규 도입하겠다고 했다.그 일환으로 정부는 먼저 신규 정비구역 지정에 나섰다. 그동안 신규 정비구역 지정이 감소(2012~2016년 전국 연 58.6곳→2017~2021년 연 34.6곳)하고, 서울은 기존 구역이 해제(2012~2021년 410곳 해제)되기도 해 도심 핵심 입지에 양질의 주거지 공급이 축소됐다. 윤석열 정부는 향후 5년(2023~2027) 동안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전국에 22만 호(2018~2022년 12.8만 호보다 70%이상 많은 수준) 이상의 신규 정비구역 지정 계획을 밝혔다. 서울에는 신속통합기획(정비계획 가이드라인 사전 제시를 통해 구역지정 소요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 방식으로 10만 호, 경기·인천에서는 역세권 및 노후 주거지 등에 4만 호, 지방은 광역시 쇠퇴 구도심 위주로 8만 호 규모의 신규 정비구역을 지정해 나가고 있다.
두 번째로 재건축부담금 감면이다. 재건축부담금은 2006년 도입 이후 미실현 이득에 대한 법정 논쟁(2019년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과 재건축 정상화를 위해 수차례 유예돼 왔다. 2018년 재시행 이후 올해 첫 부과가 시작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처음 도입된 2006년 이후 한 번도 변경되지 않은 현행 부과기준으로는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과도한 부담금이 예상된다. 재건축 사업은 택지가 부족한 도심에서 양질의 임대주택과 저렴한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과도한 부담금은 도심 주택 공급 위축을 야기하고, 도심 임대주택과 일반분양을 기다리는 국민 다수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이에 정부는 현행 부과기준을 현실화하고, 1주택 장기보유자·고령자 등을 배려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세 번째로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2018년 3월 안전진단 제도가 강화됐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강화된 안전진단을 통과한 사업장은 대폭 줄었다. 개정 전 3년간 56곳이었던 데 비해 개정 후 3년간 5곳에 불과하다. 정부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해 재건축 사업의 문턱을 낮추고, 지역 여건을 잘 아는 지자체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평가항목 배점을 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尹 "고금리 상황 맞게 수요 규제부터 해소"
윤석열 대통령 집권 7개월차인 지난해 12월 15일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가 있었다. 부동산 관련 패널들의 질문 후 윤 대통령의 답변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으며, 해결안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향후 부동산 시장의 전개 방향을 파악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자료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많은 국민들께서 나만 제때 자산을 준비해놓지 못한 것 아니냐 해서 영끌 대출이나 많은 고통과 상실감을 느끼셨다. 지금은 또 고금리라는 금융 상황이 주도하는 자산가치 집값의 하락 국면을 맞고 있다.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논리에 따라야 되는 것이지만 정부는 그 완급을 잘 조절해서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동산 문제가 이 정치논리나 이념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크게 국가와 정부는 두 가지의 목표를 가지고 가야 된다. 먼저 우리 청년 같은 아직 충분한 주택 구입자금이 준비되지 않은 미래세대, 아이들 키우고 직장에 정진하느라 충분한 주택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서민들, 정말 어려운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정부는 공공 주택을 분양하거나 임대로 공급해야 된다. 또 하나는 민간주택시장에 신규주택 공급, 매매 거래 등이 시장 논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규제 완화, 주택자금 금융지원, 관련 세제 관리 등을 통해 시장이 위축되지 않고 원활하게 작동하게 도와야 한다.
첫 번째 공공주택은 분양의 경우, 정부가 시행이익을 포기하고 값싸게 공급하면서 많은 금융 지원을 해야 한다. 임대물량을 공급하는 문제는 공공임대주택을 지어서 값싸게 분양하는 것과 민간임대시장에서 임대물량 가격을 잘 관리해 합리적이고 싼 가격으로 임차해주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을 굉장히 선(善)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상당한 재정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결국 납세자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 될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부담요인이자 경기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민·관과 공공임대를 잘 믹스를 해서 공급을 하려고 한다.
다주택자 세금 완화 정책은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덜어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 있다. 집을 많이 가졌더라도 내가 사는 집이 아니면 전부 임대를 놓게 되는데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중과하면 결국은 영세임차인에게 부담 전가가 일어난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부담을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이 고스란히 떠안는 것은 시장의 법칙이다. 다주택자 과세를 경감해 열악한 지위에 있는 임차인들이 저가로 임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 한다.
이전 정부까지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의 불합리한 복합 규제 때문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거래 물량이 위축됐다.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많은 규제를 풀려고 했으나 지금은 고금리 상황으로 다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현상이라도 원인을 일시에 제거하면 시장 혼란이 일어나 국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정상화의 속도를 조율해야 된다. 수요 규제를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풀어나가 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尹정부 진짜 방향성 담긴 1·3대책
윤 대통령 발언의 핵심만 정리하면 "집값은 시장논리에 따라 정부가 완급을 조절할 것이며, 주택자금이 모자란 계층 위해 주거복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발언 직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70만 호의 공급계획을 가급적이면 국민들이 원하는 눈높이에 맞는 품질과 위치에 다양하게 공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공공주택 50만 호를 시세의 70% 전후 가격대로 40년 전후의 장기모기지를 제공해 무주택 서민들과 젊은 세대들이 희망을 갖고 내 집 마련을 이루게끔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이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 안정 차원에서 부동산의 연착륙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대출 규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투기지역에 대해 부동산 LTV를 5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이미 발표했고, 현재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는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지 않는데 앞으로 국토부나 기재부가 정책 방향을 맞춰 주택담보대출을 쓸 수 있도록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국토교통부 장관, 그리고 금융위원장의 발표는 모두 2022년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냉각된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개선 방안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월 3일 1·3대책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발표된 정책들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내용이다. 반면 1·3대책은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의 본격적인 방향성이 담겨 있다.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서울에 몰려있는 수요를 비서울, 나아가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3월 15일 정부가 발표한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 개발 계획이 이러한 목표를 구체화하려는 액션 플랜이다. 아울러 정부는 서울에 몰린 일자리들로 인한 주거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광역교통망을 더 풍부하고 빠르게 개발하고, 양질의 주거지를 비서울 지역에 지속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는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게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각종 지표를 보면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거래량은 급감했다. 2021년까지 급등한 가격과 이전 정부의 대출 억제 정책, 단기간 급등한 대출 금리가 주요 원인이었다. 그런데 올해 4월부터 거래량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8·16대책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윤석열 정부의 다양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들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은 4년간 윤석열 정부가 할 일
그러면 남은 4년의 임기 동안 부동산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신규 공급이 꾸준하게 확대돼야 한다.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도심권은 정비사업으로, 신도시는 택지개발사업으로 공급이 추가돼야 한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의 진행 속도는 앞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서울시는 신통기획으로 그 속도를 높이고 있다.두 번째 광역 교통망의 확충이다. 이미 추진되던 GTX사업은 속도를 더 빠르게 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교통망을 갖추게 될 예정이다. 정부 예산이 부족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신도시 개발이나 정비사업 추진 시 민간의 도움을 활용할 계획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일자리의 분산이다. 국가에서 미래산업이라고 판단하는 첨단산업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첨단산업단지 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곳이 용인시 남사면 반도체 벨트다. 부산에는 엑스포 유치를 위한 북항개발 및 가덕도신공항 개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계획대로 개발이 가시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도 변화가 눈에 보이는 지역들이 속속 늘고 있다. 이번 정부의 노력으로 국민들이 거주하고 싶은 곳에 양질의 주거지가 마련되고, 신속한 교통망 확충으로 미래 일자리가 있는 지역까지 국토가 한번에 연결돼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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