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방배동에 사옥 부지 마련한 ‘빠숑’ 김학렬 “서울 부동산은 진리, 내집 업그레이드 지금이 기회”

김명희 기자 2023. 5. 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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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침체됐던 부동산시장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고 가격 하락 폭도 둔화되면서 바닥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 과연 부동산시장에 변곡점이 찾아온 것일까.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시장은 열탕과 냉탕을 오갔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는 역대급으로 시장에 돈을 풀었고 나날이 치솟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사람은 '벼락거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부터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하자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1981건으로, 2021년(4만1989건)에 비해 약 3분의 1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2년 한 해 동안 서울의 아파트 실거래가가 평균 22% 하락했다는 통계도 있으며, 직전 거래에 비해 10억 원 이상 내려 매매된 아파트도 속출했다. 지방은 미분양이 쌓여가고, 깡통전세와 역전세난도 불거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조금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올 1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6282건으로 지난해 4분기(2124건)에 비해 3배가량 늘었으며, 급매물 소진 후 가격이 반등하는 곳도 등장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공시가 인하로 인한 세금 부담 감소 그리고 무엇보다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되고 있는 점 등이 반등에 힘을 싣는 요소다.

김학렬(51·필명 빠숑)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시장이 언제 본격 반등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대세 상승이나 하락을 논하기보다 철저히 개별 부동산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네이버 부동산 채널 '빠숑의 세상 답사기’ 운영자로, 블로그 이웃 약 18만 명, 유튜브 구독자 약 17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지난 1월 펴낸 부동산 투자 지침서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김 소장으로부터 현시점에서의 부동산 투자 전략을 들었다.

"대세 상승, 하락 아닌 개별 부동산 파악해야

부동산 상승세가 꺾이면서 '영끌오적’이라는 별명이 생겼는데.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런 설문조사가 있었던 것 같다. 함께 거론된 분들 중 부읽남은 아주 똑똑한 친구고, 이상우도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아포유도 인사이트가 있고 얼음공장은 젊은 친구들한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그런 분들과 함께 거론된 건 부동산 인플루언서로서 그만큼 인지도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매수와 매도 시점, 매매 이유가 각각 다른데 '영끌’해서 다 같이 망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2021년에 너무 많이 올라 2022년 조정 시기가 왔고 2023년 현재는 거래가 안 되다가 급매가 거래되면서 가격이 쑥 빠졌다 올라오는 곳이 있다. 그렇게 빠질 이유가 없는데 급매물 때문에 가격이 빠졌다가 아직 거래가 회복되지 못한 곳도 있고, 최고가를 찍었지만 시장이 이를 인정해줄지 의문인 곳도 존재한다. 여러 가지 상황이 섞여 있는 상태라 올랐다, 내렸다를 판단하기 힘들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반등과 하락 시그널이 혼재돼 나타나고 있어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 시장을 어떻게 보나.

지역마다, 개별 단지마다 모두 상황이 다르다. 수요는 비슷하게 유지되는데 정부가 거래를 막아 공급이 확 줄면서 2020~2021년 거의 모든 부동산이 다 올랐다. 공급이 없다 보니 실수요자들은 집주인이 비싼 가격에 내놓은 물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뒀으면 안 올랐을 텐데 시장이 왜곡돼 오르지 않아야 할 곳까지 오른 거다. 예를 들어 경기 의왕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전용면적 84㎡)가 2021년 6월 최고가 16억3000만 원을 찍었다. 그 돈이면 서울 신축은 아니더라도 괜찮은 구축을 살 수 있었다. 의왕과 관계없는 사람들이 보기엔 '서울(집)을 사지, 그걸 왜 사?’ 이렇게 되지 않겠나. 이런 부동산의 경우 조정기에 하락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내려갈 땐 또 너무 많이 떨어진다. 사는 사람이 없으니 급매로 판 탓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판 사람도 손해를 본 건 아니다. 비록 16억3000만 원까지 올랐다고 해도 원래 6억 원에 분양받은 거니까 10억에 팔아도 남는 장사다. 작년에 급매로 집을 판 사람들은 이미 수익을 얻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던진 거다.

무주택, 1주택, 다주택 등 상황별로 투자 전략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

부동산 주체별 구성을 보면 1주택 50%, 임차인 40%, 다주택자 10%인데, 지금 부동산시장은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는 데 최적의 상황이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도 줄여 집을 사라고 판을 깔아줬다. 청약도 추첨 비율을 높여 가점이 낮아도 당첨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무주택자는 지금 집을 사는 게 맞다. 지난 정부는 일시적 1가구 2주택도 다주택으로 간주했지만 지금은 유예기간을 3년으로 늘려 1주택자도 상급지로 갈아타기 좋은 상황이 됐다. 다만 다주택자들은 규제도 별로 풀린 게 없고 아직 비싸다고 판단해 시장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1주택자 중에는 갈아타고 싶어도 내 집이 안 팔려 이사를 못 가는 사람이 많은데.

1주택자들이 갈아타기를 하려면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들어와 거래가 돌아야 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다주택자들이 아직 진입을 안 하고 있다. 정부도 어떻게 하면 다주택자들을 자연스럽게 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을지 정책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에게 노골적으로 혜택을 주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왜 꼭 다주택자인가. 무주택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지 않나.

무주택자들은 굉장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들어오고 1주택자들이 상급지로 갈아탄 다음 가장 마지막에 시장에 들어온다. 가장 늦게 움직이기 때문에 가장 비싼 가격에 살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요즘과 같은 부동산시장이 있었나. 과거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시장이 매번 다르게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2008~2010년과 유사하다. 그 당시는 2007년에 고점을 찍은 뒤 2008년 금융위기가 오면서 가격이 빠졌다가 2012년까지 살짝 반등, 그 후 다시 크게 빠졌다. 지금 부동산이 반등하다가 다시 하락할 거라고 예측하는 분들도 그 논리인데,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순 없다. 2007년까지는 공급이 너무 적어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있었고, '묻지마투자’가 횡행했다. 정부가 규제를 하면 풍선효과로 다른 지역이 급등하고, 실거주 목적이 아닌데도 지방에 40평대 아파트를 사두는 사람도 있었다. 지방에선 아직 그때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지역도 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정보가 굉장히 많다. 실거래 사이트도 있고, 프롭테크(부동산시장에 클라우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한 정보 제공)도 굉장히 발달해 일반인들도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정보화된 시장에서 묻지마투자는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대출 규제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과거처럼 폭락하는 일은 없을 거다.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에 사옥 부지를 공개했던데, 부동산 전문가가 고른 부지는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스마트튜브 사옥을 염두에 두고 3년 정도 발품을 팔아 부지를 보러 다녔다. 그 3년 동안 아파트 시세가 많이 올랐지만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꼬마 빌딩 가격도 많이 올랐다. 서울의 경우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까지 올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싸졌다. 그렇게 오른 걸 감안해도 더 오를 만한 곳을 골라 급매로 매입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이다. 처음엔 리모델링을 할까 하다가 1979년 준공 건물이라 천장이 낮고 불편한 데다 용적률을 반도 안 쓰고 있어서 신축하기로 했다. 블로그를 통해 사옥 신축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지금 만약 10억 원이 있다면 어디에 투자하겠나.

각자 처한 상황이나 선호하는 분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 투자하는 게 맞지 않겠나. 내 집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면 서울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검토할 것 같다. 한남뉴타운도 많이 내려서 10억 원대로 진입 가능하고 노량진이나 서대문 뉴타운도 괜찮아 보인다. 강남, 용산, 서초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재건축도 가능할 것 같다.

"세종시, 대구 수성구 등 많이 떨어진 곳부터 반등할 것"

지방 가운데는 어디를 주목해야 할까.

가장 많이 빠진 지역이 가장 먼저 반등할 거라고 본다. 고점을 높게 찍었던 곳들은 수요도 있고 좋다는 걸 확인한 건데, 문제는 너무 단기간에 올랐다는 거다. 세종시는 2020년 다른 지역이 10% 전후로 오를 때 78% 올랐다. 신도시의 경우 초기엔 인기가 없다가 10년 정도 지나 기반시설이 갖춰지면 가격이 급등하는데 세종시가 2011년 출범해 딱 10년이 될 때였다. 신축이고 저렴하며 기반시설이 갖춰졌으니 청주, 공주, 대전, 천안 등 인근 지역에서 이사를 오는 건 물론, 서울에서 출퇴근하던 공무원들도 가족과 함께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수요가 몰리니 가격이 분양가 대비 2.5~4배까지 올랐다. 세종이 아무리 좋아도 서울보다 비쌀 순 없는데 서울과 가격이 비슷해진 거다.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2021년부터 빠지는 건데, 세종시는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인구가 38만 명인데 도시기본계획을 보면 2030년 52만 명, 2040년 85만 명이 목표다. 지방은 일자리가 많거나 많아지는 지역을 주목해야 하는데, 세종시는 확정된 일자리만 들어와도 되게 좋은 입지다.

지방 가운데 세종과 함께 부동산 하락 폭이 가장 컸던 곳 중 하나가 대구 아닌가.

대구는 공급 물량이 많다. 다른 지역이 빠지는 건 이해가 되는데, 수성구는 서울 빼고 지방에서 최강자이자 양질의 일자리가 가장 많은 곳이다. 부산과 비교하자면, 인구 330만 명인 부산은 전문직 등 좋은 일자리가 15개 구에 골고루 퍼져 있는데 인구 230만 명의 대구는 수성구에 몰려 있다. 서울의 강남 같은 곳이다. 강남도 집중 분양을 하면 매물이 쌓이는데 수성구가 올해까지 그 단계다. 가격이 빠지면 수성구 입성을 노리는 사람들에겐 기회가 될 것이다.

세종과 대구 수성구 외에 오를 지역을 하나 더 꼽자면.

부동산에서 항상 가장 많이 오르는 상품은 신축 아파트다. 2기신도시 위례, 판교, 광교, 동탄과 송도 등의 핵심 입지 신축 아파트들이 40% 정도 빠졌는데, 지금부터 눈여겨보면 좋겠다.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여러 경제지표 가운데 어떤 걸 눈여겨보면 좋을까.

지금 여러 지표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하나만 보면 엉뚱한 해석을 할 수 있으니 금리, 소득, 아파트 거래량 등 여러 지표를 골고루 다 보는 게 좋다. 기본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은 금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에 금리 동향을 체크하는 게 중요한 반면, 주거용 부동산은 금리보다는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격이다. 특정 단지에 관심이 있다면 가격을 계속 트래킹하면서 들어갈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그 단지만 보는 게 아니라 비슷한 단지, 가격 상한에 있는 다른 단지들의 흐름도 살피면서. 부동산도 결국은 주식 투자와 똑같다. 상품을 분석하고 가격을 체크하면서 들어갈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부동산시장이 대세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한남더힐(전용면적 240.3㎡·110억 원), 아크로서울포레스트(전용면적 159㎡·62억 원), 해운대아이파크(전용면적 219㎡·70억 원) 등 고가의 부동산들은 신고가를 경신하거나 이전 거래보다 크게 오른 가격에 매매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하나.

그런 고가의 부동산을 일반 부동산과 엮지 않으면 좋겠다. 둘은 완전히 다른 시장이다. 작년에 청담동 슈퍼펜트하우스가 300억 원에 분양됐는데 경쟁률이 8:1이었다. 300억 원을 일시불로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만큼 존재한다는 거다. 돈이 있으니 사는 거고, 그 돈을 내면서 과시하고 싶을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그 아파트가 300억 원에 분양됐다고 주변 아파트가 100억 원, 200억 원으로 따라 오르는 건 아니다. 비싼 아파트들을 앞세워서 부동산을 줄 세우고 가격 들썩이게 할 것이 아니라, 비싼 곳은 비싼 곳대로 두고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아파트를 많이 지으면 좋겠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안정된다.

최근 펴낸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에서 서울은 앞으로도 압도적이며, 지방과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거라고 예측했는데.

여러 이유가 많지만 딱 하나를 꼽으라면 일자리 때문이다.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집값이 가장 비싼 곳이 서울 강남구다. 그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강남구 정주 인구가 52만 명인데, 출퇴근 인구는 75만 명이다. 4인 가족 기준 280만 명을 수용해야 하지만 52만 명밖에 살 수 없으니 약 230만 명은 다른 곳으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은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남고, 돈 많은 사람들이 사니 학군도 좋아지고 상업 시설과 교통 등 기반시설 역시 점점 더 좋아진다. 결국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소는 연봉이 높은 양질의 일자리인데, 서울은 그게 충족되기 때문에 수요가 분산되지 않을 거다.

요즘 서울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오세훈 시장의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다. 말 그대로 '호재 만발’인데, 투자 관점에선 어떻게 보나.

호재가 그냥 호재로만 끝나는 걸 많이 경험하지 않았나. 서울에는 이전에도 '한강 르네상스’라고 있었지만 그중 성공한 건 세빛섬 하나 정도 아닌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굉장히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착공하는 걸 봐야 믿을 수 있겠다. 삼성전자가 경기 용인 남사면에 30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든다. 그런 건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서울은 이미 모든 곳이 호재기 때문에 그런 이슈로 움직이는 시장은 아니다. 그런 것보다 모아타운 같은 정비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고 구축들, 취약한 지역들을 지원해서 깨끗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주면 좋겠다.

#빠숑 #김학렬 #부동산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뉴시스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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