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 김병철 불륜잔치 끝..엄정화 홀로서기 작심?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5. 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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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바람 한 번 피워보세요.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 영화 ‘미성년’ 중 미희역 김소진의 대사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찌질이 남편 서인호(김병철 분)가 오랜 불륜이 들통난 후 어머니 곽애심(박준금 분)여사에게 베게로 맞을 때 들었을 법한 생각이다.

서인호의 불륜잔치가 마침내 끝났다. 눈 마주치기도 두려웠던 가외(家外) 딸 최은서의 깜찍한 계략 탓이다. 내연녀 최승희(명세빈 분)가 은서의 미술대회 은상 수상을 전하면서 격려 자리를 만들어보라는 압력을 행사했다. 그래서 마지못해 마련한 그 자리에 가내(家內) 딸 서이랑(이서연 분)이 등장했다.

어리둥절한 이랑을 향해 은서가 금단의 언어를 사정없이 퍼부었다. “사실은 너희 아빠가 우리 아빠야. 몰랐으면 이제 알았으면 해. 너 앞뒤 없이 천진난만한 거 되게 짜증 났었어. 너랑 나 배다른 자매라고. 엄마는 다르고 아빠는 같다고!”

이랑은 제 할머니 곽애심 여사를 타박했다. “할머니는 아들을 왜 저렇게 키웠어요? 완전히 잘못 키웠잖아요.” 1절만 하지 “아, 축하드릴 일도 있어요. 할머니 손녀 하나 더 생겼어요. 그것도 나랑 동갑인.” 2절까지 꽉 채우는 바람에 다 늙어 엄마 앞에 무릎 꿇고 베게로 맞았다.

확실히 나쁜 일은 쌍으로 온다. 아들 서정민(송지호 분)에게도 들켜버렸다. 병원 비상구에서 최승희에게 안겨 위로받는 모습을 목격당했다. “이랑이, 혹은 할머니가 말하디?” 물었다가 확인사살만 당했다.

다행인 건 가족 모두 차정숙(엄정화 분)이 알아선 안된다는데 동의했다는 점. 아들, 딸의 경우야 제 아빠를 위한 결정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 어쨌거나 차정숙만 모르면 된다. 차정숙만 모르면 어찌어찌 수습할만 하다. 어쩌면 잔치를 이어갈 수도 있다. 그랬는데..

그날 차정숙은 즐거웠다. 요즘 부쩍 가족들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돌아 마음의 짐을 많이 덜었는데 남편 서인호조차 생전 안하던 마누라 생일 챙긴다고 호텔 식당을 예약했단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항상 다정하게 웃던 로이 킴(민우혁 분)이 정색하고 다가와 할 말 있단다. 문득 뇌리를 스치는 점사 한 마디. “남자는 너한테 꼬이겠는데 뭘!” 로이 킴의 말을 들어선 안된다. 옥상 추락 후 중인환시리에, 그것도 남편 코 앞에서 자신을 안으며 다독여 준 남자 아닌가. 말이란 입 밖을 나서면 돌이킬 수 없다. “해야 될 말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면 안하는 게 맞아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자칫하면 고백받을 뻔했다. 차정숙은 안도했다. 자신에겐 완벽한 가정이 있다. 그리고 로이는 전도 유망한 총각 닥터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은 스스로의 자제력에 대한 보상쯤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투신을 시도했던 환자에게 제 입으로 한 말이지만 정말 살아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일이 맞다.

퇴근에 앞서 마무리 처방전을 기입하는데 스테이션 간호사가 부러움을 발한다. 최승희의 SNS를 보면서다. 불현듯 스치는 불길한 육감. 휴대폰 화면에는 최승희가 파리에서 웃고 있었다. 그런데 저 날짜는? 자신이 급성간염으로 입원했을 때고 남편 서인호가 파리 학회에 간다할 때다. 간호사에게 확인해보니 당시 서인호의 부재 이유는 학회 출장이 아닌 휴가였다.

URL을 받아 최승희의 SNS를 확인했다. 자신의 캘린더에 기록된 서인호의 출장일정표와 비교했다. 다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최승희 본인 입으로 남편이 사줬다고 한 팔찌까지. 맞다. 이것들은 지금 불륜 중이다.

눈물이 난다. 눈물의 정체는 모르겠다. 서인호 방에서 투신시도했던 환자와 그 아내 얘기를 한 적 있다. 예뻐보였고 부러웠던 커플이다. 그때 의문이 들었다. 난 저들처럼 사랑한 적 있나? 난 저들처럼 사랑 받은 적 있나? 그 환자에겐 “살아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했었다. 그에겐 확실히 적절한 말이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경우엔 아니다. 살아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치사한 일인 지도 모른다. 그 치사함이 지금 흐르는 눈물의 정체일 것이다.

그래도 가야지. 가증스런 인간이 마련한 생일상이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으니. 아무 것도 모르는 가족들을 위해 참여해주마. 그리고 나 몰래 내 둔함과 미련함을 조롱했을 치사한 인간의 위선을 이번엔 내가 비웃어주겠다. 그렇게 차정숙은 잘 차려입은 채 그녀를 기다리는 그들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차정숙은 자신을 뺀 온 가족이 서인호의 불륜을 알고도 자신에게 숨긴 사실을 깨우칠 것이다. 자기들 딴에 엄마 걱정, 며느리 걱정이라 둘러댈테고 사실이겠지만 그런 그들의 선의조차 동정으로 읽히는 제 마음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서라도 차정숙은 가족과 거리두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9회 예고에서 차정숙은 짐을 싸 집을 나온다. 드라마 후반부는 닥터로서, 인간으로서 차정숙의 홀로서기가 본격적으로 그려질 모양이다. 그렇게 과연 차정숙은 삶의 치사함을 털고 삶의 아름다움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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