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서 태어나 프랑스 입양된 산드라, 47년만에 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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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한국전쟁 이후 시작된 국외 입양이 올해로 70년을 맞았다.
입양 초기에는 전쟁 중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거나 미군 부대 근처 기지촌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다수가 차별과 냉대 속에 한국을 떠났다.
11살에 프랑스로 간 한인 산드라 갈로치 울만(한국명 정산드라·61) 씨도 이렇게 해외로 간 수많은 입양아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입양 가정에서 친모와의 연락에 부정적이자 정씨는 1976년 입양모와 함께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아 친모를 만난 뒤 연락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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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가 지원…한-佛 합작 영화로 제작중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1953년 한국전쟁 이후 시작된 국외 입양이 올해로 70년을 맞았다. 입양 초기에는 전쟁 중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거나 미군 부대 근처 기지촌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다수가 차별과 냉대 속에 한국을 떠났다.
11살에 프랑스로 간 한인 산드라 갈로치 울만(한국명 정산드라·61) 씨도 이렇게 해외로 간 수많은 입양아 중 한 명이다. 최근 아들과 한국을 찾은 정씨는 이미 세상을 떠난 친모를 만날 수 없었지만, 47년 만에 이부동생들과 상봉했다.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씨는 지난달 8일 강원 원주에 사는 이부동생 이광진(50) 씨의 집에서 꿈에 그리던 가족과 만났다. 또 다른 이부동생 이종배(42) 씨도 감격스러운 상봉의 순간을 함께 했다.
정씨와 동생들은 엄마와의 기억을 꺼내놓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정씨는 각진 손톱, 유독 긴 두 번째 발가락 등 자신과 친모의 공통적인 신체 특징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이후 이부동생들과 경기 평택의 친모 산소를 찾은 정씨는 친모를 부르며 목 놓아 울었다.
정씨는 주한미군 소속으로 경기 평택에서 근무한 친부와 기지촌에서 가정부로 일한 친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씨 친부는 한국 근무가 끝난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동안 정씨 친모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점차 소식이 뜸하다가 연락을 끊었다. 친부는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결혼해 가족이 있었다.
미혼모로 정씨를 홀로 키우던 친모는 정씨를 처음에는 보육원에 맡겼다. 친모는 때때로 정씨와 연락하면서 지냈지만, 정씨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국외 입양을 택했다. 당시 정씨도 입양을 원했다.
입양기록에 따르면 정씨는 초등학교 시절 한국어와 예술 분야에서 재능을 보였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정씨는 운동 신경도 뛰어나 배구와 달리기를 곧잘 하곤 했다.
광진 씨는 정씨가 어릴 적 프랑스행을 자처한 것이 자신을 비롯한 새 가족 때문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 한편에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한다.
정씨가 입양될 무렵 친모는 결혼한 상태였고, 친모 옆에는 갓 태어난 광진 씨와 그의 누나가 있었다.
1973년 5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의 한 가정에 입양된 정씨는 3년간 친모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입양 가정에서 친모와의 연락에 부정적이자 정씨는 1976년 입양모와 함께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아 친모를 만난 뒤 연락을 끊었다.
두 사람은 친모가 1988년 암 진단을 받았을 때나 정씨가 1992년 둘째 아들을 출산했을 때 입양 기관을 통해 잠시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때는 친모가 먼저 정씨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찾아내면서 연결됐다.
그러나 이후 정씨는 우울증 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 친모와 다시 연락이 끊겼다. 마지막까지 정씨를 그리워했던 친모는 오랜 암 투병 끝에 1997년 세상을 떠났다.
2020년 9월 우울증 등에서 회복된 정씨는 뒤늦게 한국에 사는 지인을 통해 친모의 사망 소식을 들었고, 주소와 연락처 등이 바뀐 상태에서 남은 가족이라도 찾기 위해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올해 초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이부동생의 소재지가 확인됐지만, 한 차례 등기 수신이 불발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정씨와 이부동생 간 극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정씨의 상봉 스토리를 포함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은 조만간 공개될 한국-프랑스 합작 다큐멘터리 영화 '산드라'(가제)에서 구체적으로 그려질 예정이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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