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새 이사장 정기석 유력…공단 노조 "또 의사출신? 네 가지 묻겠다"

2023. 5. 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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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장교, 우크라이나군 사령관에 임명하는 것"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이 유력한 차기 공단 이사장으로 떠오른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에 네 가지 공개질문을 던졌다. 건보공단 노조는 앞서 지난달 28일 차기 이사장은 건강보험 공적 기능과 제도발전 강화에 기여하고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인물이 내정돼야 한다며 정 위원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건보공단 노조는 8일 ‘공단 이사장 유력자에 대한 노동조합 공개 질의 성명’을 통해 “전쟁에 비유한다면 러시아군 장교를 우크라이나군 사령관으로 임명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정 위원장에 대한 반대 의사를 재차 밝혔다. 노조는 공모에 참여한 6명 가운데 유력한 차기 이사장으로 거론되는 정 위원장에 대해 “메르스 유행 직후인 2016년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아 메르스 대응을 주도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갖춘 국내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도 “결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 이어 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의사 출신이 자리를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서울의대를 거쳐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성심병원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력을 살펴보면 감염병 대응 및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다. 다만 노조는 “심평원은 의료기관에서 청구한 진료비가 적정한지를 심사하는 기관이고, 건보공단은 공급자(의사)들과 진료비 협상을 통해 건강보험수가를 결정하는 상대 협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심평원장에 의사 출신, 기획이사에 한의사를 임명하더니 이젠 건보공단 이사장도 공급자 출신인 의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조는 정 위원장에 ▷건보제도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한 철학과 소신 ▷윤석열 정부의 거꾸로 가는 건강보험 정책에 대한 소신 ▷감염병 관련 비용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견해 ▷감염병 전문가로 책임 있는 자리를 두루 거친 이사장 후보자로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공급자의 부당청구 사례에 대한 조치·대책 방안 등 네 가지 사안에 대해 공개 질의했다.

노조는 정 위원장에 건보제도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해 질의하면서 “불평등 양극화 시대, 저출산 고령화 사회 심화로 사회구조적 위험과 코로나19로 드러난 돌봄·보건의료의 공백, 기후 위기 및 신종감염병 발생 등 질병 구조의 환경적 변화와 포스트 코로나에 따른 보건의료 분야 기술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에 대해 감염병 전문가이면서도 건강보험의 공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건보 정책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는 보장성을 축소하고 의료비를 인상하는 내용을 발표하는 것도 모자라 필수 의료 대책이라며 민간병원에 대한 수가 인상을 제시했다”며 “경제위기 상황에서 부자와 대기업 세금은 수십조 원 감면해 주면서 병원비 부담에 허덕이는 국민의 삶을 돌봄에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복지를 축소하려 혈안”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감염병 관련 비용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하는 것과 관련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감염병 진료비 중 83%인 약 13조원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됐다”며 “정부는 국고에서 부담하지도 않았고 더욱이 법률도 아닌 건정심 의결로 감염병 진료비를 건강보험 재정에서 퍼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정심 의결도 없이 정부 마음대로 퍼주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며 “이는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회에 따르면 2017~2021년 법정 감염병 총진료비는 15조6000억원이며 이 중 건보에서 12조9000억원을 지출했고 2조7000억원은 본인이 부담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코로나19 재택관리 치료 중 환자 체온, 산소 포화도 및 증상 발현 여부 모니터링을 하루 2회 할 경우 8만2010원의 수가가 책정돼 지급되고 있는 것과 관련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도 않고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많아 확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자인 의사 출신이지만 의료기관 지출을 관리하는 보험자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잘하겠다는 소신을, 가입자인 국민을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고 국민을 위해 의료비를 절감하고 공공성을 확장하겠다는 다짐을 국민 앞에서 엄숙히 밝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보 재정관리 측면에서 객관적인 시각이 부재하거나 건강보험 공공성을 높이는 일엔 앞장서지 않고, 보장성을 낮추고 민영화의 길로 나선다면 공단 이사장으로서 자격이 없고 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공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차기 이사장 공모 접수를 받고, 같은 달 28일 공모자 면접 심사를 거쳐 차기 이사장 후보군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을 재청하면, 대통령이 새로운 이사장을 최종 임명하게 된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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