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심사대 장악한 ‘얼굴 인식의 강자’ 씨유박스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인공지능(AI) 영상 인식 전문 기업 씨유박스가 5월 코스닥시장 상장에 나선다. 공항 자동출입국심사대에서 볼 수 있는 얼굴 인식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인천국제공항과 정부 청사 등에 설치된 얼굴 인식 장비가 이 회사의 제품이다. 앞으로 여권이 필요 없는 스마트패스, 얼굴 인식 간편 결제 등이 보편화되면 성장성이 크다는 평가다.
◆위·변조한 얼굴 900번 공격해도 다 막아내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얼굴 인식 시장 규모는 2020년 39억 달러에서 2025년 86억 달러로 연평균 성장률 17%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씨유박스는 AI 비전 영역 중 얼굴 인식이 신원 확인과 본인 인증이 있어야 하는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이 회사의 알고리즘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얼굴 인식 테스트(FRVT) 5개 부문에서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얼굴 인식의 정확도는 실제 사용자의 얼굴을 잘못 인식하거나 타인으로 인식하는 오류가 얼마나 적은지로 판단한다. 이 회사는 AI 알고리즘 개발 과정에서 현장 중심의 검증과 테스트를 끊임없이 반복해 개발에 반영한다. 실제 운영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반영해 데이터셋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각도, 조명, 카메라 유형, 모자나 선글라스 가림 여부 등 환경적 요인을 알고리즘 학습에 사용해 높은 정확도를 구현했다.
위·변조를 검출하는 보안성도 정확도를 높이는 요소다. 얼굴 인식 기술은 편리하지만 위·변조의 위험이 있다. 얼굴 컬러 사진, 모바일 사진, 3D 마스크를 제작해 악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얼굴을 탐지해 방어하는 기술인 ‘라이브니스 디텍션’ 기능이 필수적이다. 고도의 보안이 필요한 신원 확인 영역이나 비대면으로 신원 인증을 하는 서비스에서는 이 기능이 중요하다. 씨유박스는 고가의 카메라가 아닌 노트북·태블릿·스마트폰 등 일반 기기에 기본적으로 장착된 RGB 카메라로 3D 마스크를 가려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로 한국 기업 중 최초로 국제표준기구(ISO) 인증을 받기도 했다.
씨유박스는 생체 인식 기술 인증 프로그램 중 세부 항목인 위·변조 감지 기술로 ISO 인증을 획득했다. 6가지 위·변조 얼굴로 각각 150번씩 총 900번을 얼굴 인식을 시도했을 때 모두 가짜로 인식했다. 진짜 얼굴 6명으로 각각 50번씩 총 300번을 시도했을 때는 모두 진짜 얼굴로 인식했고 오류를 보이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 정부 청사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
AI 얼굴 인식 산업은 상용화 초기 단계여서 전 세계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용 환경에 따라 하드웨어와 솔루션의 형태로 납품하는 방식이어서 회사별 시장점유율을 추산하기 어렵다. AI 얼굴 인식 시스템·솔루션, AI 학습 데이터 등 사업 영역별로 경쟁 대상이 다르고 같은 AI 얼굴 인식 영역에서도 사용 환경과 사용 목적에 따라 차이가 있다.
얼굴 인식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는 프랑스 아이데미아(Idemia), 포르투갈 비전박스, 일본 NEC, 스웨덴 군네보(Gunnebo) 등이 있다. 이들은 얼굴 인식 알고리즘과 응용 하드웨어를 보유하고 있어 스마트 공항이나 스마트 빌딩 등 물리 보안 영역에서 씨유박스와 경쟁하고 있다. 얼굴 인식 솔루션 영역에서는 한국 상장사인 알체라가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밖에 메사쿠어와 스페인의 페이스피(Facephi)가 한국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비대면 실명 인증 얼굴 인식 솔루션을 수주하는 등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얼굴 인식 분야는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AI 영상 인식 기술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학습을 위한 컴퓨팅 파워와 양질의 얼굴 인식 데이터셋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고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구축해야 한다. 얼굴 인식 학습용 데이터셋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의해 얼굴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기 쉽지 않다. 자체 데이터셋을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대량의 고품질 데이터셋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관련 사업을 수주한 경험도 중요하다. 정확도 높은 알고리즘과 우수한 보안성 등 이론상의 수치만으로 공급 계약을 따내기 어렵다.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한 공공시설 또는 금융권 비대면 본인 인증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레퍼런스를 비롯해 사업을 수행할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얼굴 인식 시스템 또는 솔루션을 구축하고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도 중요한 경쟁 요소다.
씨유박스는 AI 얼굴 인식 시스템 분야에서 4대 정부 청사를 포함해 국가 보안 시설에 얼굴 인식 시스템을 공급하면서 사업 경험을 쌓았다. 회사 측은 법무부 자동출입국심사대 사업, 인천국제공항의 스마트패스 사업, 4대 정부 청사에서 스마트 정부 청사 구축 사업 등 대규모 사업들을 수주한 것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공모 자금으로 서버 확충에 투자
최근엔 민간에서도 사용자 편의와 보안을 이유로 얼굴 인식을 채택하는 곳이 늘고 있다. 금융권의 본인 인증이나 빌딩·아파트 출입 통제, 원격 근무 플랫폼 등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얼굴 인식 시스템 등 주력 사업과 함께 고부가 가치 신규 사업을 확장해 매출을 세 배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7% 증가한 약 168억원이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금융권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SaaS 형태로 SK증권·신한카드·신한투자증권 등에 솔루션을 납품했다. 한국의 AI 얼굴 인식 기업 중 금융권 최다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금융 분야의 본인 인증, 간편 결제 솔루션과 객체 인식 분야의 3D X레이 판독 기술, 물류센터 내 주문 상품을 박스에 담는 AI ‘오더피킹’ 로봇 등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씨유박스는 5월 9~10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마무리한 후 5월 중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 총 공모주식 수는 150만 주로 신주 100%로 구성됐다.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1만7200~2만3200원이다. 대표 주간사 회사는 신한투자증권, 공동 주간사 회사는 SK증권이 맡았다.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연구·개발(R&D)과 장비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기술 기반 사업의 특성상 우수한 R&D 인력을 확보하고 AI 개발을 위한 핵심 장비인 GPU 서버를 확충하는 등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남운성 씨유박스 대표는 “코스닥시장 상장 이후 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생성형 모델과 비전 인식 로봇의 원천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며 “공항 등 정부 프로젝트의 효율적인 관리와 해외 법인 활성화로 매출 구조를 개선해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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