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골퍼, 57년 걸린다는데”…보험설계사들 무더기로 “홀인원 됐다” 알고보니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2023. 5. 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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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사진 제공 = 연합뉴스]
최근 골프가 급속히 대중화되는 가운데 ‘홀인원(Hole In One)’을 악용해 사기를 친 보험설계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설계사가 보험의 허점을 노리고 사기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은 보험대리점(GA)과 생명보험사에 대한 검사를 통해 34개 GA 및 생명보험사의 전·현직 보험설계사 50여 명에 대해 등록 취소 또는 업무정지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이번 금감원 검사에서는 홀인원과 관련한 보험사기가 다수 적발됐다.

삼성화재의 한 설계사는 홀인원 축하 비용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후 취소했음에도 이 비용을 지출한 것처럼 가짜 카드 영수증을 제출해 보험금 500만원을 편취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현대해상과 드림라이프 보험대리점의 보험 설계사들, 유퍼스트보험마케팅 보험대리점과 인슈코아 소속이었던 보험 설계사들도 같은 수법으로 홀인원 보험사기를 쳤다가 금감원에 들통났다.

홀인원 보험은 가입자가 홀인원을 했을 때 증정품 구매, 축하 만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상해준다. 홀인원은 골퍼들의 영원한 로망이어서 홀인원을 하면 동반자들이 기념패를 만들어 축하해주고, 당사자는 선물을 돌린다.

보통 정규 18홀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할 수 있는 파3홀은 전후반 2개씩 총 4개가 있다. 공을 1만2000번 쳐야 홀인원이 한 번 나오니 3000번 라운드를 소화해야 홀인원을 할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1년 52주 기준 일주일에 한 번 골프를 하면 홀인원 하는데 57년 걸린다. 3000번 라운드를 하려면 요즘 주말 기준 1인당 30만원정도가 든다고 볼 때 9억원을 투자해야 가능한 셈이다.

이와 함께 보험 설계사들의 교통사고 위장과 허위 진단서 등을 통한 보험금 타내기도 심각했다.

주요 사례를 보면 에즈금융서비스 보험대리점 소속이었던 한 보험설계사는 2019년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위장한 뒤 사고로 신고해 보험금 2000여 만원을 부당 수령했다.

신한라이프 소속이었던 한 보험설계사는 2015년 스키장에서 고의로 다쳤음에도 우연히 사고가 난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 2100만원을 타내기도 했다.

한국지에이금융서비스 보험대리점 소속이었던 한 보험설계사는 2020년 아들이 차를 몰다가 횡단보도 차량진입 방지 턱을 들이받아 발생한 사고를 익산-포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로 꾸며 보험금을 받아냈다.

삼성생명의 한 보험 설계사는 2018년 입원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한방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로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받았다.

삼성화재 소속이었던 한 보험 설계사는 한의원에서 선결제한 후 마사지를 받았음에도 치료받지 않은 다른 병원에서 충격파 복합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진료확인서를 발급받아 보험금 500여 만원을 타냈다.

케이엠아이에셋 보험대리점의 한 보험 설계사는 2017년 건물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본인의 실수로 해당 층에 대한 화재보험 계약이 누락된 것처럼 허위 보고해 보험금 2000여 만원을 편취하도록 돕기도 했다.

이 외 보험 설계사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보험 고객에 특별 이익을 제공하거나 보험계약의 체결 및 모집에 관한 금지 규정도 어겨 징계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결국 보험료를 인상시켜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피해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며 “만약 보험사기를 목격하면, 금감원이나 보험사에 관련 사실을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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