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노바티스' 뇌 약물 전달기술 확보 박차..주목할 韓바이오텍은?
AAV 뇌 전달 플랫폼 보유 보이저...'노바티스·화이자'와 파트너십 中
ABL바이오는 항체, 아바타테라퓨틱스는 AAV로 관련 수요 정조준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바이오젠이나 스위스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빅파마)들이 차세대 퇴행성 뇌질환 신약 개발을 위해 바이오텍의 약물 전달체 기술 도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바이오젠은 고분자 기반 전달 플랫폼 전문 미국 디날리 테라퓨틱스(디날리)를, 노바티스는 뇌질환용 유전자 치료제에 쓸 수 있는 바이러스 벡터 기술을 보유한 미국 보이저 테라퓨틱스(보이저)를 각각 파트너로 선택하고 있다. 국내 에이비엘바이오(298380)와 아바타테라퓨틱스 등도 뇌질환용 약물 전달 플랫폼을 확보해 관련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항체 전달체 개발사‘디날리’...빅파마 관심 집중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고분자와 항체,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등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 등 각종 전달체가 퇴행성 뇌질환 정복을 위한 신약개발의 핵심 요소로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인 뇌질환 약물이 혈액뇌관문(BBB)를 투과해 전달되는 비율은 0.1%다. BBB 투과도를 높이는 것은 효능과 직결되는 문제로 통한다. 뇌 속 전달체 플랫폼을 보유한 바이오텍들에게 빅파마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바이오젠은 디날리의 고분자 기반 약물 전달 기술이 접목된 아밀로이드베타(Aβ) 타깃 치매 신약 후보물질 ‘ATV-Aβ’를 기술도입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 양사가 맺은 파트너십에 따라 ATV-Aβ에 대한 선택 옵션권을 이번에 행사한 것이다. 최근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아두헬름)를 미국에서 승인받은 바이오젠이 ATV-Aβ를 통해 후속물질 확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날리가 보유한 고분자성 약물전달 물질 중 하나인 ATV가 BBB 표면에 존재하는 ‘트랜스패린 수용체’(TfR)와 결합하면 BBB의 막이 뚫려 약물이 유입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젠과 디날리는 이미 ATV를 적용한 경구용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 ‘BIIB122’의 임상 3상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디날리 이외에도 스위스 로슈나 에이비엘바이오 등은 항체 기반 전달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다. 로슈는 디날리와 같은 TfR을 타깃하는 항체를, 에이비엘바이오는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수용체’(IGF1R)를 타깃하는 항체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양사 역시 각각 전달용 항체에 질환 타깃용 항체를 결합한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해 1월 에이비엘바이오가 1조3000억원 규모로 프랑스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ABL301’은 IGF1R 타깃 항체에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알파 시뉴클레인 타깃 항체를 결합한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뇌 전달 플랫폼을 ‘그랩바디-B’라 명명했으며, 빅파마인 사노피가 자사의 플랫폼을 검증, 높게 평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로슈의 자회사인 미국 제넨텍에서 6~7년 전 스핀오프 한 곳이 디날리다. 사실상 항체 기반 뇌질환 셔틀 플랫폼은 로슈와 디날리를 한묶음으로 볼 수도 있다”며 “국내외 후발 주자들이 이를 따라잡을 항체 전달 플랫폼을 두루 발굴해, 그 기술력을 국제무대에서 검증받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저·아바타’ 등 차세대 유전자치료제용 AAV도 주목
한편 2020년 전후로 국내외에서 퇴행성 뇌질환 대상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 접목할 바이러스 벡터 플랫폼에 주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일례로 스위스 노바티스는 지난해 3월 미국 보이저테라퓨틱스(보이저) 퇴행성 뇌질환용 유전자 치료제 특화된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전달 플랫폼에 대해 16억5000만 달러의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보이저는 AAV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외피’(캡시드) 선별 플랫폼 ‘트레이져’로 영장류의 BBB를 통과하는 여러 연구결과를 배출하고 있는 바이오텍이다. 회사는 지난 2020년 미국 화이자와도 중추신경계(CNS) 타깃 용 AAV 개발을 위한 6억 3000만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여러 빅파마가 퇴행성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BBB 투과 플랫폼으로 AAV에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AAV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로 따로 특허가 없어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유전자 교정 도구인 ‘크리스퍼-캐스9’을 탑재하기에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퍼-캐스9의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일반 AAV에 탑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제대로 약물이 전달되려면 초소형 유전자 도구를 개발하거나 AAV를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2020년에 설립된 신생 스타트업 아바타테라퓨틱스는 AAV8 및 AAV9를 활용한 뇌 전달체를 발굴하고 있다. 조승희 아바타테라퓨틱스 대표는 “AAV의 캡시드 최적화 기술을 확보했고, 올 하반기 중 관련 설계 기술 4~5건의 특허를 출원할 예정이다”며 “AAV가 뇌 등 신체 내 각 지역으로 잘이동하는 만큼 관련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널리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선 업계관계자는 “각사가 자체 BBB 투과 플랫폼의 성능을 자신하고 있지만, 실제 신약 승인받아 이를 입증하진 못한 상황이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승인된 4~5종의 유전자 치료제들은 뇌질환을 타깃하는 것은 아니다. 각국에서 개선된 AAV로 가장 먼저 뇌질환을 정복하고자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호 (two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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