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땐 경영권 불안’ 고심하던 기업들 숨통 틔웠다
주총때 경영진 의결권 복수 인정
기술 혁신·일자리 창출 등 기대
“세계시장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 총수 세습 수단 악용 등
남용 막기위한 안전장치도 마련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고대하던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면서 기업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의 순기능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결권은 주주총회 때 경영진 의결권을 복수로 인정하는 제도로,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숙원 사업이었다. 업계에선 투자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창업자들이 경영권 우려 없이 활발한 투자 유치를 이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 총수의 편법 세습 수단 악용과 소액 투자자 피해 발생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논의 과정에서 마련한 안전장치가 확실하게 작동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비상장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창업주에게 복수의결권을 주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번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이 투자유치로 창업주 의결권 비중이 30%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갖는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개정안은 정부 이송 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며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 시행된다.
국내에선 그간 외부 투자를 유치한 창업주의 지분이 희석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꼽히며 주목을 받았던 컬리의 경우, 투자를 지속해서 받은 결과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현재 6.25% 수준까지 떨어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 왓챠도 시리즈D까지 약 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박태훈 대표의 지분율이 14.64%까지 하락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쿠팡은 아예 2021년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당시 김범석 의장은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갖는 클래스 A가 아닌, 주당 29표의 의결권을 갖는 클래스 B를 보유해 눈길을 끌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개정안 통과 소식에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벤처기업협회와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등 10여 개 벤처기업 관련 단체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논평을 통해 “이번 법안 통과로 벤처기업들은 경영권 위협 없이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세계시장으로의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복수의결권 제도가 현장에 조속히 정착·활용돼 벤처기업이 기술혁신과 성장을 이뤄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라며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의 든든한 축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시절인 2020년 8월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이영 중기부 장관은 “복수의결권 주식은 벤처 강국인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에서도 활발히 활용되는 제도로, 투자유치와 경영권 불안이라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벤처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며 “고성장 벤처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우리 자본시장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복수의결권 도입이 소액주주 권리 침해와 ‘꼼수 증여’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관련 법안이 2년 넘게 국회에 계류된 바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복수의결권이 대기업 총수의 세습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는 데다, 1주당 1표의 의결권이라는 상법상 원칙에 위배 된다는 논란도 꾸준히 제기돼왔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해 벤처기업법 개정안에는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대기업의 편법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창업주가 보유한 복수의결권 주식은 상속·양도·증여 및 이사 사임 시에 즉시 보통주로 전환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는 경우에도 즉시 보통주로 전환돼 대기업집단 활용이 원천 차단된다. 복수의결권 주식 관련 정관 개정과 발행은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3 동의가 필요한 가중된 특별결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발행된 복수의결권 주식의 존속 기한은 최대 10년이며 상장 시 최대 3년으로 축소된다. 존속 기한이 경과한 복수의결권 주식은 보통주로 전환된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복수의결권 남용을 막기 위한 의결권 제한 장치와 투명한 운영을 위한 방안 등이 함께 도입됐다”며 “위반사항에 대해선 신고, 조사권, 제재·처벌 등도 추가되는 만큼, 안전장치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복수의결권 주식과 관련한 위반사항을 발견한 자는 누구든 중기부에 신고할 수 있으며, 중기부는 위반 혐의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 보고 등 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5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허위발행 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등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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