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전정신·추진력… 14억 인구에 ‘황금시대 비전’ 심다[Leadership]
혁신
디지털·보건 분야 등 개혁 주도
외인투자 증가… 5위 경제대국에
도전정신
‘빈곤 극복’ 개인사 호소력으로
“청년이 바꿀 세상” 사회에 활력
추진력
‘힌두 민족주의’로 지지세 탄탄
자국 코로나백신 솔선수범 접종
“인도는 오직 인도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옛날 황금 새라 불리던 나라다.”
이 말이 보여주듯 중국을 제치고 전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떠오른 인도를 이끄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힌두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혁신적이고 강력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실패에 굴하지 말고 도전하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며 인구 14억 명이 넘는 인도를 이끌고 있다. 최근 신냉전 분위기 속에 미국과 서방의 중국 견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인도가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 잡게 되자 모디 총리의 리더십도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빈곤했던 개인사를 이겨낸 경험… 인도 청년층에 비전 제시하는 리더십 = 모디 총리는 지난 2018년 카르나타가 연설에서 “인도는 젊은 나라다. 인도 인구의 34%를 청소년이 차지하는 데 우리는 전 세계의 운명을 바꿀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그동안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부족과 카스트제도의 영향으로 사회 전반적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모디 총리는 이러한 지금까지의 문제점보다는 현재의 강점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 모디 총리는 집권 이후 ‘청년들이 바꿀 세상’에 대해 끝없이 언급해왔다. 모디 총리 스스로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빈곤했던 삶을 이겨냈기에 인도인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다. 모디 총리는 “내 유년시절은 마차에서 차를 팔며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가난에 젖어있었다”며 “내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남의집살이를 할 만큼 빈곤 속에 살았지만, 실패를 배움의 장애로 삼지 않았다”고 인도인들에게 현재에 안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모디는 단순히 개인사로만 인도인들을 설득하지 않았다. 그는 2022년 독립 75주년 기념 연설에서 인도의 ‘아므리뜨 깔(상서로운 황금시대)’을 열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 1위의 인구를 보유한 국가이자 15∼64세 사이 생산 가능 인구가 68%(2021년 기준)에 달하는 지금이 인도가 커다란 도약을 이룰 시점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 뒤 ‘성장의 인도’ 정책을 추진하며 인도를 세계 5위 경제 대국 자리로 이끌었다. 모디 총리 집권 전에 5%대였던 인도 경제성장률은 집권 이후인 2015년 8.0%로 뛰었다. 이후에도 6% 중후반대의 고성장을 이어가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6.6%라는 역성장을 겪기도 했지만 2021년 8.7%로 회복했다. 모디 총리의 리더십에 외국 기업들의 인도 투자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4년 회계연도에 360억4600만 달러였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6년 뒤인 2020년 회계연도에 743억9100만 달러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후에 FDI 유입액 증가세는 계속돼 2022년 회계연도에는 848억3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모디 총리는 이러한 경제 성과와 강력한 힌두 민족주의 정책을 바탕으로 2019년 총선에서도 압승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 인구 80%에 달하는 힌두교도들의 든든한 지지하에 최고 지지율이 83%를 찍을 정도로 안정적인 정치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다만 모디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는 양날의 검이다. 모디 총리 집권 이후 힌두교도들과 이슬람교도들 간에 충돌이 늘어나면서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파키스탄 등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점도 모디 총리에게는 부담이다.
◇‘코로나19’ 위기… 인도산 백신 공개 접종하는 솔선수범 리더십으로 극복 = 경제 성과와 힌두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안정적이던 모디 총리도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코로나19에 가라앉은 경기를 일찍 살릴 목적에 ‘방역 빗장’을 조기에 풀었다가 인도발 변이가 발생한 것이다. 2021년에 인도 일일 확진자 수가 최대 40만 명을 넘어서고, 화장터가 부족해 시신들이 거리와 강에서 부패할 정도로 사태가 악화되면서 모디 총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인도 야당은 트위터에 ‘모디가 만든 재앙(#ModiMadeDisaster)’이라는 해시태그를 올리며 ‘모디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은 2021년 5월 열린 지방선거에서 대패했다. 인도 매체 더퀸트는 “두 번째 코로나19 파동으로 모디 총리의 인기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면서 “집권 기간 7년을 통틀어 지금이 모디 총리에게 정치적으로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에 모디 총리는 정면돌파를 결정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높이기’에 올인했다. 인도가 ‘세계의 백신 공장’이라고 불리면서도 자국에서 위탁 생산된 백신을 손에 쥐지 못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백신 수출을 금지하고 자체 백신 개발에도 속도를 높였다. 모디 총리는 자국산 백신을 맞기 꺼리는 민심을 의식해 공개적으로 인도산 백신을 맞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국민의 인도산 백신 접종률이 급증했고 코로나19 피해가 최고조였던 2021년 4월에서 반년도 안돼 접종 10억 회 돌파로 위기를 넘겼다. 정치적 위기에 처했던 모디 총리도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내년 총선에서 3선을 노리는 모디 총리가 인도의 ‘황금 새’를 얼마나 멀리 날려 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모디, 부족민 출신 女대통령 당선에 영향 끼쳐… 하층계급 감싸기 전략
■ 정치적 파트너 ‘무르무’ 주목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정치적 파트너인 인도 대통령은 부족민 출신 여성인 드라우파디 무르무(사진)다. 인도 특유의 신분제도인 카스트제도에도 포함되지 않는 불가촉천민과 같은 대접을 받는 부족민 출신 여성인 무르무 대통령의 당선에는 모디 총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하층계급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무르무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정치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소속인 무르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약 64%의 득표율로 제2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무르무 대통령은 인도 동부 오디샤의 부족 산탈 공동체 출신으로, 부족민 출신으로는 처음이자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대통령에 취임했다. 무르무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인도의 모든 사람이 최고직에 오를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부족인 산탈 공동체 출신인 무르무 대통령은 교사로 일하며 자신과 같은 부족민들의 권리 증진을 위한 사회 운동에 힘써왔다. 인도의 부족민 수는 약 1억400만 명에 달하지만 카스트제도와 같은 인도 전통 사회 질서에 포함되지 않은 변방 집단으로 여겨진다. 무르무 대통령은 이후 1990년대 후반 정치에 입문했고, 오디샤주에서 상공 부문 부장관 등을 지낸 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자르칸드주의 주지사로 일했다.
인도에서 변방그룹에 속하는 무르무 대통령의 당선에는 집권 여당 수장인 모디 총리의 고려가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무르무 대통령의 존재 자체가 하층 카스트나 불가촉천민, 부족민들에게는 기회 확대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는 무르무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직접 찾아가 꽃다발을 건넨 뒤 “인도의 새 역사를 썼다”며 축하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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