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모친상·형제상…모진 풍파 견딘 넬 “그래도 음악은 계속된다”[SS인터뷰]

조은별 2023. 5. 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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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6일 시즌 콘서트 ‘넬스 시즌 2023 댄스 인더 레인’ (NELL’S SEASON 2023 ‘Dance in the Rain’)을 마친 밴드 넬 멤버들. 사진 왼쪽부터 이재경, 객원드럼 양혜승, 김종완, 이정훈. 제공|하쿠나마타타


넬 콘서트 포스터 . 제공|스페이스보헤미안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쏟아지는 비바람은 자연의 무서움을 상징한다. 하지만 비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린다면 자연은 이내 풍요로움으로 보답한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푸른 이파리들이 초록 내음을 한껏 풍기고 땅은 이듬해 먹을 곡식을 생산할 채비를 마친다. 그래서 수많은 문인들이 인생의 풍파를 거친 비바람에 비유하곤 했다.

지난 5~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시즌 콘서트 ‘넬스 시즌 2023 댄스 인더 레인’ (NELL’S SEASON 2023 ‘Dance in the Rain’)을 진행한 밴드 넬의 리더 겸 보컬 김종완도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그의 인생에 몰아친 모진 비바람을 꿋꿋이 견뎠다.

지난해 9월 모친상을 당한 그는 불과 5개월만인 지난 2월 친형을 잃는 슬픔을 겪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울림 엔터테인먼트 시절부터 지금의 독립 레이블 스페이스보헤미안 초창기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전 매니저도 지난 3월 유명을 달리했다.

김종완은 6개월 동안 세 번 상복을 입었다. 어머니의 빈소에서는 상주 자격으로, 형의 빈소에서는 상주인 어린 조카들과 함께, 그리고 전 매니저의 빈소에서는 지인들과 마지막까지 빈소를 지켰다. 멤버 이정훈(베이스)과 이재경(기타), 정재원(드럼)이 함께 했다.

웬만한 사람은 견디기 힘들었던 나날, 설상가상 얼마 전에는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도 당했다. 6일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만난 김종완은 “그래도 갈비뼈에 금이 간 건 2~3주 만에 다 붙었다”고 웃었다.

그는 “외부에서 보면 힘든 일을 연달아 겪으니 불행하다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공연과 음악을 계속하며 환호받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 어머니 상을 치른 뒤 바로 부산에 내려가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지난해 어머니 상을 치른 뒤 부산 국제록페스티벌에 참석한 것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힘든 일을 겪었지만 바로 무대에 서서 관객에게 음악을 들려줄 수 있었다. 형의 장례를 치른 뒤에도 계속 작업을 이어갔다.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건 아니다. 음악을 가장 좋아했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음악이 있고, 관객이 있어 힘든 시간을 버티고 지탱할 수 있었다.”

지난 5~6일 열린 넬의 시즌 콘서트 ‘넬스 시즌 2023 댄스 인더 레인’ (NELL’S SEASON 2023 ‘Dance in the Rain’)의 한장면. 제공|하쿠나마타타


지난 5~6일 열린 넬의 시즌 콘서트 ‘넬스 시즌 2023 댄스 인더 레인’ (NELL’S SEASON 2023 ‘Dance in the Rain’)의 한장면. 제공|하쿠나마타타


지난 5~6일 열린 넬의 시즌 콘서트 ‘넬스 시즌 2023 댄스 인더 레인’ (NELL’S SEASON 2023 ‘Dance in the Rain’)의 한장면. 제공|하쿠나마타타


멤버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고안한 ‘넬스 시즌’ 공연 연출은 힘겨운 지난날을 잊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푸른 나무 잎새를 꼬아 장식한 무대는 마치 팀 버튼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기자기하다가도 때로 기괴함을 선사했다.

‘댄스 인더 레인’이라는 주제처럼 기가 막히게 전국에 폭우가 내렸고 무대에서도 시종일관 비가 내렸다. ‘퍼펙트’를 부를 때는 자주색 비로 에로틱함을 표현해 운치를 더했고 ‘번’처럼 강렬한 곡을 부를 때는 무대 전반이 붉은 색으로 불타올랐다. 양사이드 전광판은 흑백영화의 한 장면을 들여다보듯 작은 창에 멤버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비쳐져 여운을 남겼다.

“지난해 연말 공연 뒷풀이 때부터 고민했다. 5개월 만에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뭘까. 그래서 노래마다 톤을 다르게 하되 영화같은 중계를 제안했다. 우리는 아이디어만 던졌는데 스태프들이 소화를 잘 해줬다.”

이번 공연은 20여 년을 함께 한 드러머 정재원이 잠정적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한 뒤 처음으로 열린 넬의 단독 공연이기도 하다. 지난 달 30일 열린 원픽 페스티벌부터 정재원의 빈자리는 드러머 양혜승이 채웠다. 양혜승은 서태지 컴퍼니 시절, 넬과 한솥밥을 먹었던 밴드 피아 출신으로 역시 20여 년간 동고동락해왔다.

“정재원과는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으로 30여 년 넘게 함께 했다. 재원의 활동 중단은 넬이 아닌 친구들끼리, 개인적으로 알아야 할 이야기라고 설명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무엇이 서로에게 베스트인지 고민하며 내린 결정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이에 나쁠 건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 ‘뮤직 고스 온’(Music goes on)이다. 오랜 시간 우리의 음악을 잘 알고 지낸 혜승 덕분에 공연을 잘 치를 수 있었다.”

넬은 이날 공연 말미 “서늘해지기 전 새로운 음반으로 돌아오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했다. 김종완은 “새 앨범은 미니, 혹은 EP앨범의 형태가 될 것”이라며 “6월 말에서 7월 사이 발표하려고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틀에 걸친 공연의 대미는 넬의 히트곡 중 가장 밝은 분위기의 ‘오션오브라이트’가 장식했다. 주로 여름 페스티벌에서 흥겹게 분위기를 띄울 때 불렀던 곡이다.

‘빛의 바다에 서있다’(I‘m in the ocean of light)는 노랫말에 맞춰 무대에서 꽃비가 쏟아졌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미래를 향해 꽃비 사이를 헤치며 성큼성큼 나아가는 세 남자의 뒷모습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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