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글로벌삼국지]동아시아 발전 밑거름은… 1000년 전에도 지금도 '교류'

백범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2023. 5. 8. 09: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국 정상회의 조속한 개최로 '갈등 해소' '공동 번영' 열어야
백범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서울=뉴스1) 백범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 견훤은 신라의 군사조직으로서 나주에 있던 '미다부리정'과 순천만 등 한반도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세력을 규합한 다음 지금으로부터 1131년 전인 892년 광주(무진주)를 점령해 '대왕'(大王)을 칭했다.

지금의 전남 일대를 통합하는 데 성공한 견훤은 북진을 결정하고 남원, 임실의 '거사물정'을 거쳐 광주 점령 8년 후인 900년 마침내 전주(완산)에 무혈 입성해 후백제를 건국했다. 견훤의 후백제 건국은 고대 동아시아 해상왕 장보고의 유산, 즉 신라의 해양성과 진취성을 계승·발전시킨 결과였다.

견훤은 후고구려와 신라를 아우르기 위해 해군력을 육성·강화하는 한편, 해군력을 토대로 중국 저장(浙江)의 오월(吳越), 화베이(華北)의 후당(後唐)과 함께 거란, 일본 등과의 외교도 활발히 추진했다. 외교와 교역, 문화교류를 위한 후백제 관선이 서해와 동중국해, 일본 바다를 누볐다.

견훤은 최승우 등 당시 선진국 당(唐)나라 유학생 출신들을 적극 기용하는 한편, 서적과 회화, 악기 수집 등 문화 육성에도 힘썼다.

후백제가 창건된 9세기 말엔 한반도는 물론,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전체가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었다.

동아시아 안정과 번영을 가능하게 했던 호한융합(胡漢融合)의 대제국 당나라가 멸망하고 크고 작은 여러 차례의 전쟁을 거쳐 화베이에 '5대', 그리고 창장(長江) 유역과 그 이남에 '10국'이란 작은 나라들이 들어섰다.

일본에선 덴노(天皇) 가문을 대신해 후지와라(藤原)씨가 득세했으며, 통치원리인 율령 제도도 형해화(形骸化)되고 있었다.

동아시아 국제질서가 1100여년 전 그때처럼 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모두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대두란 새로운 형태의 도전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가치사슬·공급망 약화, 저출산·노령화 등의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교적 긴장과 갈등은 정치에 그치지 않고, 경제와 사회문화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무선 정보통신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은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반면, 국가 간 긴장과 전쟁,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불러온 범세계적 경제위기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 News1 DB

한국의 경우 14개월째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원화 평가 절하가 이어지면서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생활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경제 상황 악화는 한국이 직면한 최대 위기 중 하나인 초저출산율 추세를 더욱 더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후백제의 수도이자 조선 태조 이성계가 원향으로 삼았던 1100년 전통의 역사 도시 전주가 중국 청두(成都)와 메이저우(梅州), 일본 시즈오카(靜岡)와 함께 '2023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됐다.

청두는 삼국지 속 촉(蜀)나라의 수도이자 대규모 수리시설 두장옌(杜江堰)과 판다(熊猫) 등으로, 메이저우는 동남아 화교의 고향이자 하카(客家)인의 방어용 거주시설인 토루(土壘)로, 그리고 시즈오카는 후지(富士)산과 쓰루가(駿河)만 등으로 잘 알려진 도시다.

전주에선 지난달 26~28일 사흘에 걸쳐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 축하행사와 함께 2023년 전주국제영화제를 개최했다. 청두와 메이저우시, 시즈오카현 관계자들도 전주를 방문했다. 이들 도시는 행사에서 녹화 또는 실공연 방식으로 각자의 찬란한 전통문화를 소개했다.

한중일 3국이 지난 2011년 서울에 설립한 정부 간 국제기구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TCS)의 목적 중 하나도 정치·외교적 상황과는 별개로 지방 교류와 청소년 교류 등 3국 간에 비교적 '소프트'한 분야에서부터 협력을 증진하는 데 있다.

1100여년 전 동아시아는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지만 유학자와 승려, 무역 상인들은 서로 활발히 교류했다. 이들의 교류가 동아시아 3국 발전의 밑거름이 돼 고려와 북송(北宋), 헤이안(平安) 시대의 절정, 즉 고대 한국과 중국, 일본의 황금기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 간 평화와 교류의 시기는 긴장과 갈등, 전쟁의 시기보다 훨씬 더 길었다. 지금의 긴장과 갈등의 시기도 조만간 지나갈 것이다.

따라서 한중일 3국 국민들은 상호 갈등보다는 교류와 협력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최근의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 전개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조속히 한국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재개해 그 갈등을 해소하고 3국 모두의 번영을 위한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

오랜 교류의 역사를 지닌 한중일 3국이 교류 확대와 협력 증진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상처를 치유, 극복하고 공동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길 기대한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