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변호사의 어드바이스, 졸혼 합의서 꼭 작성하세요!

서울문화사 2023. 5. 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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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변호사

-이인철 변호사

(법무법인 리 대표변호사)

졸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재산과 관련한 금전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졸혼 합의서를 쓰는 게 중요합니다. 합의서를 쓰면서 미리 재산 분할하듯이 남편 명의로만 돼 있으면 아내에게 일부분 재산 이전을 해야 합니다. 또 따로 살 경우 상대 배우자에게 집과 생활비가 필요하게 되죠. 생활비의 경우 구체적인 액수를 언제까지 줄 것인지 정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졸혼을 악용할 수 있어요. 실제로 100억원대의 재산을 가진 황혼 부부가 있었는데, 거의 모든 재산을 남편 단독 명의로 한 경우였어요. 부부 사이가 좋지 않자 남편이 졸혼하자 했고, 아내는 남편에게 일정 재산을 요구했습니다. 남편은 일단 별거부터 시작하고 조만간 재산도 주겠다고 아내를 안심시켰는데, 약속과 달리 재산을 주지 않았습니다. 참다 못한 아내가 남편에게 이혼과 재산 분할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모두 거절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이혼 재판을 할 것을 대비해 졸혼과 별거를 아내의 가출로 둔갑시키고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했던 거죠. 이렇게 졸혼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졸혼으로 부부가 따로 사는 상황이 가출이 될 수도 있는 건가요?

졸혼이나 별거 시 집을 나갈 때는 반드시 상대방과 합의를 하고 나가야 합니다. 합의서나 녹음 등 증거가 있어야 해요. 우리나라는 민법상 부부별산제로 규정돼 있어 부부가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단독 재산입니다. 명의자가 그 재산을 단독으로 처분하거나 대출을 받아 사용해도 배우자가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어요. 현행법상 재산이 없는 배우자가 재산을 받으려면 이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이혼이 굉장히 까다롭지요?

맞습니다. 외국의 파탄주의와 달리 우리나라는 유책주의라서 이혼 사유가 까다롭고 이혼소송도 1~3년 정도 걸립니다. 더욱이 이혼하지 않으면 재산이 없는 배우자는 재산 분할을 하나도 받을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이혼할 경우에는 각자의 기여도를 인정해 재산 분할을 받게 되는데 별거나 졸혼처럼 서류상 혼인이 유지되면 법적으로 재산 분할을 청구할 수 없어요. 법을 개정해 이혼하지 않고 별거나 졸혼 등 특별한 경우에도 재산 분할을 인정하는 법제 도입이 시급합니다. 현재 졸혼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졸혼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졸혼 합의서는 법적인 효력이 있는 건가요?

부부가 정식으로 합의서를 쓰고 서명하고 추가로 공증까지 받으면 어느 정도 효력이 있죠. 그런데 합의서 내용상 효력이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어요. 너무 불공정하거나 현행법에 위반되는 내용, 예를 들어 “전 재산을 남편 명의로 한다” 또는 “전 재산을 아내 명의로 한다”는 식으로 너무 편파적인 내용은 안 됩니다. 졸혼에서 가장 예민한 것이 ‘각자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성을 만나는 것까지 허용할 것인지, 아닌지. 만약 이성을 만나면 밥만 먹을 것인지, 애정 관계까지 허용할 것인지. 이런 문제에 대해 된다 안 된다 하는 그런 명확한 법원의 판례는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분명히 이성과의 만남까지 생각하고 졸혼하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그럴 때는 부부가 미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나중에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고 졸혼 합의서에 기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졸혼 합의서에 꼭 명시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서로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인정해줄 것인지, 특히 이성 관계에 대한 내용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재산 분할에 대한 것도 자세히 기재해야 합니다. 특히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경우 재산을 미리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모든 재산의 명의가 남편으로 돼 있다면 졸혼할 때 아내가 일정 부분, 절반을 받으면 좋지만, 절반이 아니더라도 30% 정도 재산 분할을 미리 받는 게 중요합니다. 또 생활비 부분도 자세하고 정확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졸혼은 법적으로는 부부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상대 배우자에게 부양의무, 협조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생활비를 제공해야 하는 거죠. 구체적으로 생활비를 언제까지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 합의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날인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100세 시대를 사는 현재, 졸혼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요?

가정마다 처한 상황과 어려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선택을 하든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에디터 : 하은정 | 취재 : 박현구(프리랜서)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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