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결산] ② 주요 변수로 떠오른 아시아쿼터…대형 FA 거취도 주목
FA는 '포워드 대어 열전'…최준용·문성곤·양홍석 등 시장으로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안양 KGC인삼공사가 2022-2023시즌 프로농구 대권을 차지하면서 각 팀이 아시아쿼터 선수 영입에 더욱 심혈을 기울 수밖에 없게 됐다.
아시아쿼터 제도로 이번 시즌 합류한 렌즈 아반도가 없었다면 14년 만에 7차전까지 간 챔피언결정전에서 인삼공사가 서울 SK를 물리칠 동력도 떨어졌을 터다.
아반도는 챔피언결정전 7경기에서 평균 10.1점을 올렸는데, 특히 2·3차전에서 특유의 탄력을 살려 18, 14점씩 보태 승리를 인삼공사 쪽으로 가져왔다.
양 팀 운명이 갈린 7차전에서도 승부처였던 4쿼터에만 2개의 블록슛을 해내며 오세근 등 빅맨들이 지친 인삼공사에 '높이'를 더해줬다.
아반도와 같은 아시아쿼터 선수는 올 시즌 10개 팀의 성적을 결정한 주요 변수 중 하나였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필리핀 선수 론제이 아바리엔토스는 신인상까지 받았다.
정규리그 51경기에 출전, 평균 13.6점 4.8어시스트를 기록한 아바리엔토스는 단순한 신인을 넘어 실질적인 '에이스'로서 현대모비스를 4위(34승 20패·승률 63%)로 견인했다.
원주 DB의 이선 알바노도 매 경기 13.3점 5.1어시스트를 작성하며 27경기를 결장한 '간판' 두경민의 역할을 사실상 대체했다.
이 두 선수의 연봉은 2억원 안팎이다.
2억원이면 국내 선수 중에는 이번 시즌 기준 보수 총액 순위 30위 밖이다.
아시아쿼터 제도를 잘 활용한 팀은 주전, 간판급 선수를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쓴 것이다.
다음 시즌부터는 이 제도로 영입되는 선수의 연봉 상한선이 세후 기준 16만 달러(약 2억 1천만원)로 정해졌다.
이 금액은 국내 선수 샐러리캡(급여 총액 상한·28억원)에서 제외하기로 해 아시아쿼터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 팀은 실질적으로는 전력상 손실을 감수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에 따라 구단들로서는 여러 아시아 국가 중에서 특히 농구 열기로 유명하지만 보수 수준은 KBL에 비해 낮은 '필리핀 선수 모시기'가 중요해졌다.
연봉이 아닌 월봉제인 필리핀 프로농구(PBA)는 한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월봉이 42만페소(약 1천만원)로 정해져 있다. 여기에 컵 대회 우승 수당 등 각종 옵션이 붙어 추가 보수를 챙기는 식이다.
더불어 8일부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면서 '대어'들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번 FA 시장은 그야말로 '포워드 열전'이다.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장신 포워드들이 이날부터 FA 신분이 된 만큼 높이를 보강하려는 팀들에게는 이번 시장에서 선택이 중요해졌다.
최대어는 서울 SK의 최준용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등, 이번 시즌 부상으로 부침을 겪기 전까지는 프로농구에서 가치가 가장 높은 선수로 꼽혔다. 2m가 넘는 신장, 속공을 진두지휘하는 기동력뿐 아니라 슛, 패스, 수비 등 다방면에 능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서다.
다만 올 시즌은 부상에 울었다.
'한 끗 차이'로 인삼공사를 넘지 못한 SK가 정규리그 26경기 출전에 그친 데다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PO 등 중요한 순간마다 코트를 밟지 못한 최준용과 계속 동행할지 주목된다.
인삼공사의 우승을 합작한 '4시즌 연속 수비왕' 문성곤, 플레이오프 MVP 오세근도 FA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987년생인 오세근은 만 35세 이상이라 FA로 이적하더라도 영입하는 팀이 별도 보상을 내주지 않아도 돼 가치가 높다.
이번 챔프전에서 평균 19.1점 10리바운드로 펄펄 날며 여전히 프로농구 최고 빅맨임을 입증했다.
다만 인삼공사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라 당장 이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는 않는다.
오세근은 7일 챔프전 7차전을 마친 후 FA에 대한 취재진 질의에 "다른 곳에 간다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다른 데 가면 이상할 것 같다.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줄 것 같다"며 "나이가 있으니 미래도 생각하며 잘 헤쳐 나가 보겠다. 성급히 판단하지 않고 잘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수원 kt의 간판 포워드 양홍석도 시장에 나온다. 스몰포워드 포지션에서 경쟁하는 최준용(1994년생), 문성곤(1993년생)보다 나이(1997년생)가 어려 성장 가능성은 줄곧 셋 중 가장 높게 평가돼 왔다.
양홍석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53경기에 출전, 매 경기 12.6점에 더해 6개에 가까운 리바운드(5.9개)를 잡아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포워드 듀오인 정효근, 이대헌도 있다.
정효근은 2m가 넘는 신장에도 기동력을 갖췄고, 이대헌도 다부진 체격을 이용한 골밑에서 1대1 공격이 가능한 몇 안 되는 토종 빅맨으로 평가된다.
둘과 함께 국내 선수 득점 1위(18.1점) 이대성도 FA다.
셋 모두 보수 순위 30위 안쪽으로 보상 규정이 적용돼 한국가스공사가 출혈 없이 모두 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대성 외 외곽 자원도 많다.
챔프전 평균 11.3점·3점 성공률 53.3%를 기록하며 서울 SK의 원투펀치 김선형·자밀 워니를 지원한 최성원, 7차전에서 3점 4방을 적중하며 인삼공사 우승에 일조한 배병준도 시장에 나온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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