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작 스타워즈 영화를 게임이 살려냈다
"이게 스타워즈 감성이고 이게 스토리지"
스타워즈. 지구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최고 흥행 IP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영화 성적표는 IP 명성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처참하다. 특히 한 솔로,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깨어난 포스, 라스트 제다이가 겨우 살려놓은 부활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꺼뜨렸다.
영화가 망하면서 스타워즈 신작 게임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땐 걱정이 많았다. 2019년 출시된 EA 액션 어드벤처 게임 '스타워즈 제다이: 오더의 몰락'은 영화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물론 게임이 완벽하진 않았다. 불편하고 답답한 요소가 있었다. 그래도 스토리만으로 다음 편에 기대감이 생겼다.
그 후속편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가 드디어 출시됐다. 10분 정도 즐기자마자 "전작보다 많이 발전했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새로운 시스템이 다수 추가되고 전작의 단점이 많이 개선됐다. 단 하나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다면 '최적화' 뿐이다.
영화를 감상하지 않아도, 전작을 경험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필수 조건은 아니다. 이 게임은 과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처음 요약 영상으로 알려준다. 게임을 시작하면 NPC 대화로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당연히 전작을 경험하고 즐기는 편이 더 좋다. 이 게임은 스타워즈 에피소드3 영화에서 5년 뒤 이야기인 전작 시점에서 또 다시 5년 뒤를 그린 게임이다. 전작의 경우 도망친 파다완이 어엿한 제다이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면 이번 작품은 칼 케스티스의 일대기를 강조했다.
스토리 속에 제다이가 왜 배신자 취급을 받는지 등 스타워즈 주요 세계관까지 담아낸 만큼 적어도 스타워즈 에피소드 3부작 영화를 미리 보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이 게임은 "스토리 하나만으로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잘 만들었다. 특히 오리지널, 에피소드 3부작 이후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한숨만 나오게 만드는 스타워즈 영화보다 훨씬 낫다.
전투로 계속 죽는 시간을 제외하면 엔딩까지 지루하지 않았다. 가끔씩 펼쳐지는 반전도 정말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오랜만에 스토리에 몰입한 게임이랄까.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파이널판타지16, 스타필드 등 앞으로 출시될 대작들을 기다리는 시간을 정말 재밌게 만들어줬다.
전투 패턴은 소울라이크 시리즈와 유사하다. 신중하고 섬세한 컨트롤을 요구하지만 소울라이크처럼 괴랄한 난도를 자랑하진 않는다. 게다가 난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으므로 미리 겁먹고 구매를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한 마디로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는 당신이 스타워즈를 몰랐다면 입덕하게 만들 것이며 최근 스타워즈 시리즈에 실망감을 느낀 팬이라면 그 아쉬움을 훨훨 털어낼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 2023년 4월 28일
개발사 :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 PC, PS, XBOX
■ 명작의 발목 잡는 부실한 최적화
최근 최적화에서 호평을 받은 '바이오하자드 RE:4'를 즐겼다. 그래서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의 최적화 문제가 확 다가왔다. 4월 출시작도 이러니까 앞으로 등장할 콘솔, PC 동시 출시작 최적화가 정말 우려된다.
콘솔은 역시 봐줄 만 하지만 PC는 정말 처참하다. 개발사에서 개선 패치를 진행했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안 좋다는 평가도 보였다. 퍼포먼스 모드로 즐길 경우 당연히 60프레임은 구경도 할 수 없다. 평균 20~30프레임 정도로 작동한다. 게임 몰입감과 재미가 크게 저하될 수준이다.
그렇다고 플레이스테이션5에서도 최적화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프레임 저하 현상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성능 모드로 교체해도 20~60프레임에서 변동하는 수준이다. 60프레임은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나 볼 수 있다.
게임을 못 즐길 수준은 아니다. 성능 모드로 바꿔도 그래픽이 워낙 좋은 게임이라 그런지 이질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XBox도 플레이스테이션5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PC로 즐길 유저라면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을 추천한다. 비슷한 느낌의 게임으로 '호그와트 레거시'와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가 있다. 잘 만든 수작이지만 최적화가 평가를 완전히 망쳐버린 대표적인 사례다.
■ 전작보다 훨씬 발전한 조작감 및 길찾기
조작감은 만족스럽다. 공격, 패링, 이동, 점프, 스킬 등 눌러야 할 버튼은 많지만 배치가 합리적이라 적응할 때 어렵지 않았다. 키보드&마우스는 조금 난잡한 구성이라는 평가가 많다. 초반부 가장 어려웠던 것은 벽을 타고 뛰어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구간이다. 거리를 잘 재며 점프해야 하는데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초반부 2단 점프, 벽 타기, 점프, L2 로프, 벽 타기를 연속으로 수행하는 구간에서 민망하지만 4번 정도 죽었다. 참고로 죽으면 경험치가 감소한다. 최대한 신중하게 조작해야 한다.
맵 크기는 정말 넓어졌다. 오픈월드라고 해도 될 만큼 행성 하나의 볼륨이 굉장히 큰 편이다. 게임 구조는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도중에 사이드 퀘스트를 마주하는 방식이다. 메인 퀘스트는 선형 구조로 되어 있다. 게임을 세밀하게 즐기고 싶다면 맵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오브젝트를 획득하고 사이드 퀘스트를 즐기는 것이 좋다. 당연히 사이드 퀘스트는 강제가 아니다.
길 찾기는 유저마다 반응이 달랐다. 벽 사이에 길이 많고 고저차 표현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길을 찾을 때 고생하는 유저도 있는 반면 쉽다고 평가하는 유저도 많다. 기자는 전작을 즐겨서 그런지 정말 좋아졌다는 것이 체감됐다. 특히 빠른 이동 기능은 다시 되돌아올 때 걸어오지 않도록 만드니까 정말 쾌적하게 만들어줬다.
나의 이동 경로가 맵에 표시된다. 방문하지 않은 장소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중반부 어중간한 위치에 배치된 숨겨진 동굴, 오브젝트를 찾을 땐 시간을 조금 소모했다. 길 찾기로 시간을 많이 허비한다면 네비게이터 설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 눈과 귀가 모두 즐겁다
딱 봤을 때 "EA 스타일이다", "좋다"는 칭찬이 나올 정도다. 특히 배경과 사물을 매우 정교하게 표현했다. 배경을 보고 있으면 정말 아름답다. 눈호강을 제대로 했다. 퍼포먼스 모드 기준으로 워낙 그래픽이 뛰어나서 그런지 성능 모드로도 충분히 좋다고 느껴졌다.
인물의 얼굴은 조금 심각했다. 배경을 워낙 멋지게 표현해서 그런가 NPC와 대화할 때 얼굴 그래픽을 보면 "같은 게임 맞아"라고 말할 정도로 괴리감이 크다. 그나마 주인공은 괜찮게 표현한 편이다.
중간마다 나타나는 시네마틱 연출은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게임 그래픽이 좋으니까 시네마틱 연출이 나타날 때 그래픽 변화 없이 카메라 시점만 전환되면서 그대로 연결된다. 이질감이 전혀 없었다.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운드는 정말 훌륭하다. 스타워즈의 대표 사운드는 광선검을 휘두를 때 '부웅'하는 소리가 대표적이다.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고 시원하다. 전작에서도 훌륭했는데 이번 작품에선 공격 물체 재질에 따라 타격음을 더 디테일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중간마다 스타워즈 근본 BGM도 향수를 자극했다. 게임 오리지널 BGM도 잘 어울린다.
캐릭터 모션은 사운드 요소를 한층 부각시켰다. 실제 사람이 연출하는 영화에서는 완벽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들까지 훨씬 자연스럽게 표현하니까 보는 맛이 쏠쏠했다.
■ 플레이 어려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광선검은 절단한다기보다 타격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게임을 즐길수록 오히려 손맛이 느껴져 점점 마음에 들었다. 중, 후반부에는 또 광선검 절단 느낌을 부각시켰다. 두 가지 손맛을 동시에 선사하겠다는 개발진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초반에는 싱글 블레이드, 더블 블레이드, 듀얼 윌드 총 3가지 자세를 습득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익숙한 싱글 블레이드와 듀얼 윌드가 편하고 효과적이었다. 전투 자세는 후술할 블라스터와 크로스 가드까지 총 5가지다.
종류는 5가지로 구성됐지만 전투에서는 2가지 밖에 사용할 수 없다. 제다이라면 전부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2가지만 사용할 수 있으니까 전투 상황을 매끄럽게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더블 블레이드를 잘 사용하진 않았지만 모든 자세를 열어줘서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투사체는 대부분 반격할 수 있다. 패링 난도는 전작 대비 정말 쉬워졌다. 조작감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도 있다. 참고로 뒤에서 날아오는 투사체로 방어가 가능하다. 제다이 전투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느낄 수 있다.
패링이 쉬워지니까 전반적인 난도도 함께 내려갔다. 등급으로 말하면 '보통'이다. 소울라이크 게임과 비교하면 쉽고 일반 액션 RPG랑 비교하면 어려운 편이다. 난도를 5단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스토리에 집중하고 싶은 유저를 위해 '스토리 모드'도 제공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낙사 대미지 제외 기능도 있다.
중, 후반부에는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등장한 블라스터와 크로스 가드 자세를 습득할 수 있다. 크로스 가드는 느리지만 매우 높은 한 방 대미지를 자랑한다. 기자는 답답해서 적응하기가 어려웠지만 취향에 맞는다면 높은 리턴을 얻을 수 있다.
블라스터는 근, 원거리 하이브리드 형태다. 피해량은 낮지만 먼 거리에서 적을 공격하니까 게임 난도가 한층 낮아졌다. 운용 난도도 어렵지 않다. 초반부 전투가 어려웠던 유저들에게 적극 추천하지만 제다이 전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질 수 있다.
■ 전작 아쉬움 제대로 털어낸 부가 콘텐츠
커스터마이징, 블레이드, BD-1 부품을 조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블레이드의 색상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역시 근본은 '초로색'이지. 커스터마이징에선 면도도 가능하다. 뭔가 과거로 돌아갔다는 느낌이랄까. 훨씬 젊어졌다. 커스터마이징 화면에선 뭔가 이상한데 게임으로 돌아오면 훨씬 자연스럽다.
맵 구모가 큰 만큼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콘텐츠도 다양하다. 자유롭게 탐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겐 안성맞춤이다. 탈 것 시스템도 새롭게 추가됐고 수집한 재화들로 치장 아이템을 구매할 수도 있다. 전작에서 아쉬웠던 요소들이 대거 개선된 모습이다.
퍼즐은 찾기가 어렵지만 난도 자체는 적당했다. 여타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구성이 많아 신선했다. 특히 여타 게임에서는 게임과 연관 없는 문제를 제시하는 퍼즐로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 게임은 게임 배경과 테마에 정말 잘 어울리는 문제로 구성했다.
게임 진행은 전투와 퍼즐이 교차되는 여타 액션 RPG와 비슷하다. 전투로 손에 피로도가 올라갔다면 퍼즐을 통해 손보다 머리를 쓰게 만드는 구조다. 만약 퍼즐 난도가 어려웠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텐데 개발팀이 꽤나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전작에서 아쉬웠던 다회차 플레이 요소도 이번에는 '새로운 여정 +'로 추가했다. 새로운 퍽, 새로운 광선검 블레이드, 스킬 포인트 및 광선검 스탠스 등 초회차에 했던 대부분 요소가 그대로 유지된 채 향상된 난도로 즐길 수 있다.
1.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
2. 자연스러운 전투 모션, 멋진 그래픽, 웅장한 BGM
3. 오픈월드 형식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즐길거리
1. PC 버전 기준 최악의 최적화
2.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허들로 작용하는 길 찾기
3. 배경 대비 부실한 인물 그래픽 표현
moon@gametoc.co.kr
Copyright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