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갔던 길, 따라갈 수 있나… KIA 좌완 3총사, 즐거운 상상할 수밖에

김태우 기자 2023. 5. 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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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그 최정상급 구위를 바탕으로 대표팀까지 승선한 이의리 ⓒKIA타이거즈
▲ 리그 최정상급 수직무브먼트를 앞세워 강력한 구위를 과시하는 김기훈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랜 기간 KIA의 에이스로 활약했고, 또 활약하고 있는 양현종(35‧KIA)은 어린 시절부터 떡잎이 남달랐다.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2007년 KIA의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아 첫 해부터 선발 경험을 쌓았다.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빠졌다하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데뷔 시즌이 다 지나가기 전에 선발승을 경력에 새겨 넣기도 했다. 양현종은 2007년의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던 2007년 9월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5이닝 동안 2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9-2 승리를 이끌고 자신의 프로 데뷔승이자 선발 첫 승을 동시에 수확했다.

KIA 구단 역사상 고졸 신인, 만 19세 선수가 선발승을 거둔 건 2002년 김진우와 2006년 한기주 이후 양현종이 세 번째였다. 하지만 양현종 이후 KIA 고졸 신인 투수들은 좀처럼 이 기록에 다가가지 못했다. 양현종 다음 사례는 2016년(정동현)에야 나왔고, 좌완들은 여전히 가뭄이었다.

그런데 근래 들어 양현종의 기록을 따라가는 좌완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팀 마운드의 미래로 불리는 김기훈(23), 이의리(21), 그리고 윤영철(19)이 2년 주기로 데뷔 시즌 선발승과 입을 맞췄다.

양현종의 고교 후배이자 2019년 KIA의 1차 지명자인 김기훈은 데뷔 시즌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19경기 중 16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선발승과 인연을 맺지 못해 오랜 기간 애를 태웠지만, 시즌 7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2019년 6월 26일 고척 키움전에서 6⅔이닝 무실점 역투로 자신의 데뷔승을 거뒀다.

아예 자신의 프로 첫 경기도 선발 투수였던 이의리는 4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2021년 4월 28일 광주 한화전에서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이라는 강력한 인상과 함께 데뷔 첫 승 및 첫 선발승을 거뒀다. 그 뒤는 윤영철이 이었다. 팀의 5선발로 로테이션에 합류한 신인 윤영철은 이의리와 마찬가지로 시즌 4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3일 광주 롯데전에서 5이닝 1실점 호투로 데뷔승을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9연승을 달리고 있었던 롯데를 상대로 한 승리였기에 더 감격이 깊었다.

세 선수는 서로 다른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이의리는 시속 150㎞를 웃도는 강력한 패스트볼이 장점이다. 구속 하나만 놓고 보면 리그 좌완 중 단연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기훈도 구위형 투수로 분류할 수 있지만, 이의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패스트볼 구속은 이의리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리그 좌완 중 첫 손가락을 다투는 강력한 수직무브먼트를 보유하고 있다.

▲ 안정된 커맨드와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첫 승을 신고한 윤영철 ⓒKIA타이거즈

윤영철은 구속보다는 제구력과 커맨드가 돋보인다.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평균 135㎞ 정도의 패스트볼 구속으로도 프로 타자들과 싸울 수 있는 비결이다. 김종국 KIA 감독은 나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이의리 윤영철에 대해 “두 선수가 가지고 있는 (장점의) 능력치가 다르다”고 흐뭇하게 바라봤다. 서로가 서로를 보며 장점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당장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할 일이 더 많은 투수들이다. 이의리는 김 감독이 이제는 국내 에이스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선수다. 볼넷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구위 자체는 외국인 선수 못지않다. 윤영철은 체계적인 트레이닝으로 구속이 더 빨라지면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김기훈은 지금은 불펜에서 쓰이고 있지만,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선발 후보군으로도 포함될 수 있다.

오랜 기간 팀 마운드를 이끌었던 양현종도 이제는 어느덧 30대 중반의 선수가 됐다. 지금까지 뛴 날보다, 앞으로 뛸 날이 적은 선수라는 것은 분명하다. 양현종이 방파제 몫을 하며 버티고 있을 때, 세 선수가 성장하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도 이어진다. 세 좌완이 대선배인 양현종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 따라간다면 그 자체로 KIA 마운드의 철벽화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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