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천연가스 가격 21개월 만에 최저… “인플레 완화 기대감 솔솔”

유럽의 가스 가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이후 2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너지 가격 인상이 둔화하면서 유럽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이하 현지 시각) 유럽 가스 기준물인 TTF 가격이 5일 기준으로 메가와트시(MWH)에 35.20유로로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TTF 가격은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을 줄이면서 가격이 치솟았고, 한때 메가와트시당 340유로 이상으로 거래됐었다.

벨기에 브뤼셀 EU 위원회 본부 건물 앞에 붙은 '리파워EU(REPowerEU)' 캠페인 로고. / EPA=연합뉴스

하지만 유럽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이자, 재생에너지 공급에 나섰다. 여기다 온화한 날씨 덕분에 가스 소비가 줄면서 저장량이 늘어 가격 하락에 도움을 줬다. 마틴 라츠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를 전혀 공급하지 않더라도 가스 저장고를 100%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유럽 가스 저장고는 60%에 달한 상태로 지난해 겨울(35%)과 비교된다”며 “가스 저장량을 감안하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속도를 늦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비용 하락은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았다. 그 덕분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ECB는 지난해 7월, 11년 만에 처음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시작으로 7번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ECB는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했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세 번 연속 빅 스텝을 밟았다 이번에 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가스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2019년 TTF는 평균 15유로 미만이었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TTF 가격은 현재 가격보다 낮은 편이었다.

제임스 왓슨 유로가스 사무총장은 “지난 겨울이 온화했고 중국의 LNG 수요가 감소했기에 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려면 앞으로 3~4년 동안은 운에 맡겨야 하는데, 이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