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가슴 아프다' 발언에 日매체 "자신의 말로 마음 전한 것"
산케이 "강제징용 자체가 없었다…왜 일본만 사과해야 하나"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한일정상회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를 향해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 뒤 해당 발언을 내놓게 된 이유를 묻는 한국 취재진 질문에 "당시 힘든 경험을 하신 분들에게 제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개인적인 위로일 뿐 직접적인 사죄와 반성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매체들은 8일자 사설에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 한일 관계의 본격적인 개선을 기대하는 한편, 기시다 총리가 "가슴 아프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아사히 "총리 자신의 말로 마음을 전한 것"
아사히신문은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한 기시다 총리의 발언이 "총리가 직접 자신의 말로 마음을 전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고 평가했다.
한일 정상이 서로 왕래하는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본연의 궤도에 올랐다며 "이 귀중한 왕래를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수많은 현안의 해결뿐 아니라 국제질서 안정에 기여하는 영구적인 틀이 됐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아사히는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의 방일 후 두 달이 채 안 돼 스스로 답방 의사를 밝혀 실현한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봤다.
아사히는 "역사 문제는 국민 정서와 정체성과 관련된 민감한 주제"라며 "조약이나 협정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과거를 직시하는 자세를 계속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바다 방류에 앞서 한국이 전문가 시찰단을 현지에 파견하는 데 합의한 것을 언급하며 "건강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한국 여론에 대한 일본 측의 성실한 대응도 양국의 벽을 허물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닛케이 "한일 셔틀외교 속도감, 신뢰 구축으로 이어진 것"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양 정상은 오는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히로시마시 평화기념공원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함께 참배하기로 했다. 이런 총리의 생각이 한국 사람들에게 닿는지 주목된다"고 적었다.
이 매체는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정상 간의 왕래는 신뢰 구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에도 윤 대통령을 초청했는데, 닛케이는 이를 언급하며 "이 속도감은 특기할 만하다.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추진하는 것이 국민에 큰 이익이 된다며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자세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적었다.
닛케이는 "외교 현안이 있을 때일수록 양 정상이 자주 왕래하며 가슴을 열고 대화한다는 셔틀 외교의 원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며 "최근 한일 안보대화와 재무장관 회담이 각각 5년, 7년 만에 잇따라 열린 것도 정상외교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한국은 중국과 북한 등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억지력 강화와 반도체 등 전략물자 경제안보 등에서 손을 맞잡을 여지가 크다. 다시 탄력을 받은 인적 교류를 포함한 중층적 유대가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양 정상이 이를 주도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산케이 "일본이 가해자라는 인상 심어줘"
극우 성향 매체인 산케이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이 "일본이 가해자라는 인상을 심어 준다"면서 불필요했다는 취지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 매체는 징용 문제와 관련해 "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나라에서 시행했던 노동 동원에 불과하며 임금도 지급했다"며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누명을 쓴 일본이야말로 피해자인데,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가해자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주객이 전도된 잘못된 발언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강변했다.
기시다 총리가 과거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는 "정상회담 때마다 일본이 사과를 반복하는 것은 의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역사보다 안보 문제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충분한 실체가 동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산케이는 강제징용 자체가 없었다면서 애초에 일본 측에 사과나 배상금을 지급할 명분이 없다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한일 간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면서 "한국 해군 함정의 자위대 항공기 레이더 조사 문제는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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