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빅3 꿈꾸는 '쓰레기 수거계 우버' 이큐브랩 "자율주행 시대도 준비"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신경써야…CSAP 제도 완화 환영"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20대 초반 대학생 때 대학가 '쓰레기'를 보고 친구들과 일을 시작했어요. 미국 사설 폐기물 관리 시장이 연간 110조원 규모임에도 기술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는 점에 주목한 결과, 지난해 매출이 130억원까지 성장했죠. 해외 매출 비중이 90% 이상인 만큼, 공공 CSAP(클라우드 보안 인증제) 완화를 환영합니다"
10년 넘게 자나깨나 '쓰레기'에 꽂힌 뚝심있는 30대 청년이 있다.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34)가 주인공이다. 이큐브랩은 권 대표가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재학중이던 2011년 설립한 친환경 폐기물 수거·관리 전문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10월 국내 기업 최초로 아마존웹서비스(AWS) 스마트시티 컴피턴시 자격을 획득한 곳으로, 미국에서는 '쓰레기 수거 관리 분야 '우버'로 유명하다.
사물인터넷(IoT) 센서 기반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 '클린큐브'와 쓰레기 수거 업체와 사업자를 매칭하는 플랫폼 '하울라'가 주요 솔루션이다.
국내에서는 지자체, 해외에서는 미국 사설 시장을 공략하는 이큐브랩은 최근 글로벌 사업 확장에 있어 전환점을 맞았다. 올해 초 공공 CSAP 제도가 등급제로 개편되면서 글로벌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의 공공시장 진출 길이 열리면서다. 이제 국내용 클라우드 서버를 반드시 개발하지 않아도 돼 개발 측면에서 효율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권순범 대표는 이달 3일 '아마존웹서비스(AWS) 서밋'이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제도 개편 전에는) 국내용·해외용 클라우드 서버에 맞춰 프로그램을 각각 개발해야 하고 유지·보수도 '투트랙'으로 반드시 가야 해 일이 2배가 됐다"며 "개발자들도 괴로워했고, 스마트 시티'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해외를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 계획을 세워야 생존 확률이 높기에 CSAP 완화를 반길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CSAP 완화가 인건비를 비롯한 한정적인 자원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는 '청신호'라고 본다. 이큐브랩 역시 미국 쓰레기 수거 관리 빅3 진입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됐다.
그는 "국내 지자체 공공 고객을 위해 한국용 서버 클라우드를 베이스로 개발할 경우 AWS 서버와 '펑션'(기능)이 달라 별도 리소스가 필요하다"며 "이는 해외 사업 확장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CSAP 완화'로 해외 진출 전환점 맞은 '이큐브랩'…'쓰레기 수거 분야 우버'로 美서 두각
권 대표는 한 달에 1주일은 꼭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사로 출장을 간다. 미국은 이큐브랩 전체 매출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이큐브랩의 첫번째 창업 아이템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은 2009년 쓰레기가 쌓인 대학가에서 시작됐다.
권 대표는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함께 작은 사회적 문제라도 해결하자는 마음에 어떻게 하면 쓰레기가 대학가를 더럽히지 않을까 고민했다"며 "(태양광 패널이) 가득 차 있는 쓰레기통을 꼭꼭 눌러주면 안 넘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들과 만나 효율적인 수거 경로를 짜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쓰레기통에 적재량 감지 IoT 센서를 붙여 지자체 시장에 공급했다. 센서가 쓰레기통이 가득하다는 신호를 관리자에게 보내면, 수거 차량이 출동하는 형태다. 그는 "10대의 차량이 요일에 맞춰 움직이지 않고, (데이터에 기반해) 8대만 움직이는 형태로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같은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힌 것은 쓰레기 수거 관리 시장 자체의 성장성 때문이다.
미국은 1인당 폐기물 배출량 1위 국가로 유명하다. 또 이곳은 국내와 달리 상업 폐기물 시장이 사설 계약으로 이뤄진다.
권 대표는 "한국에선 가게 등 사설 쓰레기 수거는 정부의 입찰로 결정되지만 미국은 다르다"며 "개인이 어떤 인터넷 상품을 직접 고르듯, 편의점·식당 점주가 직접 수거 업체를 선정한다"고 말한다.
◇'점유율 70%' 美빅3 진입 목표…AWS 클라우드·자사 센서 무기로 '자율주행 솔루션'도 준비
이 분야의 오랜 선두 주자(전체 점유율 70%)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B) △리퍼블릭 서비스(RS) △웨이스트 커넥(WC) 등 3곳이다. 비싼 수거 가격을 무기로 매년 영업이익률이 20%대일 정도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한다. 이큐브랩은 견고한 빅3 시장이 최첨단 정보기술(IT)을 적용하지 않아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 자사 솔루션이 승산이 있다고 보고 '하울라'를 2021년 내놨다.
그는 "쓰레기 수거 시장은 콘텐츠 영역이 아니라 문제가 안 생기는 선에서 저렴한 비용이 최고"라며 "빅3 업체와의 경쟁에 지친 중소 수거업체와 연결되면서 점주가 내는 수거 비용이 기존대비 20% 이상 싸진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이 쓰레기 수거 서비스를 받을 때 추가적인 행동을 하는 걸 싫어한다"며 "문앞에 내놓은 쓰레기통에 센서를 넣어두고, 이 센서의 신호에 따라 수거 시점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하울라'는 미국 주요 도시 20곳에서 3600개의 고객사(2월말 기준)을 보유해 이큐브랩의 전체 매출 80%를 차지하는 알짜 사업이다. 해외 성과를 바탕으로 이큐브랩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대비(약 100억원) 30% 증가한 약 130억원이다. 현재 누적 투자 유치액은 400억원이다.
이큐브랩은 글로벌 스마트 시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데는 '클라우드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현재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과 '하울라'는 AWS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서버 트래픽 대응과 실시간 센서 기반 알림 서비스를 지원한다. 권 대표는 "시스템을 구축형(온프레미스)으로 했거나, 특정 국가에 종속된 프로그램을 썼다면 해외 사업이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3살인 이큐브랩은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글로벌 자율주행 솔루션도 준비하고 있다. 권 대표는 "2~3년 뒤 물류(로지스틱스) 산업은 자율주행 위주로 재편돼 자율주행 쓰레기 수거 차량도 나올 것"이라며 "여기에 대비해 차량 내 카메라 센서가 쓰레기통 위치 등을 알 수 있도록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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