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골든타임]피해자 구제, 기다림의 연속…경락엔 '1년'
우선매수권 경락까지 최대 1년
"시간끌기 그만, 빠른방법 찾아야"
'최대 약 1년3개월'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이 '피해자'로 인정돼 우선매수권으로 피해주택을 낙찰받아 매수하기까지 걸리는 예상 시간이다.
특히 피해자 확인절차만 최장 75일이 소요될 전망이라, 임차인은 피해가 인정되기까지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수록 피해자들의 고통이 커지는 만큼 보다 신속한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해자 확인 절차만 4단계
정부가 추진 중인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 임차인이 피해자로 인정받고 지원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첫 관문인 피해자 확인 절차만 총 4단계다. △피해자 신청 △지자체 기본요건 조사 및 확인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심의의결 △국토부 피해자 결정 등 순이다.
피해 임차인이 우선매수권, 조세채권 안분, 낙찰자금, 긴급 생계자금, 공공임대주택 등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받기 위해선 먼저 사기 피해부터 입증해서 피해 사실을 인정받아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시·도에 피해자 인정신청을 하면 시·도는 국토부에 통보하는 동시에 피해자가 대상 요건을 충족하는지 30일간 기초 조사를 벌인다.
피해자 대상 요건은 지난달 27일 총 6가지에서 최근 4가지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관련기사:[전세사기 골든타임]곳곳서 피해…사각지대 어쩌나(5월3일)
△임대인의 기망 등 전세사기를 당한 경우 △전세보증금 최대 4억5000만원 이하 △경·공매 개시 또는 임대인이 파산·회생절차 개시 △대항력·확정일자 또는 임차권 등기 마친 경우 등이다.
시·도의 기초조사를 바탕으로 국토부 내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최대 30일간 최종 지원 여부를 심의한다.
위원회는 피해 사례가 단순 보증금 미반환 사례와 다른지 등을 검토한다. 대규모 전세사기로 파악된 경우 지자체 기초조사와 병행해 위원회가 직권조사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위원회는 한 차례에 걸쳐 심의 기간을 15일 연장할 수 있고, 최종 지원 여부가 결정되면 국토부가 지원 대상을 발표한다.
임차인이 피해자 인정 신청을 한 뒤 지원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최대 75일이 걸리는 셈이다. 이미 사기 피해를 입은지 수개월이 지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또다시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이에 국토부는 '최장' 기간일 뿐 긴급 구제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피해자 확인 기간에 대해 "대기 시간을 거치면 75일이 걸린다는 것이지 통과되면 즉시 지자체장 소집해서 긴급 구제 조치를 바로 실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피해자로 인정되기까지는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기다림 끝에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다면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 탈락 시 임차인이 30일 이내에 이의 신청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전세사기가 수천건에 이르는데다 위원회 인원이 20여명에 불과해 조속히 검토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경락은 최대 1년이상…"더 빠른 구제 필요"
피해자로 인정돼 우선매수권을 부여받는다고 해도 경매를 진행해 최종 매수까지는 최대 1년이 넘게 걸릴 전망이다.
경매는 △경매신청 △매각기일 △매각결정기일 △대금납부 및 종료 순으로 이뤄지는데 신청~종료까지는 최대 13개월하고도 일주일이 더 걸릴 것으로 국토부는 추산했다.
임차인이 법원에 경매접수를 해서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지면 법원에서 경매준비, 물건자료 열람, 현장답사 등을 실시하는데 통상 5~6개월이 걸린다. 이후 법원에서 경매를 개시해 입찰 및 최고가 매수신고인을 결정하고 입찰 탈락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기까지 일주일이 소요된다.
그 다음 법원이 매각허가여부를 결정하는데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신청이 있을 경우 항고할 수 있다. 이 과정이 30일 정도 걸릴 것으로 봤다. 이후 대금을 납부하고 소유권이전등기 촉탁배당, 인도명령, 명도소송까지 통상 1~6개월 소요될 전망이다.
결국 피해자 인정 신청부터 경락받아 소유권 이전을 하기까지 최장 1년4개월 정도 걸리는 셈이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 경락을 받아도 문제다.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수요가 꺾이고 빌라 등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향후 집을 팔기도, 임대를 주기도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선 피해자 인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경락보다는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더 많이 돌려받게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피해자 확인 시 시·도의 충분한 인력, 부서 협조 등이 필요한데 그게 어려운 상황"이라며 "더군다나 위원회에서 조사해야 할 게 많아서 결국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오래 걸려도 구제만 되면 다행인데 지금 상황에선 전세보증금을 대부분 건지기 힘들어 보인다"며 "시간을 끌수록 희망고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구제해서 피해자들이 새 출발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확인의 경우 본인이 직접 피해 항목을 입력하면 피해 인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시스템을 만들어주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최우선변제금을 상향해 보증금을 좀 더 돌려받을 수 있게 하는 것도 경락 등보다는 더 합리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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