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버핏·팀쿡도 가세한 '생성형AI 거품론'[양철민의 아알못]
찰리멍거 "AI 관련 기대 과도해..회의적"
오픈AI, 작년 손실 5억불.. 수익성 물음표
구글·MS, 잇딴 우려에도 주도권다툼 지속
애플의 본격참전.. AI 일상화의 분기점
인공지능(AI) 고도화에 따른 시장판도 대격변에 대한 기대는 아직 ‘시기상조’일까.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의 잠재력은 크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AI 기술 고도화에 따른 시장파급력이 과대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AI 분야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밀린 애플의 재뿌리기”라는 지적을 제기하지만,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2조7,462억달러)이자 아이폰 출시로 산업 생태계 판도를 뒤집어 놓았던 애플 CEO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단순 ‘재뿌리기’로 치부하기 힘들다. 실제 애플은 2011년부터 지속돼 온 팀쿡 체제에서 경쟁사 대비 출시는 늦더라도, 제품 및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선보이는 전략으로 수년째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오픈AI가 지난해 ‘챗GPT’를 출시한 이후 불어닥친 ‘AI 열풍’은 과연 지속가능한 바람일까.
최근 한달새 업계에서는 AI 고도화 및 시장성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 워런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CEO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AI가 세상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날이 올 것으로 보지만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단언했다. 찰리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 또한 “개인적으로는 AI 기술에 대한 일부 과도한 기대에 대해 회의적이며 (인공지능이 아닌) 옛날식 지능이 아주 잘 작동하고 있다”고 ‘AI 만능론’을 경계했다.
AI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계속되고 있다.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AI 자동화에 대한 선의의 의존조차도 기계 작동법을 잊어버릴 정도가 되면 인류문명에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머스크 CEO는 올 초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 AI업계 저명인사들과 ‘사회와 인류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이유로 AI 개발의 잠정 중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AI 대부’ 제프리 힌턴 박사 또한 이 같은 ‘AI묵시록’ 흐름에 동참했다. 힌턴 박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I 챗봇의 위험성은 매우 무서울 정도”라며 “지금으로서는 그들이 우리 인간보다 덜 지능적일 수 있지만, 곧 그들은 인간을 추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인간이 AI를 감당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며 “디지털 시스템은 이 세상을 수많은 복사본으로 만든 다음 각각의 복사본을 통해 학습한 지식을 끊임없이 섞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힌턴 박사의 최근 구글 퇴사 이유와 관련해 ‘향후 AI 기술이 적용된 킬러로봇이 상용화 될 수 있는 만큼 AI가 인류에 미칠 나쁜 영향을 경고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힌턴 박사는 AI 연구에 대한 국제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연구를 계속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연구자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AI 기술 고도화가 인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를 통해 “AI가 미사일, 사이버무기, 핵무기 사용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이를 통제할 국제적 합의나 통제기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AI 기술 개발에 필요한 특수 반도체 등 컴퓨팅 능력 제한이 이 같은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같은 조치가 취해질 경우, AI 고도화의 허들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주요 7개국(G7) 또한 비슷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G7 디지털·기술 담당 각료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AI 기술 이용과 관련해 ▲법의 지배 ▲민주주의 ▲인권 ▲적절한 절차 ▲기술 혁신 기회로 활용 등 5가지 원칙에 합의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은 생성형 AI를 ‘고위험’으로 분류해 엄격한 규제 대상으로 삼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다. G7 디지털·기술 장관 회의 의장인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이번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인류의 가능성을 넓히는 새로운 기술의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과 동시에 적절한 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속에서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심이 된 글로벌 빅테크의 AI 주도권 쟁탈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각종 규제이슈 및 윤리성 문제를 고민하며 주춤거리다, 경쟁사에 시장 주도권을 내놓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구글은 현재 초거대언어모델(LLM)인 ‘람다(LaMDA)’와 ‘팜(PaLM)’을 보유중인데, 이 중 생성형AI 서비스인 ‘바드’를 기존 람다가 아닌 팜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해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람다는 1370억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가, 팜은 5400억개의 매개변수가 각각 적용된 만큼 팜이 람다 대비 성능이 뛰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구글은 ‘시각적이고, 쉽게 소비할 수 있고,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서비스를 위해 대화형 AI, 숏폼 형태의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등을 구글 검색 결과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같은 대화형 AI 기능을 탑재한 구글의 신규 검색엔진 기능(프로젝트명 마기)은 이달 10일 열리는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공개된다. 구글은 검색 결과로 노출되는 ‘활성화된 웹사이트’ 숫자가 최근 몇 년간 정체돼 있는 반면, 여타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정보습득 수요는 늘고 있다고 보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MS는 이달 3일 오픈AI의 생성형 AI 서비스를 탑재한 업그레이드 버전의 검색 엔진 ‘빙(Bing)’을 전면 공개하며 검색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빙은 ‘챗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GPT-4’를 기반으로 한다. MS는 검색 시장 점유율을 1%포인트 올릴 때 마다 20억 달러 상당의 추가 수익을 기대중이다. 현재 빙의 하루 이용자수는 1억명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애플의 AI 전략에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은 ‘시리(Siri)’ 등 음성인식 AI 서비스 등을 제공중이지만, 생성형 AI 분야 본격진출 여부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현재 생성형 AI 시장은 수익은 낮고 투입비용은 높은, 말그대로 ‘돈먹는 하마’다. 실제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난해 매출은 2800만 달러 수준인 반면 손실규모는 5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생성형AI 서비스를 위해서는 병렬연산에 적합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량구매 등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최소 수천만달러의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다, 이를 고도화 하기 위한 ‘휴먼피드백강화학습(RLHF)’에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여기에 머신러닝용 데이터 구매 등에도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생성형 AI에 사용되는 데이터와 관련해 ‘개별 이용자의 지식재산권(IP)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추가 데이터 확보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생성형 AI 서비스가 언제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설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현재 일부 스타트업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와 자사 서비스가 결합된 ‘플러그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데, 오픈AI의 경우 초기 이용업체 모객을 위해 원가 대비 낮은 가격에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생성형AI 가동에 따른 전기요금이 이를 통해 창출되는 오픈AI측 수익보다 높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애플은 이른바 ‘완벽한 구동’이 되지 않으면 관련 서비스를 내놓지 않는 완벽주의로 유명하다. 애플이 구글, MS, 아마존과 달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에 참석하지 않는 것 또한 ‘미래 기술’ 보다는 ‘상용화 가능한 안정적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은 1992년 존 스컬리 전 CEO의 기조연설 이후 CES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애플의 글로벌 프라이버시 담당 임원이 2020 CES 라운드테이블 참여하기는 했지만 당시 별도 부스를 꾸리거나 하지 않았다. 실제 최근 몇년간 CES에서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인간을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 롤러블TV, 자율주행차, AI기반의 질병진단키트, 마이크로LED TV 등의 ‘미래제품’이 공개됐지만 예상보다 느린 기술 고도화 및 높은 생산원가에 따른 낮은 시장성 등으로 이들 제품은 상용화 되지 못했다.
폴더블폰 또한 마찬가지다. 2018년 10월 중국 스타트업 로욜이 사상 첫 폴더블폰을 내놓은 후 삼성전자, 샤오미, 오포, 화웨이 등이 잇따라 폴더블폰을 내놓았지만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업체 애플은 2025년 이후에나 폴더블폰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폴더블폰은 일반 스마트폰 대비 내구성이 약하고 배터리 충전 및 용량 측면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 특히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가 완전히 접히기 힘들어 약간의 틈이 생기는데, 이 때문에 방진과 방수 부문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 폴더블폰에서 본체와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펼 수 있게 만드는 부품인 힌지(경첩)에서 확실한 기술개선 없이는 애플의 폴더블폰 출시 시점은 계속해서 미뤄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혁신의 아이콘’에서 ‘최적화의 아이콘’ 변모한 애플이 본격적으로 AI 시장에 진출한 시점이, 일상의 변화를 촉발할 ‘AI 혁명’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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