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살길… LFP·전고체 개발에 뛰어든 'K-배터리'

이한듬 기자 2023. 5. 8.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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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속도 내는 K-배터리, 中 잡고 글로벌 톱 정조준] ② 저가 제품부터 미래 먹거리로 영역 확대

[편집자주]편집자주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북미에 합작공장을 잇따라 건설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혜택을 노린 완성차 업체들의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한국 업체들은 독자 공장도 함께 건설해 북미에서의 입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리튬인산철(LFP) 및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기도 한다. 생산능력 확대와 신규 배터리 개발이란 날개를 달고 세계 1위인 중국을 잡겠다는 의도다. 배터리 시장 확대로 소재 산업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지금, 배터리산업 전반에 걸쳐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3월 '인터배터리'에서 선보인 배터리 제품. 해당 제품은 기사 내용과 연관 없음. / 사진=LG에너지솔루션
▶기사 게재 순서
①러브콜 쏟아지는 K-배터리, 中 잡는다
②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살길… LFP·전고체 개발에 뛰어든 'K-배터리'
③대세로 떠오른 '배터리 소재'… 韓 핵심산업 반열 오른다
한국 배터리업계가 포트폴리오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삼원계(NCM)에 집중됐던 배터리 생산 역량을 리튬인산철(LFP)로 확대하는 동시에 차세대 '꿈의 전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최대 경쟁 상대인 중국이 강세를 보이는 LFP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차세대 배터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LFP로 발 뻗는 K-배터리… 중국 '텃밭' 공략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최근 LFP 배터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LFP 배터리는 한국의 주력인 니켈·코발트·망간의 NCM 배터리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급이 낮은 제품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300~400km로 NCM(400km 이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으며 원재료의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삼원계의 주 원료인 니켈, 코발트의 톤당 가격은 4월 말 기준 각각 톤당 2만2000달러, 3만4505달러인데 비해 LFP의 주 원료인 철은 톤당 110달러에 불과하다. 세계 매장량 역시 니켈, 코발트는 각각 약 9000만톤, 710만톤인 반면 철은 1700억톤이다. 니켈과 코발트는 남미나 아프리카 등 특정 지역 채굴에 의존해 공급망 문제에 취약하지만 철은 남미 외에 호주, 유럽, 캐나다 등도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어 리스크(위험)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LFP 배터리는 CATL 등 중국 제조사들이 주력해온 분야다. 한국 제조사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앞선 NCM으로 중국과의 격차를 벌려왔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보급형 모델에 LFP 배터리 채택을 늘리면서 LFP 시장이 커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LFP 배터리 점유율은 2020년 11%에서 지난해 31%로 커졌고 2030년엔 40%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업체들도 LFP 생산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전기차용 LFP 시제품을 선보였다. 앞으로 중국 난징 공장 일부를 LFP 생산라인을 전환하고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들어설 제2공장에 신규 LFP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SK온은 최근 대전연구소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2025년쯤 본격 양산 체계를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LFP 진출을 공식 언급했다.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중장기 사업 성장을 위해 보급형 시장과 전력용 ESS 시장을 타깃으로 LFP 등 코발트 프리 콘셉트의 볼륨 세그먼트 플랫폼을 준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꿈의 전지' 전고체 배터리, 업체 끌고 정부 밀고


한국 배터리 3사는 저가 시장 공략과 함께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업체가 주목하는 것은 전고체 배터리다. 액체나 젤 형태의 전해질을 사용하는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 소요시간이 길고 주행거리가 내연기관차에 미치지 못한다. 내연기관차가 연료를 가득 채웠을 때 통상 600~700km를 달리는 반면 현재 전기차는 최대 400km가량에 그치고 급속충전을 해도 최소 30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충격이나 압력으로 인한 발화 가능성이 높다는 취약점도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액체전해질과 분리막을 고체전해질층으로 바꾼 것이다. 액체 전해질을 세라믹, 고분자 등의 고체로 대체해 발열과 인화성을 크게 낮추고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충전시간 역시 5분 만에 80% 가량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도 800km가량으로 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고 2030년 이후 황화물계 배터리를 상용화할 방침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부터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SDI연구소 내에 6500㎡ 규모의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S라인)을 짓고 있다. 올 상반기 해당 라인을 완공해 하반기에는 샘플까지 생산할 예정이다. 상용화 시점은 2027년이다.

SK온 역시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총 4700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 해당 파일럿 플랜트는 전고체 배터리용 소재 개발을 위한 실험 공간과 대규모 양산 기술 확보를 위한 전고체 파일럿 생산 라인 등이 설치된다. SK온은 이를 발판으로 내년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하고 2028년에는 상용화에 돌입한다.

정부도 국내 업체들을 적극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고체 배터리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2030년까지 민·관이 총 20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이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투자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상향해 혜택을 준다. 광물 가공기술까지 세액공제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일몰기간 연장도 추진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030년까지 기술과 시장 점유율에 있어 명실공히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민·관의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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